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은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였다. 1978년도에 나온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데뷔작 <Dawn of the Dead>(2004)가 박스오피스 1억 달러를 넘어섰고, 두 번째 영화 <300>(2006)이 박스오피스에서 4억 5천만 달러를 넘기면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감독으로 부상했다. 어릴 때부터 코믹북의 광적인 취향을 갖고 있던 그는 DC 코믹스 액션히어로 영화의 감독으로 초빙되어 <맨 오브 스틸>(2013),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저스티스 리그>(2021)의 3부작을 남겼다. 한동안 승승장구했던 그의 감독 경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할리우드의 기대나 극성 팬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스나이더의 작품은 메타크리틱 같은 평가 사이트에서 대부분 평균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내놓은 오리지널 SF 영화 <레벨 문>(Rebel Moon)에 대해 알아보았다.

 

슬로우 비디오의 예술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광고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 테마 명작을 리메이크 한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로 장편영화 제작의 문을 두드렸다. 주로 맥주와 자동차 캠페인 영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광고 감독으로서, 그의 장편영화 역시 액션 신과 영상미에서 극찬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코믹북과 호러 영화에 열광했던 그는,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인기 코믹북을 영화로 제작한 <300>(2006)으로 4억 5천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넘어서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영화에서 그는 슬로우 비디오와 패스트 비디오를 결합하여 독보적인 전투 신을 선보여 자신의 전매 상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독보적인 영상미나 상업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논란이나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 그에 대한 평가가 양극화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메타크리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영화 <300>의 주요 슬로우 비디오 전투 장면

 

DCEU의 슈퍼히어로 3부작

잭 스나이더에 대한 동료 감독들의 평가는 좋다. 그는 배트맨 3부작을 완성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추천으로, 워너 브라더스의 DC 코믹스 슈퍼히어로 영화에 발을 내딛었다. 디즈니 산하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 프로젝트에 맞설 DCEU(Extended Universe)의 첫 영화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2013)의 감독을 맡아 6억 7천만 달러의 흥행을 끌어냈고, 이를 기반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2019)의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3부작을 끝맺지 못한 채 그의 20세 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중도에 사퇴를 하게 되었다. 결국 마블의 <어벤저스>(2012)의 성적 15억 달러에 비해서 <저스티스 리그>는 6억 달러에 그쳐 초라한 성적에 머물렀으며 손익분기점 7억 5,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스나이더 감독은 열광적인 팬들의 성화에 힘입어 추가 제작하고 편집을 마무리한 버전을 제작하여 2021년에 HBO Max에서 방영하였고, 이를 <Justice League: Snyder Cut>이라 불렀다.

영화 편집본 <Justice League: Snyder Cut>(2021)의 엔딩 신

 

프랜차이즈를 기대하는 <레벨 문>

잭 스나이더 감독은 대학 다닐 때부터 <스타워즈>의 우주관과 아키라 쿠로사와(Akira Kurosawa) 영화 그리고 헤비메탈(Heavy Metal) 매거진의 영향을 받아 우주의 서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야기 구조가 완성되자 여러 영화사와 게임사에 투자를 제안하였고, 결국 넷플릭스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의 서사는 두 편의 영화 <Rebel Moon: A Child of Fire>, <Rebel Moon: The Scargiver>로 나누어져, 지난해 12월 22일과 올해 4월 19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었다. 여전히 평가 사이트의 평점은 좋지 않아 로튼토마토에서 각각 21%, 17%를 기록했지만,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괜찮은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액션 신이나 컴퓨터 그래픽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여전히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 구축에서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이나 코믹북 개발이 진행 중이며 영화 역시 4~6편으로 확장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로 진화할 수 있는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넷플릭스 영화 <레벨문 파트 2: 스카기버>(2024)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