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음악’에서 나온 음반들을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악기와 목소리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음악.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도록, 계속 찾아 듣게 되는 음악. 하나음악은 1980년대 동아기획의 주축 멤버였던 조동진, 조동익 형제가 이끈 음반 기획사다. 이곳엔 장필순, 이병우, 한동준, 김창기, 김광민 같은 시대적 음악가들은 물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의 조규찬, 유희열, 고찬용, 윤영배, 이규호, 오소영 같은 신인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이들은 생전 ‘언더그라운드의 대부’로 불리던 조동진(1947-2017)의 프로듀싱과 후원, 조동익 밴드의 탄탄한 세션을 밑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적 이상을 아낌없이 펼쳤다.

하나음악은 지금도 건재하다. 2011년, 음악의 지향점은 그대로 둔 채 ‘푸른곰팡이’로 이름만 바꿨을 뿐.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말로 풀어낸 가사와 따듯한 감성이 살아있는, 대한민국 음악사에 꺼지지 않을 횃불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1990년대 발표한 하나음악의 음반 가운데 두고두고 간직하고픈 몇 곡을 꼽아보았다.

 

1. 낯선사람들

낯선사람들 '낯선사람들'

인천대 기타동아리 ‘포크라인’에서 시작한 혼성 그룹이다. 이들은 뛰어난 작곡으로 ‘제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멤버 고찬용과 함께 우리의 언어로 이질감 없이 재즈의 매력을 알렸다. 1집 앨범 <낯선사람들>(1993)은 멤버 이소라(후에 탈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담겨 그 가치가 더욱 크다. 열 곡 가운데서도 경쾌한 멜로디의 첫 번째 트랙 ‘낯선 사람들’과 감미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재즈 발라드 ‘색칠을 할까’, 풍성한 아카펠라를 느낄 수 있는 ‘비닐우산’을 들어보자. 감히 ‘시대를 뛰어넘은 재즈 명반’이라 부르고 싶다.

 

2. 조동익

조동익 '함께 떠날까요'

그룹 ‘어떤날’의 보컬 겸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이후 작곡과 편곡, 세션으로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조동익.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 [동경(憧憬)](1994)은 어떤날의 음악과 유사한 듯 다른, 한층 더 서정적이고 잔잔한 분위기를 담아낸 음반이다. 연주곡 ‘동경’을 시작으로 유년시절의 기억을 담은 ‘엄마와 성당에’, 맑은 피아노 소리가 인상적인 ‘함께 떠날까요’까지. 요란한 자극 없이 담백하게 꾸민 선율은 마음에 오랜 울림을 남긴다.

 

3. 토이(TOY)

토이 '내 마음 속에'

달콤한(?) 눈빛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수년째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유희열. 그는 앞서 ‘토이(TOY)’의 핵심 멤버이자 리더로서, 가수/프로듀서/작곡가/연주가로서 90년대 청춘의 감성과 눈물샘을 자극한 바 있다. 유희열은 영향 받은 뮤지션으로 조동익, 최성원, 윤상 등을 꼽은 바 있는데, 덕분에 그가 작업한 음악 전반에는 소박하고 따스한 멜로디가 깊이 스며 있다. 1집 [내 마음 속에](1994)는 이정식(색소폰), 조동익(베이스), 이병우(기타), 손진태(기타), 김광민(피아노) 같은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참여한 앨범이다. 그중 객원 보컬 조규찬이 부른 ‘내 마음 속에’는 유희열이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해 한층 더 풋풋하고 섬세한 감성을 자아낸다.

 

4. 장필순

장필순 '넌 항상'

장필순을 한국의 수잔 베가(Suzanne Vega)라 불러도 될까? 꾸밈없고 허스키한 목소리에는 그만의 담담하고 쓸쓸한 정서가 담겨있다. 5집 앨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는 당시 주류였던 랩과 댄스 음악에 치여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후에 그를 독자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여성 포크 가수로 거듭나게 한 베스트 앨범이다. 직접 작곡한 5곡 가운데 ‘이곳에 오면’과 ‘넌 항상’은 어두움과 밝음을 오가는 장필순의 무한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푸른곰팡이 페이스북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