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러 가는 길. 나는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다. 한 손에는 그의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며 구입한 하얀 꽃다발을 신부 부케처럼 품에 소중히 안고서. 택시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을 지나고 있었고, 조금씩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월 말의 강가는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찰나 지는 태양의 빛이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흘러 들어왔고, 새초롬한 오렌지빛 태양에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 음악을 켜서 들어도 될까요?”

나의 질문에 택시 기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라디오의 볼륨을 줄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김사월의 노래 ‘칼’과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을 틀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나른하게 온몸을 감아오는 가을의 끝자락 속에 한껏 온 마음을 내던졌다. 그때였다.

“이 노래는 언제적 노랜 가요? 포크인가요?”
“맞아요. 포크예요. 이 노래는 김사월이란 요즘 가수의 곡이에요”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월은 “언제 적 노래라는 말이 왜 이리 기쁠까요?”라며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곤 택시 속 공기가 되어 우리의 모습을 훔쳐보고 싶다고 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음악. 침대와 포근한 이불에 둘러싸이듯 포근하고 편안한 음악은 거부하기 힘든 큰 힘이 있다. 포크의 감성은 여전히 전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포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월의 말처럼. 입김이 기다려지는 가을, 나는 사월과 함께 소곤소곤, 그의 새 노래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싱글 <칼> 앨범 커버

Q 최근에 발매한 싱글 <칼>의 수록곡 ‘칼’,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두 곡 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가사 속 ‘당신’을 위해 세상을 베고, 시공간을 초월하며 통신하는 행위 모두 사랑 속에 존재하는 상황들인데요. 어떻게 보면 1집(2015)에서 당신에게 접속하려던 ‘수잔’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밝은 듯 서글픈 2집(2018)의 ‘로맨스’, 그리고 냉소적이고 지옥 같지만 그 속에서 사랑을 찾아 헤맸던 3집(2020)의 ‘헤븐’을 거쳐, 냉소적으로 일회용품이 되겠다던 작년의 김사월이 다시 ‘수잔’이란 화자로 돌아온 것 같아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웃음) 내년에 4집을 발매하는데, 그전에 선공개로 이 두 곡을 공개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김사월 ‘둥글게’가 작년 5월에 나왔으니 1년 반 정도 후에 내는 곡들이에요. 그런데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건지, 그동안 저도 나름의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되게 오랜만에 노래를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놓치는 게 있는 건 아닐까?’라는 마음에 무척 불안해하기도 했어요. 이 싱글을 세상에 내면 조금은 불안이 가라앉고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 4집 앨범을 작업하고 있는 저로서는 무척 마음에 드는 상태로 앨범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이 두 곡을 세상 밖에 내놓고 사람들의 반응 같은 걸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금 이 10월이란 날짜에 4집을 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미뤄지고 말았죠. 하지만 저는 이 날짜가 너무 좋거든요. 이때는 뭔가 계절이 바뀌는 게 딱 느껴지는 때잖아요.

 

Q 1집이 이즈음 나왔죠.

김사월 맞아요. 그래서인지 왠지 가을이란 계절엔 음악을 처음 냈던 때가 떠오르고 그 이미지를 기억해 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보니 “그럼 저를 한 번 더 기억해 주실래요?” 하는 마음으로 가을에 곡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을 겨울 동안 이 곡들을 들으시면서 절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이하 ‘밤통신’)이란 노래를 생각하게 됐어요. 

‘밤통신’은 원테이크 녹음곡이에요. 생각해 보니 선공개로 발매될 곡인데 원테이크가 나온다는 게 너무 너무 무서운 거예요. ‘듣는 분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 정규 앨범 밴드 녹음은 어느 정도 다 이루어진 상태인데 밴드 녹음으로 모든 곡들의 사이즈를 한번 크게 키워 놓으니 이 앨범이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을지가 예측할 수 있게 됐어요. 앨범 콘셉트를 안 들킬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칼’도 발표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러니까 즉 ‘칼’ 정도는 내도 정규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겠다는 느낌이 든 거예요. 그래서 좀 더 보여드리고 좀 더 어필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칼’까지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정규 앨범이 나오면 아시게 될 거예요. 앨범으로 봤을 때도 이 두 곡이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지금은 이 정도의 지도를 보여드리고 나중에 전체 지도를 공개했을 때 그 조각을 맞춰보는 흥미로움이 있을 것 같아서 이 두 곡을 선택했어요.

