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발명가, 그리고 코믹북 작가이기도 했던 윌리엄 몰턴 마스턴(William Moulton Marston, 1893~1947)은 스스로 페티시스트(Festishist)이자 페미니스트(Feminist)라 불렀다. 하버드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천재 교수인 그는, 거짓말 탐지기의 초기 모델을 개발한데다 틈틈이 시나리오나 글을 쓰다가 여성 슈퍼히어로를 기획하여 DC 코믹스에서 찰스 몰턴(Charles Moulton)이라는 필명으로 발간하였는데, 그가 창조한 캐릭터가 바로 오늘 날의 ‘원더우먼’(Wonder Woman)이다. 겉으로는 강한 여성상을 부각하려는 캐릭터였지만, 실제로는 그가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은밀한 욕망을 구현하였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의 기행은 가정 생활에도 이어져 아내를 두었음에도 연인을 집으로 불러 함께 생활하여 다자간 연애, 즉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실천한 셀럽 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그의 기행은 전기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Professor Marston and the Wonder Women, 2017)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지나친 과장이거나 사실과 맞지 않다는 비난도 따랐다.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2017) 예고편

 

하버드를 우등 졸업한 천재 교수

그는 1915년에 하버드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1918년에는 변호사 시험에서 합격하였다. 1921년에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딴 후 여러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친 저명한 교수였다. 그는 자신의 전공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였으며 심리학을 전공한 동료였던 아내 엘리자베스와 함께 수축기 혈압을 재는 장비를 개발하였는데, 이는 후일 거짓말 탐지기의 초기 모델로 발전하였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학설 중에는 ‘DISC’가 유명한데, 네 가지 요소(Dominance, Inducement, Submission, Compliance)로 인간 행동의 근원을 설명하려 하였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나 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대학 시절에 쓴 <Thief>는 할리우드에 팔려 실제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머리가 비상하고 창의성이 뛰어난 그는, 괴짜, 즉 긱(Geek) 교수의 전형이었다.

자신이 만든 거짓말 탐지기로 여성의 심리를 연구한 몰스턴 교수 <Dr. William Moulston Uses Polygraph Machine in a Study in Women’s Emotions>(1931)

 

여성을 좋아했던 폴리아모리스트

마스턴 교수의 가족 사진에는 그와 함께 산 세명의 여성이 함께 했다.

그는 자신의 학생이었던 ‘올리브 번’(Olive Byrne)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으며, 아내 ‘엘리자베스’에게는 이혼을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아 수락을 받았다고 한다. 의외로 엘리자베스와 올리브는 사이좋게 지내며 집안 일을 나누었는데, 엘리자베스는 비서 일을 통하여 돈을 벌었고 올리브는 자신의 아이 둘을 포함하여 네 명의 아이를 키웠다. 때로는 ‘마조리’라는 이름의 여성 운동가가 세 번째 여자가 집으로 들어와 세 명의 여성이 함께 살기도 하였다. 마스턴 교수가 1947년 암으로 사망한 후에도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고, 올리브가 사망하는 1990년까지 함께 살았다. 엘리자베스는 올리브보다 3년 더 살다가 100세 생일을 한달 앞두고 사망하였다.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에서는 두 사람이 동성연애 관계였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그들의 가족들은 극구 부인한바 있다.

<원더우먼 박물관>을 운영 중인 엘리자베스의 손녀 인터뷰

 

고난의 초기 원더우먼

외설적인 초기 원더우먼 만화.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등장한다.

마스턴 교수는 두 여성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의 성적인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롤플레이 게임을 즐겼다. 당시 DC 코믹스에 법률 자문을 하던 그는, 자신의 욕망을 담은 슈퍼히어로 캐릭터 원더우먼(Wonder Woman)을 창안하여 1941년 처음으로 발간했다. 코믹북의 캐릭터 표기에는 ‘찰스 몰턴’이라는 필명을 썼고 두 사람 엘리자베스와 올리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명기하였다. 강한 여성을 부각하기 위한 캐릭터였다고 했지만, 마케팅 슬로건 ‘Suffering Sappho’(Sappho: 고대 그리스 여류시인)처럼 위험에 빠져 배트맨 같은 남성에게 구출되거나 동성애와 같은 성적 측면을 내세운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더군다나 코믹북 스토리에는 과다한 결박(Bondage) 장면이 삽입되어 본인의 성적 판타지를 반영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마스턴 교수가 1947년 사망한 후 원더우먼에서 성적인 측면을 대폭 제거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오늘과 같은 슈퍼히어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의 원더우먼 탄생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