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영화 한 편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배우’는 영화를 고르는 데 있어 아주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개봉 전부터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 <어느날>의 배우 천우희도 그렇다.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찬찬히 넓혀가며 우리 곁에 왔다. 어쩌면 누구보다 평범한 경로를 통해 당당히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기에 더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천우희는 늘 성실한 자세로 기대에 부응해왔고, 그 흔적은 차곡차곡 쌓아온 필름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런 배우의 모습이야말로 차근차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조연으로 작품을 차지하다

<마더>부터 <써니>까지

천우희는 고등학교 연극부에서부터 연기 열정을 조금씩 키워왔다. 이후 영화 <신부수업>(2004)에서 불량학생 ‘깻잎무리2’ 역을 맡으며 스크린에 첫발을 디뎠고, 이어 <허브>(2007)에서 우연히 또 ‘깻잎2’라는 단역을 맡아 가볍게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는 곧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2009)에서 극중 ‘진태’(진구)의 여자친구 ‘미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배드신을 선보이며 전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을 발판삼아 <이파네마 소년>(2010), <코리아>(2012), <26년>(2012) 같은 장편영화에서 천천히 자신의 역할을 늘려갔다.

단편영화 <생수> 스틸컷

그러는 사이 천우희는 두 편의 독립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먼저 민두식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 <생수>(2009)에서는 배우 박철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천우희는 자살을 마음 먹은 한 남자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는 다방 종업원을 맡아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는 어일선 감독의 단편영화 <떠나야 할 시간>과 함께 옴니버스 영화 <사이에서>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또 단편영화 <뻑킹 세븐틴>(2011)에서는 친한 친구와 단 한 번의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발랄한 연출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써니> 스틸컷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캐릭터를 넓혀온 덕일까. 영화 <써니>(2011)에서 조연 ‘상미’ 역을 맡은 천우희는 주연 배우 못지않은 뚜렷한 존재감을 마음껏 펼쳤다. 일명 ‘본드녀’로 불리며 오히려 출연한 배우 누구보다도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우아한 거짓말>(2013)에서는 친동생을 잃고 힘들어하는 언니 ‘만지’(고아성)의 친구 ‘미란’으로 등장하며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 그리하여 자신의 이름을 빛내다

<한공주>

Han Gong-juㅣ2013ㅣ감독 이수진ㅣ출연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써니>에서 강한 캐릭터를 선보인 천우희가 단숨에 이미지를 바꾸고, ‘본드녀’ 대신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불리게 된 배경에 바로 독립영화 <한공주>가 있다. 상대적으로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독립영화 한 편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일도 몹시 드문 경우지만, 천우희는 이 작품으로 배우로서 첫 번째로, 게다가 무려 6개의 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써니>로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한공주>를 통해 제51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당당히 명배우의 자리에 우뚝 올라섰다. 그만큼 천우희의 연기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히는 <한공주>는 집단 성폭행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다루는 깊이 있는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로 높이 평가받는 수작이다. 그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지 한공주라는 인물을, 나아가 천우희라는 배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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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모습으로 노래하다

<해어화>

解語花, LOVE, LIESㅣ2015ㅣ감독 박흥식ㅣ출연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잠잠하고 때론 한없이 어두운 영화 <한공주>에서 유일하게 밝은 장면이 있다면 바로 천우희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극중 천우희가 직접 부른 노래 'Give me a smile'은 특히 팬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영화 <해어화>로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천우희는 숨겨진 노래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촬영 전부터 기본적인 발성과 그 시대 가요 창법을 익히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고, 또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래 ‘조선의 마음’의 1절 가사를 직접 작사하는 등 영화와 캐릭터를 향한 노력과 애정을 고스란히 쏟았다. 천우희는 빼어난 미모와 훌륭한 창법을 갖춘 경성 제일의 기생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소율’(한효주)과 라이벌이 되어 갈등을 겪는 ‘연희’ 역을 맡아 마음을 울리는 가련한 인물을 연기했다. 앞서 한효주와 먼저 호흡을 맞췄던 <뷰티 인사이드>(2015)에서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 ‘우진’의 또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사랑하는 여자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남자의 감정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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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에 도전하다

<곡성>

THE WAILING, 2016ㅣ감독 나홍진ㅣ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2016년 한국 영화계에 가장 강렬한 충격을 던진 영화라면 단연 <곡성>을 꼽을 수 있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작품성, 게다가 한국영화계의 쟁쟁한 배우들까지 고루 갖춘 이 작품에서 천우희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역할을 소화하며 한 단계 성숙한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 사건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건을 목격한 여인 ‘무명’ 역으로 분한 천우희는 등장만으로 기묘한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극에 가장 중요한 몰입을 이끌어 낸다. 앞서 판타지 호러 영화 <손님>(2015)에서 범상치 않은 무당을 맡아 열연을 펼친 경험 덕일까. 천우희는 그렇게 역할의 무게를 자유롭게 조절할 줄 아는 역시 ‘범상치 않은’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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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봄과 기대를 가득 머금다

<어느날>

Oneday, 2016ㅣ감독 이윤기ㅣ출연 김남길, 천우희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천우희가 이제껏 가장 밝은 캐릭터로 돌아왔다. 주로 비련의 주인공이나 어두운 역할을 맡았던 작품들에서의 모습을 못내 아쉬워한 관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감성 드라마다. 특히 한 남자의 눈에만 보이는 영혼을 연기한 천우희는 해맑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복잡한 사연을 지닌 시각장애인의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그는 “두 미소가 만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시선이나 움직임 등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 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며 뿌듯한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작품 또한 처음 선보이는 연기이며,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래서 더욱 걱정 없이 기대를 건다. 그렇게 또 한 번 변화무쌍해질 배우, 천우희인 걸 이미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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