‘칼’ 뮤직비디오

Q 그렇다면 두 곡은 연결되지 않은 각각 다른 곡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김사월 그런데 저도 이렇게 발매를 하고 보니 앨범이 결국은 하나의 연장선에 있어서 그런지, 완전히 분리해서 보기에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결국은 우리가 가까이서 매일 보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를 둘 다 하는 이야기고요, 내년 정규 앨범에서도 그런 메시지가 담긴 앨범이 될 거예요. (웃음)

그렇기에 이 두 곡을 각각 이야기해도 좋고, 같이 이야기해도 저는 좋아요.

 

Q 혹시 이번 녹음에서 신경 쓴 부분이나 감상 포인트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사월 ‘칼’ 같은 경우에는 보컬을 진짜 잘 연기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보컬이 제일 큰 고민이자 이슈이자 제 전부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잘하고 싶지만 저의 피지컬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 오는 한계성도 있고, 제한된 재료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표현을 많이 하고 싶은 고민도 있어요. 잘 안되고, 하지만 해내려고 하고. 이것이 제 목소리의 색깔인 것 같아요.

제가 성량이 좋거나 고음을 낼 수 있는 보컬은 아니에요. 그렇게 하려고 하면 저는 되게 불안불안하게 돼요. 그 불안불안한 부분을 어떻게든 잘 담는 게 제 보컬인 거예요. 저는 이제 어느 부분에서 제가 어떻게 떨리는지 알거든요. 일부러 떨 게 낼 수 있는 거죠. 예쁘게 떨리게 내려고 많이 노력을 한 게 이번 ‘칼’의 목소리인 것 같아요.

‘칼’ 콘셉트 이미지

Q ‘칼’의 인트로가 너무 춥고 황량함에도 불구하고 사월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나른해요. 꿈결을 걷는 느낌이에요.

김사월 인트로를 재밌게 들으셨군요? (웃음)

 

Q 맞아요! 그런데 중간중간 일렉기타의 차가운 소리가 다시금 이 곡이 춥고 서늘하고 아프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너무 아파요. 칼은 차갑고 아픈 물성을 갖고 있는데, 사월 씨의 목소리 자체는 약간 따뜻한 느낌이 들어있어 대비된다는 느낌이 미묘하고, 너무 좋았어요.

김사월 그 대비는 완전 의도된 거예요. (웃음) 제 생각에 목소리는 나체에요. 그냥 생살이라고 할까요? 상처 나기 쉬운 따뜻한 나체인 화자가 자신을 차가운 칼이라고 말하는 그런 대비를 의도했어요.

 

Q ‘칼’도 그렇고, ‘밤통신’도 그렇고, 둘 다 의도적으로 굉장히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어서 나른함도 많이 느껴져요. 특히 ‘밤통신’은 원테이크로 녹음을 해서 그런지 더 조심스러운 기분도 들어요. 이 곡을 왜 원테이크로 해야 했나요?

김사월 ‘밤통신’ 같은 경우 딱 한 번 공연에서 라이브를 했어요. 2022년 ‘사월쇼’에서만 불렀죠. 그때 공연은 촬영 불가 공연이었기 때문에 인터넷에도 남아있지 않아요. 제 노래 중에 그런 노래가 많이 없어요. (웃음) 그땐 라이브를 하면서 퍼포먼스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MR를 깔았어요. 노래 구성에서 더블 보컬이라고 해야 될까요? 보컬의 하모니가 음과 같이 갈 때 같이 받는 힘이 있는데 그걸 공연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는 라이브를 못하겠더라고요. 이 앨범을 준비할 때도 ‘밤통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부르고 싶지 않고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그냥 이 자체를 온전히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게 커서 편집하지 않는 원테이크 같은 자연스러운 상태를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원테이크로 녹음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몇 번이나 ‘진짜 오늘 난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이 테이크가 선택된 거예요. 그래서 우연히 생긴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요. 곡에서 ‘울던 휴지로 꽃을 접어줄게’가 두 번 나오는데요. 두 번째 나올 때 ‘휴’가 좀 날아가는 목소리란 말이에요. 휴~우~ 이런 느낌이랄까요. 이 부분을 감독님이랑 ‘나는 괜찮은데 너는 괜찮냐?’ 이렇게 서로 계속 물어봤어요. 혹시나 의도대로 안 느껴지고 노래를 못한 것처럼 느껴질까 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그냥 하게 됐어요. (웃음) 사실 저는 휴가 날아가서 더 슬픈 것 같거든요. 묘한 노래예요.

 

Q ‘칼’의 뮤직비디오가 무척 인상적이에요. 북유럽 영화 같기도 하고 황량한 듯 꿈결같은 듯 신비롭고 스산하고 백야 속을 걸어가든 아름다워요. 뮤비의 소녀는 누구일까요?

