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의 수많은 디스코그래피와 필모그래피 중에서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한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장국영은 1977년 음악 콘테스트에서 수상하면서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그는 활동 초반 중국어 노래보다 팝 음악에 능했다. 춤추고 노래하며 재능을 펼치다가 TV를 거쳐 영화계에 발을 들였는데, <홍루춘상춘(紅樓春上春)>(1977)이라는 코미디영화다. 6,500달러의 출연료에 덜컥 계약하고 보니 에로 영화에 가까웠지만, 그는 반라로 완수했다. 발라드 가수와 애수에 젖은 배우로 더 많은 기억을 남겼지만, 멋이 흘러넘치는 댄스 가수와 유쾌한 배우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춤을 추는 장국영
1. <아비정전>(1990)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장국영의 맘보’는 안다. 아주 짧고 건조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장면은 중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해진 러닝셔츠를 입은 장국영이 담배를 피우다가 독백을 읊고 춤을 춘다. 왕가위 감독은 아마 작정을 하고 이 장면을 구상했을 것이다. 장국영은 노래를 잘했지만 춤도 잘 췄다. 그의 배역을 확정하자마자 뚜렷한 서사도 없이 춤 장면을 찍었다. 왕가위는 어떻게든 이 장면을 살리길 원했고, 스승이자 촬영감독인 담가명은 대사가 없는 담배 피우는 장면과 춤 장면을 잇고 중간에 독백을 올렸다. <아비정전>은 거의 그렇다. 앞뒤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었을 장면을 찍어 놓고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이 ‘왕가위 영화’가 되었다.
다리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생애에 단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다.
- 장국영의 독백
장국영의 맘보 장면에 흐르는 노래 Xavier Cugat & His Orchestra ‘Maria Elena’

2. <패왕별희>(1993)
아무리 잘하는 게 많은 장국영도 경극은 몰랐다. <패왕별희>의 두지 역할은 원래 다른 사람이었고, 나중에 장국영이 맡는다. 홍콩 출신인 그는 경극 연기와 표준중국어 대사부터 새로 배웠다. 중국경극원 송소천에게 지도를 받은 그는 결국 2개월은 연습해야 할 경극 장면을 이틀 만에 완벽에 가깝게 해낸다.

노래하는 장국영
1. <금지옥엽>(1994)

장국영은 자신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다. 극 중에서도 노래를 꽤 한다. 그중에서도 이 영화를 꼽는다.
유명 여가수의 제작자이자 매니저로 분한 장국영이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성 신인가수를 발굴하면서 겪는 줄거리는 홍콩의 유명 여가수 임억련과 작곡가인 허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공한 것이다. 허원은 또 다른 주인공인 남장여자 가수지망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얼굴을 비친다. 영화의 삽입곡인 ‘금생금세(今生今世)’도 허원이 만들었다. 장국영은 열과 성의를 다해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금지옥엽>의 역할을 매우 맘에 들어 했다고 말한다. 영정 사진도 이 영화를 위해 찍은 것을 사용했다.
2. <동성서취>(1993)

임청하, 양가휘, 왕조현, 양조위, 장학우 등 온갖 배우가 다 나오는 정신 나간 코미디 영화. <동사서독>(1994)을 찍다가 시간이 남아서 찍은 영화다. 양가휘와 장국영이 주고받는 노래 장면은 우울할 때 보면 기분이 좋다.
잠시 살펴보는 댄스 가수의 면모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장국영은 1977년 아주가창대회(亞洲歌唱大賽)에 출전해 2위를 차지한다. 팝스타처럼 무대를 꾸린 그가 당연히 1위를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외국어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2위가 되었다. 무대가 끝나고 꽃을 주는 꼬마는 막문위다. 어머니가 방송국 간부여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
그가 출연한 <H2O>라는 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장국영 최고의 댄스뮤직은 바로 이 곡이다. ‘H2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