<혼숨>에서 공포 방송 제작자 박 PD역을 맡은 조복래의 얼굴이 새삼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 떠올려보니 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끝내 떠오르지 않는 작품도 더러 있다. 그는 앞서 장진 감독의 연극 <서툰 사람들>, 창작 뮤지컬 <디셈버> 같은 굵직한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바 있고, 스크린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지는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짧은 장면에도 진한 인상을 남길 줄 아는 배우다.

(상) <극적인 하룻밤> 예고편, (하) <탐정: 더 비기닝> 스틸컷

‘코코몽 알바2’ 역을 맡았던 이준익 감독의 <소원>(2013)에서는 아쉽게도 ‘코코몽’ 모습 이상을 보여주기 어려웠지만, <명량>(2014)에서는 ‘이순신 장군’(최민식)에게 목이 베이는 ‘오상구’로, 장진 감독의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에서는 ‘소매치기 형’으로 등장하며 본인의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후 <탐정: 더 비기닝>(2015)에서 악랄한 범죄자 ‘이유노’로 분해 긴장감을 자아냈고, <극적인 하룻밤>(2015)의 ‘덕래’로는 깨알 같은 연기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면서 조복래는 더 이상 신스틸러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배우가 됐다. 그는 이제 역할에 완벽히 동화되는 캐릭터 그 자체이자, 한 번 보면 그가 조복래임을 꼭 기억하게 만들고 마는 마력의 배우다.

 

<원나잇온리>

one night onlyㅣ2014ㅣ감독 김조광수ㅣ출연 유민규, 조복래, 박수진
<원나잇온리> 예고편 캡쳐

2014년 서울LGBT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된 퀴어 옴니버스영화로, 김태용 감독의 <밤벌레>와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이라는 두 단편영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하룻밤>은 수능이 끝난 후 이태원의 게이바에 놀러 간 세 명의 게이 친구들의 로망과 현실을 그렸다. 촌스러운 파마머리의 스무 살 게이 소년 ‘용우’를 맡은 조복래는 동성 간의 사랑을 연기하며 무려 첫 베드신(!)을 찍었다.

<원 나잇 온리> 예고편

ㅣ영화보기ㅣN스토어Cinefox유튜브

 

<쎄시봉>

C'est Si Bonㅣ2015ㅣ감독 김현석ㅣ출연 정우, 진구, 조복래, 한효주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켰던 핫플레이스 ‘쎄시봉’에서 탄생한 주옥같은 명곡들과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총집합한 작품. 특히 젊은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는 외모는 물론 가창력과 스타일까지 실제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어 화제를 모았다. 실제 조복래는 연기를 위해 동영상 자료를 찾아보며 송창식의 표정과 습관을 관찰하고, 송창식 특유의 창법을 표현하고자 마사리 카페에 가기도 했다고. 더불어 그는 영화 OST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송창식 캐릭터를 맛깔나게 표현한 조복래의 매력은 정점을 찍었다.

<쎄시봉> 예고편

ㅣ영화보기ㅣN스토어유튜브

 

<범죄의 여왕>

The Queen of Crimeㅣ2015ㅣ감독 이요섭ㅣ출연 박지영, 조복래

한국 독립영화계에 반향을 일으킨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멤버 이요섭이 연출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인 작품.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아들의 수도요금이 120만 원이나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아줌마 ‘미경’(박지영)이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기 위해 나서는 과정에 ‘개태’ 역의 조복래가 재미를 한껏 더했다. 사나운 얼굴의 고시원 관리소 직원 개태는 예쁘장한 아줌마 미경과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왠걸,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거친 모습과 달리 알고 보면 여린 마음의 ‘츤데레’인 개태는 과연 조복래 그 자체로 느껴지기도 한다.

<범죄의 여왕> 예고편

ㅣ영화보기ㅣN스토어유튜브

 

<혼숨>

10.26 개봉ㅣ2016ㅣ감독 이두환ㅣ출연 류덕환, 조복래

공포 방송을 진행하는 ‘BJ 야광’(류덕환)과 ‘박 PD’(조복래)는 레전드 방송을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위험한 공포 소재를 찾아 다니고, 급기야 '혼숨' 영상을 찍다 실종된 여고생을 추적하는 위험한 방송을 하게 된다. 조복래는 시청률을 위해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갈구하는 광기 어린 인물로 변하는 박 PD 역으로 영화의 공포를 더욱 자극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대해 이두환 감독은 “조복래는 대사량과 상관없이 캐릭터의 본질을 이해하고, 앵글 밖에서도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배우이다. 박 PD가 가지고 있는 시니컬한 성격은 그가 직접 만들어 낸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조복래가 만들어낸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보았다면, 이번에도 얼마나 완벽한 ‘조복래 캐릭터’를 만들어냈을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혼숨> 예고편

 | 영화보기 | N스토어 | 유튜브

 

메인이미지 출처 <혼숨> 스틸컷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