김사월 저는 뮤직비디오 감독님께 어느 정도는 다 맡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노래입니다.’라고 설명만 해드리면, 감독님이 직접 많이 디렉팅을 해주셨어요. ‘칼’ 과 ‘밤통신’의 뮤직비디오가 이어지는 것은 감독님과 제가 같이 낸 아이디어고요. ‘칼’의 경우 감독님의 의도로서는 ‘이 풍경을 보는 화자를 한 명 설정하고 싶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소녀가 계속 풍경을 걸어가잖아요. 마치 영혼이 길을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게임 캐릭터가 맵을 둘러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웃음)

 

Q 전 북유럽 영화 <렛 미 인>(2008)이 생각났어요. 주인공 소녀는 뱀파이어인데 늘 사람들의 온기를 찾고 외로워하죠. 좋아하는 소년을 찾지만 다가갈 수가 없는. 뮤직비디오 속 삶을 내려놓은 소녀의 뒷모습의 황량한 느낌이 북유럽 특유의 신비로움과 스산함이 느껴져서 그 영화가 생각났어요.

김사월 이 해석도 좋은데요? 이 해석을 가지게 돼서 기쁘네요. (웃음) 저도 처음에는 영상의 풍경이 주는 분위기가 이 노래에 비해 너무 큰 거 아닌가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밤통신’을 통해 이 뮤비 자체를 보낸다는 의미가 더해지니 이러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주셔서 되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지금도 많이 하고 있어요.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뮤직비디오

Q ‘밤통신’과 이어지는 게 또 신기해요. 차갑다가 또 따스해진… 다락방에 있는 김사월이 ‘칼’이란 꿈을 꿔서 그 속을 들여다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꿈에 대해 메일을 쓰는 것 같기도 해요. 뮤직비디오에 관해 설명해 주겠어요?

김사월 메일을 쓰는 사람이 보낸 내용이 ‘칼’의 뮤직비디오 내용인 거예요. 그래서 자고 있던 사람이 메일을 열어보니 ‘칼’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풍경이 담긴 영상 편지가 있다는 플롯이에요. 아침에 메일을 쓰는 누군가. 즉 ‘A’가 있다. 어떤 지친 밤을 보내는 ‘B’가 있다. 1인2역을 한 것일 뿐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이에요. 메일을 쓰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이 메일이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보냈는데 그 중 한 명이 이 메일을 받은 거예요.

 

Q 무작위로 보냈는데 답이 오는 펜팔 같네요. 너무 귀엽고 따뜻하고 아기자기해요. 내년 정규앨범은 사월 씨가 좋아하는 4월에 나오게 될까요?

김사월 배가 순항을 하면 멀지 않을 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맞춰서 내지 않을까요? 시기는 지금은 확답을 드리진 않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사람 일이란 게. (웃음)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콘셉트 이미지

Q 이번 ‘칼’ 발매를 하며 사월 씨가 언급한 ‘사주오행’ 이야기를 듣고 ‘칼’ 사주에 대해 찾아봤어요. 칼이 있는 사람과 친해지는 건 그의 마음에 들면 들고 아니면 포기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칼이 받아 주지 않으면 친해질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사월 아아… 맞아요. 그래서 칼이 참 나쁘고, 제가 반성하면서 쓴 곡이에요. (웃음)

 

Q ‘칼’ 사주는 무조건적인 사랑,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김사월의 사랑도 그런 가요? <로맨스> 당시 인터뷰에서 사랑은 주는 게 가장 쉽다고 했어요. 그런데 반대로 칼 사주는 받는 사랑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잖아요. 어릴 때 김사월은 주는 게 가장 쉬웠는데 지금의 김사월은 무한적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어때요?

김사월 전 지금도 주는 게 너무 쉽거든요. 2집에서 ‘사랑하는 건 너무 쉬워.’라는 가사가 있는 ‘오렌지’ 같은 곡은 약간 정신을 놓은 상태라 할까요? (웃음) 정신을 놓은 상태라는 게 너무 사랑에 취하고 들떠 하이(High) 한 상태로 사랑을 모두 주고 싶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 같아요. 사랑을 주는 게 쉽다고 하는 건 사랑을 받는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서 그래요. 오히려 너무 목말라 있기 때문에 더 못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갖고 싶었기 때문에 못 받는 사랑… 점점 더 모르겠어요. (웃음)

앨범 콘셉트 이미지

Q 매 앨범 사랑을 주제로 노래를 하는데 그렇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김사월 저는 사랑이 잘 되면 좋지만 안돼도 좋다는 생각을 해요.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볼 수 있을 때의 제가 좋지만, 그걸 실패할 때 슬퍼하며 또 나다워져요. 사실 인생의 사랑은 나 자신이어야 하고 그 마음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찾았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원동력이 되고 되게 행복한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요.

