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매니저 역할을 겸했던 명프로듀서 노먼 그랜츠(Norman Granz)는 피츠제럴드의 재능을 좀 더 표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레코딩 레이블을 설립했는데, 그것이 바로 레전드 레이블 ‘버브’(Verve)다. 설립 후 최초로 낸 앨범 <Ella Fitzerald and the Cole Porter Song Book>(1956)가 10만 장을 넘어서는 판매 성적을 거두며, 그의 송북 시리즈는 1964년까지 모두 8장의 소위 ‘Great American Songbook’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좀더 색다르고 현대적인 재즈 포맷을 해보고 싶었던 그랜츠는 혼성 듀엣을 생각해냈다. 걸쭉한 남성 보컬의 루이 암스트롱에 미성의 여성 보컬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오 앨범을 구상해, 여기에 현대적인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를 붙인 것이다. 두 재즈 레전드의 듀엣 활동은 약 3년 동안 지속되며 세 장의 음반을 냈는데, 평론가들은 두 번 다시 등장하기 어려운 ‘최상의 재즈 보컬 듀엣’이라고 칭송했다.

 

<Ella and Louis>(1956)

물론 두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른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1946년의 데카 레코드(Decca Records) 시절 당시 29세의 신성 엘라 피츠제럴드와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루이 암스트롱이 함께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발라드 ‘You Won’t Be Satisfied’와 빠른 템포의 스윙 ‘The Frim Fram Sauce’ 두 곡을 녹음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50년에도 ‘Can Anyone Explain’과 ‘Dream a Little Dream of Me’를 녹음하여 싱글 발매했지만, 루이 암스트롱의 스케줄이 워낙 촘촘하여 그 이상의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녹음된 ‘Dream a Little Dream of Me’는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3억 스트리밍을 넘기며 사랑받는 발라드 곡이다.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Dream a Little Dream of Me’(Decca years, 1950)

노먼 그랜츠는 당시 컬럼비아 레코드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 스케줄의 여유가 생겼던 루이 암스트롱을 어렵게 설득하여 1956년 8월 16일 단 하루의 스튜디오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구식의 오케스트라 편성 대신 현대적인 연주로 인기를 모으던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를 함께 불렀고, 단 한 차례의 리허설을 할 여유도 없이 녹음에 들어갔다. 루이 암스트롱의 오랜 팬으로서 그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진 엘라 피츠제럴드는 암스트롱이 선호하는 음역을 먼저 잡도록 하고 그가 불편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양보하고 일임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11곡은 대부분 원테이크로 완료되었고, 두 사람이 편하게 앉은 사진을 자켓으로 내세운 명반 <Ella and Louis>가 나왔다.

앨범 <Ella and Louis>에 수록된 인기곡 ‘Cheek to Cheek’

 

<Ella and Louis Again>(1957)

전작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며 10만 장 이상 판매되자, 두 사람은 스케줄을 맞춰서 함께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곧 바로 후속 앨범에 착수했다. 이듬해 전작과 동일한 로스앤젤레스의 캐피탈 스튜디오에서 한창 더웠던 여름에 나흘에 걸쳐 꽤 많은 분량을 녹음하였다. 이번에도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가 반주를 맡았는데, 두 장의 LP에 담겨 더블 앨범으로 출반한 <Ella and Louis Again>에는 두 사람의 듀엣곡 뿐만 아니라, 전작과 달리 각자의 솔로곡도 함께 담았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의 레퍼토리에서 고른 19곡 중 암스트롱이 네 곡, 피츠제럴드가 세 곡의 솔로를 부르고, 나머지는 듀엣으로 불러 두 번째 듀오 앨범 <Ella and Louis Again>이 발매했다.

<Ella and Louis Again>에 수록된 ‘Autumn in New York’

 

<Porgy and Bess>(1959)

<Ella and Louis Again>을 녹음한 1957년의 후반부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동일한 스튜디오로 소집되었다. 이번에는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 대신 러셀 가르시아가 편성하고 지휘한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었다. 여기서 녹음된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뮤지컬 전곡은 그로부터 2년 후 영화 <Porgy and Bess>(1959) 개봉에 앞서 두 사람의 세 번째 듀엣 앨범 <Porgy and Bess>(1959)로 발매되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2001년에 그래미 명예의 전당을 수상한 기념비적 앨범이 되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이 무대에서 함께 듀엣으로 노래한 적은 많았지만, 세 장의 앨범을 끝으로 더는 스튜디오 녹음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1968년에 루이 암스트롱이 영국 순회공연 중 BBC의 라디오쇼에 출연하였는데, 인생에 위안을 주는 소중한 여덟 곡을 꼽아보라는 요청을 받고 그는 <Porgy and Bess>에 수록된 ‘Bess, You Is My Woman Now’를 들었다.

<Porgy and Bess>에 수록된 ‘Bess, You Is My Woman Now’

데카(Decca) 시절 두 사람이 듀엣으로 남겼던 싱글들, 버브(Verve) 시절 녹음한 세 장의 앨범, 그리고 두 사람이 무대에서 실황으로 함께 불렀던 곡들은 후일 기획 컴필레이션 세트 <Cheek to Cheek: The Complete Duet Recordings>(2017)에 모두 담아 발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