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원래 남성과 여성의 구별 없이 성별이 같은 손윗사람을 부르는 말이었다죠. 그러다 현대에 와서 여성이 여성을 부르는 말로 굳어졌고, 요즘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히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언니의 개념이 모호해져 혼란스러운 시대에 멋진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여러 여성 아티스트를 모아서 특별한 존경을 담아 불러봅니다. 언니.

 

데비 해리(Debbie Harry)

언니 중의 언니, 데비 해리가 돌아왔습니다. 블론디(Blondie)의 새 앨범 <Pollinator>가 2017년 5월에 발매되었는데, 티브이 온 더 레디오(TV on the Radio)의 데이브 시텍(Dave Sitek)과 스웨덴의 뮤지션 에릭 해슬(Erik Hassle) 등이 참여한 싱글 ‘Fun’에 이어 이번에 공개한 ‘Long Time’은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의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데브 하인즈(Dev Hynes)와 함께 작업하였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받았는데요. 자니 마(Johnny Marr), 시아(Sia), 스트록스(The Strokes)의 닉 발렌시(Nick Valensi), 찰리 XCX(Charli XCX), YourMovieSucks.org의 아담 존슨(Adam Johnson) 등이 블론디에 어울리는 노래를 헌정하였습니다. 발매 후 7월부터는 밴드 가비지(Garbage)와 함께 북미 투어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Blondie 'Long Time' MV

 

비요크(Björk)

비요크는 음악의 경계를 확장하려 꾸준히 노력했고, 그 시도는 장르와 악기, 패션과 연출의 분야에서 항상 최첨단을 달리며 보고 듣는 이의 감각과 마음을 짜릿하게 자극했습니다. 언제나 멋진 일을 찾아서 개척하는 이 언니는 요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앨범 <Vulnicura>(2015)에 수록한 여러 곡을 가상현실 작품으로 제작하여 비요크 디지털(Björk Digital)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차례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Notget’ 뮤직비디오는 이런 가상현실 작품을 2D로 각색한 것으로, 비요크의 디지털 아바타(!)가 몸의 형태와 색채를 바꿔가며 노래를 부르고 몸짓을 취하는데, 늘 그렇듯이 무언가 이상하지만 어쩐지 아름답기만 합니다. 앨범 <Vulnicura>의 프로듀서는 카녜이 웨스트(Kanye West)와 FKA 트윅스(FKA twigs)의 앨범을 프로듀스하였던 아르카(Arca)입니다. 비요크와 아르카는 지옥을 표현한 <Vulnicura>에 이어서 천국을 표현한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Björk 'Notget VR’ MV

 

알리슨 골드프랩(Alison Goldfrapp)

듀오 골드프랩(Goldfrapp)의 뮤직비디오 ‘Anymore’에서 미술 감독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알리슨 골드프랩은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금발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몇 년 동안이나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큰마음을 먹었다고 하네요. 아예 밀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용기까지는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금방 다시 금발로 돌아간 알리슨은 최근에 나온 ‘Systemagic’의 뮤직비디오를 처음으로 총감독하였습니다. 어쩐지 머리를 밀고 싶은 욕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영했나 싶기는 합니다만, 결과물은 대단히 멋지게 나왔습니다. 다만 이 영상은, 물론 전혀 외설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약간은’“NSFW(Not Safe For Work, 후방주의)’하다는 평을 듣고 있어서 대신 BBC TV의 라이브 영상을 소개해드립니다. 라이브는 라이브대로 가릴 것은 가리면서도 아주 멋있습니다. 뮤직비디오가 궁금하신 분은 후방을 주의하면서 안전한 장소에서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Goldfrapp ‘Systemagic’ Live

 

파이스트(Feist)

파이스트의 새 앨범 <Pleasure>에는 즐거움에 대한 열한 개의 질문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같은 이름의 첫 곡 ‘Pleasure’는 그 질문의 시작이자 상징적인 답변이 될 것이라 짐작되는군요. 앨범은 2017년 4월 28일에 공개되었는데 세 곳의 장소에서 라이브로 연주한 것을 녹음하였고, 그래서 미니멀하고 거친 느낌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Pleasure’ 뮤직비디오에서 나타나는 왜곡된 거울 효과 또한 그에 어울리는 연출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에 앞서 공개된 음원 ‘Century’에서는 펄프(Pulp)의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가 참여하여 ‘한 세기는 얼마나 긴가?’라는 질문과 답변을 내레이션합니다. 한편, 파이스트는 브로큰 소셜 신(Broken Social Scene)의 멤버로 복귀하여 활동을 재개합니다.

Feist 'Pleasure' MV

 

캬리 파뮤파뮤(Kyary Pamyu Pamyu)

지난 해 부활절은 4월 16일이었죠. 일본에서는 할로윈 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마치 원래 자기네 명절이라는 듯이 유원지와 대형마트, 상점가에서 부활절 관련 행사와 프로모션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캬리 파뮤파뮤(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가 ‚일본 최초의 부활절 파티 노래’라는 타이틀을 달고 신곡 ‘良すた(Easta)’를 공개하였습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무래도 예수님보다는 달걀이나 카피바라를 섬기는 종교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가사에서도 이스터(Easter)와 ’좋은 시작’이라는 뜻의 이이 스타토(良いスタート)를 섞는 나카타 야스타카(中田 ヤスタカ) 식의 귀여운 말장난을 늘어놓을 뿐입니다. 캬리가 <もしもし原宿(모시모시 하라주쿠)>(2012) 앨범으로 데뷔한 지도 이제 6년이 다 되어가네요. 하라주쿠 카와이 문화(原宿Kawaii文化)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해외 선교에도 힘쓰고 있는 캬리는 최근 싱글 ‘Crazy Crazy’에서 찰리 XCX(Charli XCX)와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단지 귀엽기만 한 아이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캬리에게도 경의를 담아 언니의 칭호를 드립니다. 물론 여전히 귀엽지만요.

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KYARY PAMYU PAMYU) '良すた(Easta)' MV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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