 

Q 김사월의 노래는 낭만이 있는 사랑보단, 좀 더 현실적인 사랑이란 느낌이 들어요. 우리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처럼요. 그래서 사월의 앨범에는 사월의 현실적인 인생이 담겼나 봐요.

김사월 그렇죠. 제가 평소엔 이런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주저하고 부끄러워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음악 안에서는 진짜 구체적으로 다 쓰잖아요. (웃음) 그리고 저 스스로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흥미를 잘 못 느껴요. 듣는 건 좋아하는데 내가 말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해요. 구체적일수록 그때밖에 없다는 절실함 같은 게 더 느껴지거든요. 이 구체적인 것 때문에 최근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제 노래 중에 ‘엉엉’이란 노래가 있는데 가사를 보면 어느 술집을 나온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어떤 팬 분이 “거기 ‘룰루랄라’(2019년 사라진 홍대의 카페 ‘한 잔의 룰루랄라’) 죠?” 이러는 거예요.

 

Q 룰루랄라. (웃음) 어떻게 아셨을까요?

김사월 그 노래를 들으니까 느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 묘한 쾌감을 느껴요. 내 의도가 닿았을 때 그 쾌감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나를 드러내게 되는구나. 그래서 디테일한 걸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그런데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은 마치 1980~90년대 한국문학 같기도 하고 최신의 로맨틱함을 가득 담은 SF소설 같기도 해요. 그만큼 우주와 밤, 시공간의 떨어진 연인은 오랜 시간 변치 않는 이야기의 주제인 것 같아요. ‘밤통신’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주세요. 이 곡은 24년의 김사월이 보내는 미래에서 온 편지일까요? 이것도 사월씨가 직접 경험한 내용일까요?

김사월 노래를 만들 때는 결국 그 당시 실제에 처한 상황을 기반해서 쓰는 것 같고요. 그것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를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태까지 쓴 노래들도 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그것에 살을 붙이다 보니 결과적으론 온전한 내 얘기는 아니게 된, 그런 식으로 가사가 쓰이게 돼요. ‘밤통신’의 경우 실제로 제가 시차가 나는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 곡을 썼던 게 2020년도였어요. 좀 많이 오래됐죠. 신기하게도 묵혀 놓으면서 언젠가 저에게 다른 의미로 곡이 다가오더라고요? 그게 저에게 와닿게 되는 순간이 생겨서 앨범에 넣게 됐어요. 그때 이후 지금까지, 다른 음악 발매가 꽤 많았기 때문에 이 곡을 넣을 법도 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 노래가 실제 기반으로 만들어 졌지만 이게 다른 의미까지 포용하기 됐다 느껴지는 게 순간이 지금 이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 나는 밤을 보내고 있지만, 언젠가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지내는 것처럼 앨범 만드는 것도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떻게 나올지, 약간 설레면서도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왔을 때를 상상하면서 지금 계속 저만의 밤을 보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공감이 돼서 ‘밤통신’을 먼저 내보내게 된 것 같아요.

 

Q ‘프라하’(2018) 때처럼 ‘시차가 있는 연애가 베이스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아니면 팬들에게 24년의 새 앨범이 나올 시기를 기다리면서 그 시대 미래의 사월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막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요.

쓸모와 물음 없는 행복, 입을 맞추지만 서로가 없는 상황, 눈물을 닦은 휴지로 꽃을 접는 상황들이 너무 쓸쓸해요, 그럼 이 모든 게 실제 기반의 내용들을 다 묵혀 두었다가 다시 판타지 기반으로 내용을 더한 건가요? 실제 상대가 있나요? 상대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시공간 멀리에 있는 걸까요?

김사월 와, 무척 구체적이네요. 원래의 소스에서는 뭔가 다른 대륙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플롯이었던 것 같고요. 이 노래가 묵혀 있던 동안, 이게 대륙이 떨어져서 시차가 많이 나는 곳일 수도 있지만 과거와 현재일 수도 있고 그냥 인간과 인간이 너무 다른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관계에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우린 같은 인간이지만 누군가는 어두운 시간을 겪고 있을 수 있잖아요? 그걸 밤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내가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의 빛이 되어 줄 수도 있잖아요. 노래가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내용이 더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는 것 같아요. 지금 나는 울고 있지만 눈물을 닦은 휴지를 접어서 너에게는 꽃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 시차를 건널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해요.

<칼> 녹음실 풍경

Q ‘밤통신’을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했는데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나 관련 에피소드를 좀 더 들려주겠어요?

김사월 이건 약간 직감적으로 한 것 같아요. 이 노래 연습을 할 때 이거를 예쁘게 다듬어서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은 하긴 했어요. 이 노래가 다른 노래들처럼 매끈한 제품처럼 보이고 싶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보통 가수들이 노래하면, 아니 저 같은 경우에는 몇 번 테이크를 가보고 그 중에 좋았던 테이크를 하나 고른 다음에 그 안에서 실수가 있으면 다른 것들을 좀 바꾸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좀 작업을 하는데, 이 노래는 그게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음악적으로 가기 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의 직감이 앞섰다고 할까요? 여담으로 제 노래 중에 좀 다르지만 비슷하게 선택한 방법론의 곡이 ‘확률’이라는 노래예요. 집에서 가이드를 부른 버전을 앨범에 싣거든요. 그때도 이 노래를 제가 뭔가 포장하고 규격에 맞추는 게 맞는 건가 생각했어요.

 

Q 이건 조금 추상적인 질문이긴 한데요. 어쨌든 김사월 씨의 이번 싱글이 완전히 눈에 보일 듯한 그런 뭔가를 지칭하는 건 아니잖아요. 칼, 통신… 다 추상적이에요. 그래서 문득 김사월이 생각하는 ‘초월하는 사랑’이란 어떤 건지 궁금해졌어요.

김사월 지금 생각 드는 건 ‘믿는 것’인 것 같아요.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말하자면요. 마치 확률의 가사처럼 “우리 헤어진 후에도 나의 여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사가, 이게 이 사람은 지금의 내 세상에는 없어졌더라도 내 마음속에는 계속 남아있을 거라는 이야기거든요. 그렇다면 사실상 저와 영원히 함께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오히려 저와 영원히 실질적으로 함께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저는 약간 다른 차원을 믿는 개념이라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와 헤어졌다 하더라도 과거의 그 공간과 차원 안에서 우리는 계속 영원히 있는 거일 테니까요. 그것을 믿는다면 지금 잠깐의 어떤 뭐랄까, 사랑에서 오는 불안감이나 아니면 서로 믿을 수 없는 마음 같은 게 얼마나 하찮은 것일까? 더 큰 차원을 믿고 싶다는 마음은 그런 느낌으로 쓰게 된 것 같아요.

 

Q 왠지, 눈물 날 것 같아요. 대화 속에서 치유 받는 느낌이네요.

김사월 이제 먼저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도 있고 우리는 언젠가 죽을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 친구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 속에서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죠. 사실 어릴 때 잠깐 보고 영원히 안 보는 친구도 있는데, 내 마음속에 또 영원히 살아있는 친구도 있고, 모두에게 각자의 차원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Q 생명이라는 게 결과적으로 기억해 주고 생각해 주는 것에서부터 영속되는 거니까요. ‘헤븐’에서 일회용품이고 싶고, “상처를 주는 키를 가지고” 있던 화자는 다시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비록 칼의 모습이더라도 당신을 막거나 괴롭히는 세상을 베어주겠다는 그런 낭만적 칼. 다시 낭만으로 돌아온 이유가 있을까요?

김사월 그렇게 생각도 되는군요. 이런 다정한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고맙고 새로운 감정처럼 느껴져요.

앨범 콘셉트 이미지 B-Side

Q 사월 씨가 이렇게 낭만적인 상태로 돌아오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을까요? 아니면 세상에 관해 뭔가 아름다운 걸 느끼셨을까요?

김사월 사실 4집은 굉장히 낭만적인 이야기가 될 거예요. 우리 대선배님인 자우림 선배님이 홀수 번째 앨범은 우울하고, 짝수 번째 앨범은 그렇지 않은. 약간 그런 전통을 좀 이어가는 느낌일 수도 있겠어요. (웃음)

그냥 공정상으로는 저라는 사람이 약간 밝은 거 하고 나면 ‘그렇지만 센 거 좀 하고 싶다.’ 한 번 더 위압적으로 갔다가 ‘위압적인 거 하고 나니까 위압적인 거 좀 무서운 것 같아. 다시 긍정으로 가자.’ 이거를 저는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욕망이 많은 걸 수도 있고요. 그리고 결국은 인간도 그렇고 관계도 세상도 되게 다면적이기 때문에, 말하고 나니까 다른 것들이 보이게 돼서 그게 또 목말라서 또 다음 작업을 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다음 작업하는 방법으로 이런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쓰는 것 같기도 해요.

 

Q 스스로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했던 사월의 노래들은 어느덧 상대를 위해 세상을 베고 시공간을 넘어 사랑을 찾아갑니다. 낭만적이었다 싸웠다가 낭만적 여지는 현실적 연애 같아요. 김사월의 변화는 앞으로 어떻게 지속될까요?

김사월 이걸 반복하면서 비슷한 길도 가고 조금 더 나아지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조금씩은 성숙해가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모습을 계속 기록하고 발표하고 싶고요. 웃기게도 이게 가수들이 그렇거든요. 이 앨범 하고 있으면 이 앨범을 지금 기획한 지는 엄청 오래됐을 거 아니요. 이미 이걸 하면서 다음 앨범에 대한 상상을 하거든요. 마치 이제 이거 먹고 다음 거 뭐 먹을지 상상하는 사람처럼. 참 인간이 그래요. 그래서 재밌는 것 같기도 해요. 인간이 참 종잡을 수가 없고 그래서 상처를 받는데 그래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고 그렇지요.

 

Q 사월 씨의 블로그에 스스로 행복하게 음악할 수 있는 기분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어요. 어떻게 그 기분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사월 씨는 자기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쉬지않고 음악을 하는데 그럼 스스로가 소모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잖아요.

김사월 어떤 음악 하시는 분이 저한테 그런 말을 해주셨어요. 저보다 더 선배님이셨고 그분이 “사월은 쉬어본 적 없죠?”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그러면서 ”혹시 쉬고 싶으면 쉬어가도 된다.”라고 하셨죠. 음악을 기분 좋게 한다는 것, 그 기분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되게 큰 울림이 되는 거예요.

저도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게 되고 혹시나 언젠가 갑자기 좋아하지 않게 될까 봐 또 걱정도 돼요. 이걸 하면 이제 다 소모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 그런데 좀 스스로도 신기해요. 제가 왜 아직까지 번아웃이 오지 않았는지. (웃음)

 

Q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솔직하게 다 내 이야기를 하니까 후련해지는 걸까?’ 생각도 들어요.

김사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자가 치유의 느낌으로 이걸 하고 있어서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어제도 녹음을 하고 나오면서 스튜디오 감독님하고 얘기했는데요. 이게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앨범 만드는 것이 제일 행복하고 이것만 하고 살고 싶다. 이런 대화를 했어요. 진심으로 지금이 좋아요. 그런데 힘든 게 있다면 이 곡들을 세상에 내놓고 이 곡들이 들을 가치가 있다고 제 스스로 타인에게 주장하는 것이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좋자고 만든 음악이다 보니 이게 가치가 있다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게 힘들어요. 스스로 행복하려고 만드는 앨범들이라서... 그런데 두 개를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나도 좋으면서 청자분들도 좋은 거요.

앨범 콘셉트 이미지

Q 사월 씨의 음악들은 감정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작자든 청자든. 제가 살면서 가장 음악을 들으며 많이 울었던 아티스트는 김사월 씨에요. 뭔가 마음속에 울음을 터뜨리는 뭔가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이게 주머니를 탁 찔러서 터뜨리게 하는 뭔가 있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월 씨가 앨범을 만들고 즐거워하는 마음이든, 행복한 마음이든 어쨌든 그걸 만들 때 복합적인 마음이 팬들에게 다 전해지고, 듣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됐어요.

김사월 그게 진짜 전해지네요?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상 진짜 전해지긴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는데. 너무 소중하네요.

 

Q 스스로 진짜 나체로 모든 걸 내려놓고 이야기를 했듯.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그걸 날것처럼 생으로 바로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사월 저 근데 이 말씀 들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사람들에게 다 말해도 모르겠지, 사람들은 모르겠지 해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 아는 것 같아요. 뭐랄까요. 결국 다 아는데 그냥 말을 안 할 뿐이고 저 사람은 어떻겠다 다들 느낀다는 게… 그런 걸 생각하면 인간이라는 게 너무 막 아프고 사랑스럽지 않나요?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같은 곳에서 서로 엄청 무심하고 막 밀치듯이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거침없이 돕고… 그런 거에서 인간이라는 건 참 미묘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간도 결국 동물이잖아요. 동물들은 소리도 안 내고 의사소통을 한다고 하잖아요. 우리도 정말 다 동물이었을 때는 그렇게 다 알았을 텐데 인간이 돼서 언어가 생겨서 언어로 소통을 하면서는 더 소통이 안 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단어를 다 다른 의미로 각자 쓰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각자가 더 깨끗해지고 솔직해지면 결국 가만히 있어도 이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다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 너무 좋아해요. 노래를 만드는 일을.

 

Q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됐어요. (웃음)

김사월 진짜 복이고 가끔은 소름 돋아요. (웃음)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이걸로 저는 1집을 낸 이후부터 전업으로 지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전에 전업으로 안 지내던 시절도 있었어요. 1집 때는 알바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요. 지금은 원하면 공연도 할 수 있고. 정말 말이 안 되죠.

누군가가 봤을 때는 작은 활동이라 하더라도 저는 진짜 제가 원하는, 그러니까 이것만 하면 되겠는 게 음악이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어 진짜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욕심을 내게 돼요. 조금만 더 하고 싶은데 그리고 예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10년 내내 한 것 같아요. (웃음) 이제 겨우 10년이니 더 분발하고 싶습니다.

제10회 김사월 쇼

Q 지난 4월 김사월은 음악과 결혼을 했습니다. 이 결혼은 어떤 식으로 결정되고 진행되게 됐나요? 김사월 밴드의 턱시도는 그들이 음악의 요정, 음악의 신 같은 그런 모습을 표현한 걸까요? 너무 귀여웠어요.

김사월 그러게요. 10주년을 맞아 이제 뭔가 해야 되는데 이제 사람이 계속 기획을 하다 보니까 한계가 오거든요. 간단하게는 축하를 받고 싶고, 어떻게 기념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묘하게 결혼으로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스타일링적으로 재미있을 요소가 많잖아요. 당시 한참 제가 핀터레스트 같은 걸 보면서 약간 유령 신부 아니면 신부들이 막 맥주 마시거나 일탈을 하는 이미지들을 모았어요. 순수한 신부가 하는 이질적인 행위와 소품에서 오는 그런 재미가 있는 이미지들을 찾아봤어요. 그리고 제 안에도 그런 이질적인 정서가 되게 많거든요. 메시지와 사운드가 다르게 붙는 경우들도 있고 그냥 곡 안에서도 진짜 좀 말랑한 노래와 하드한 음악이 같이 있고, 그래서 좀 공연이나 콘셉트를 짤 때 그런 아이러니 한걸 좀 좋아하나 봐요. 음악이랑 결혼을 하면 뭔가 묘하게 다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너무 감사한게 다들 엄청 축하를 많이 해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늦었지만 뒤늦게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Q 음악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10주년이 되고, 모두가 축하하는 이 상황에서 본인은 음악의 품 안에서 축복받은 삶이라 느끼나요? 이 결혼의 끝은 해피엔딩이겠죠?

김사월 ‘김사월 쇼’ 마지막 부분에서 제가 음악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걸 낭송한 시간이 있어요. 지금 그게 묘하게 떠오르는데 사실상 제가 하는 음악이라는 건 결국 나와의 대화 같은 거기 때문에 스스로를 받아들여 주느냐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느냐 그 얘기처럼 들리기도 해요.

아직도 하는 중인 것 같고요. 그렇기에 음악이 계속 나오는지도 모르겠어요. 음악이라는 이 방대한 바다 안에 제가 그냥 속해 있는 정말 미생물 같은 종으로서는 제가 영원히 음악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음악은 완전하고 그래서 저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그 ‘세계’란 것에 매료된 게 아닐까 해요.

 

Q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립니다. (박수)

다시 앨범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이번 두 곡의 가사들은 어찌 보면 지난 앨범들보다 좀 더 단순하고 반복적이에요. 하지만 김사월이 부여한 생명이기에 더 특별해지고 아름답고 서글퍼요. 이 문장에 김사월의 기분이 들어 있는 거니까요. 김사월은 어떤 식으로 가사를 작업하나요? 김사월이 생각하는 좋은 가사는 어떤 걸까요?

김사월 ‘칼’이 제 노래 중에 진짜 가장 가사가 적은 노래 가사예요. 저도 실험이거든요? 여백이 엄청 많은 곡이라서 공연에 올렸을 때도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게 여백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좀 실험하면서 재밌었던 곡이에요. 막상 4집은 또 진짜 말이 많아요. 이러쿵저러쿵 말이 너무 많아서 (웃음) 기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예전엔 가사를 쓸 때 저의 로직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젠 제가 눈물이 날 때 써요. 그러니까 살다가 슬플 수 있고 기쁠 수 있는데 저를 울게 하는 장면은 많이 없거든요. 그런데 눈물이 날 때 내가 여기서 왜 눈물이 날까를 메모를 하고 그걸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 거 같은 것 같아요.

2022년 라이브 무대 영상

Q 최근 김사월의 근황이 궁금해요

김사월 루틴 대로 살고 있어요. 요가도 꼬박꼬박 가고. 반복된 일상생활을 잘하는 편이 됐어요.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그러다 보니 예술적인 것은 스스로 주입을 하지 않으면 끼어들 새가 별로 없더라고요. 의식을 많이 해야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수 있고, 이런 식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반복에 중독된 것 같기도 해요. 계속해서 삶을 굴리는 게 참 좋아요.

그러니까, 왜 규칙적인 생활을 인간이 해야 하는지 이젠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 일상적인 거 말고는 또 뭐 있을까?... 많이는 아닌데 그 서울 아트시네마가 정동길에 있잖아요. 가끔 갑니다. 저는 의외로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인데 막상 한 영화를 보면 여운이 길게 가서 며칠을 젖어 있거든요. 또 영화관에 가면 제가 다른 업무를 못 하게 손발을 딱 묶어놓잖아요?(웃음) 그게 좋아요. 꼭 영화만 보게 하는 그런 정막과 어둠을 즐기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고 그냥 어떤 OTT나 다른 곳에서 작품을 보면 지금 일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자꾸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예술영화관 같은 곳을 가는 걸 좋아하고요. 책은 이것저것 다 펼쳐 놓고 다 조금 조금씩 봐요. 이거 보다가 다른 몇 장 더 보다가 이런 식으로 저는 되게 많이 돌려 봐요. 그리고 책은 아침에 읽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누군가 모닝 페이지 얘기를 하죠. 일어나서 바로 꿈부터 쓰는. 그것도 해보고 좋긴 했지만, 지금의 저는 인풋이 너무 필요한 상태같이 느껴져서 일어나서는 요가를 조금 한 다음에 바로 책 읽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최근엔 <아침의 피아노>(2018)를 다시 읽고 있어요. 아침에 읽으면 너무 좋아요. (웃음)

Q 루틴을 지키는 걸 저도 잘 해봐야겠어요. 이제 거의 막바지 질문이에요. 4집이 나오기 전에 두 곡이 나온 건데 사월 씨의 팬들뿐만 아니라 이번 싱글들은 어떤 상황의 어떤 사람들에게 더 들려지길 바라나요?

김사월 메시지를 빼고 그냥 사운드로는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길 바라요. 아무 생각 없이 들으실 수 있는 노래가 제 노래 중에 은근 없거든요. 다 곤두서 있었고, 말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이번 노래들은 간주도 있고 전주도 있고 이완될 수 있는 노래들입니다. 저를 모르셨던 분들도 어디선가 들었을 때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노래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어서 이렇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칼’같은 경우에는 ‘아아아’하는 멜로디 부분이 숨이나 입김 같은 걸 상상하게 하는 그런 소리를 내고 사운드도 아늑하고 서늘한 공간을 만든 거라서 지금 계절을 들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만든 것 같고요. 메시지로는 ‘칼’ 같은 경우엔 내가 갖고 있는 성질이 별로 좋지가 않구나 처음 느꼈을 때 스스로에게 오는 당황스러움 같은 감정을 이야기하는 거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경한 부분에서 오는 마음이나 다짐을 공감할 수 있는 분이면 좋을 것 같고요. ‘밤통신’은 롱디하는 커플이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Q 이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앞으로 활동 계획이나 내년 계획이 나온 게 있을까요?

김사월 일단 ‘엉엉콘’ (연말 공연 <밖은 너무 추워 나는>의 애칭)을 빨리 기획해야 해요. 요즘 너무 빨리 추워지고 있어서… 아마 12월 초에 ‘엉엉콘’을 할 거예요. 정말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빨리 기획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말의 제가 꼭 공연을 잘 끝내 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12월 안에 아마 4집 믹스가 다 끝이 날 거라서 이제 이후에 비주얼 작업 부지런히 해서 내년에 잘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고요. 내년에는 정규로 내는 것인 만큼 활동 많이 하고 싶어요. 작든 크든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3집 발매 시기가 한창 팬데믹 시기여서 활동을 많이 못 하고 지나갔어요. 감사하게도 많이 불러 주셨지만 오프라인 활동을 거의 못해서 새로운 건 모두 하고 싶어요. 더 멀리 있는 계획은, 4집이 아마…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좀 스스로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메시지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앨범이 될 거라 또다시 파괴적이고 또 날라리 같은 곡을 만들고 싶기도 해요. EP가 됐든. 싱글이 됐든. 그렇게 저는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조혜림

모든 사진 © 김사월

 

Writer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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