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은 발매한 9장의 앨범에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이 가운데 <롤링스톤>(Rolling Stone)이 뽑은 히트곡 40선에는 대중에 가장 유명한 ‘Stairway to Heaven’ 대신 ‘Whole Lotta Love’가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며 팬들의 의문을 사기도 했는데, 반대로 말해 그만큼 ‘Whole Lotta Love’가 록 음악사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앨범 <Led Zeppelin II>(1969)의 첫 트랙으로 수록한 이 곡에서, 인트로를 장식하는 지미 페이지의 기타 리프는 역대 기타 리프 분야에서 언제나 최고 순위에 오를 정도로 돋보이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비록 리듬이나 가사는 다른 블루스 곡에서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지미 페이지의 기타 리프가 오리지널이라는 점에 대한 이견은 별로 없다. 후대의 수많은 록 밴드에게 영향을 준 이 곡에 관해 알아보았다.

레드 제플린 ‘Whole Lotta Love’(1969)

 

열렬한 사랑의 가사

You need cooling, baby I’m not fooling
I’m gonna send ya back to schooling
Way down inside, honey you need it
I’m gonna give you my love

당신은 진정해야 하겠어, 이건 농담이 아니야
당신은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아주 깊숙이, 자기도 필요한 거야
내 사랑을 당신에게 줄 거야

이 노래 제목에서 ‘Lotta’는 ‘a lot of’(많은)의 속어이며, 앞의 ‘Whole’은 이를 강하게 수식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제목 ‘Whole Lotta Love’을 직역하면 ‘너무 큰 사랑’이란 의미로, 노래의 첨부터 끝까지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의 가사로 되어 있으며, 한편으로는 성행위를 의미하는 적나라한 내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곡 중간에 약 1분 30초 동안 이상한 효과음을 넣은 몽환적인 부분에서 로버트 플랜트의 신음 소리가 나오며, 심지어 무대 위에서는 교묘한 동작을 연출하기도 했다.

 

윌리 딕슨 그리고 스몰 페이시즈의 원곡

‘Whole Lotta Love’는 처음에 레드 제플린 멤버 네 사람의 공동 크레딧으로 표기되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시카고를 거점으로 했던 블루스 뮤지션 윌리 딕슨(Willie Dixon)의 곡으로 머디 워터스가 부른 ‘You Need Love’(1962)의 가사나 멜로디가 상당히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곡이 처음 나온 지 4년이 지난 후에는 영국 밴드 스몰 페이시즈(Small Faces)가 윌리 딕슨의 오리지널을 기반으로 ‘You Need Loving’(1966)을 리메이크했다. 당시 런던의 모드(Mod) 서브컬처 신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은 이 곡은, 이제 레드 제플린의 ‘Whole Lotta Love’와 보컬 스타일과 가사 내용에서 훨씬 더 비슷하게 다가섰다.

윌리 딕슨의 ‘You Need Love’(1962)

You’ve got yearnin’ and I got burnin’
Baby, you look so, ohh, sweet and cunning
Baby, way down inside, woman you need love
Woman, you need love, you’ve got to have some love
(‘You Need Love’ 인트로 가사 중)

 

블루스에서 하드록으로 발전한 명곡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는 1970년대 초에 스몰 페이시즈의 공연 대기실로 찾아가 저작권 침해에 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스몰 페이시즈의 리더 스티브 매리어트(Steve Marriott)는 ‘Whole Lotta Love’를 좋아한다면서 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결국 법적인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 당시 블루스 계에서는 오리지널 곡의 개작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저작권 소송으로 비화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였다. 다만, 윌리 딕슨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1985년이 되어서야 그의 딸이 우연히 듣고 나서 레드 제플린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으로 가기 전에 딕슨의 이름을 크레딧에 추가하는 선에서 합의되었다. 중재 금액은 외부로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Whole Lotta Love’는 ‘You Need Love’(1962)와 ‘You Need Loving’(1966)의 계보를 이어, 블루스에서 하드록으로 발전해 나온 명곡이라는 상징성을 띠게 되었다.

The Small Faces의 ‘You Need Loving’(1966)

레드 제플린의 ‘Whole Lotta Love’는 음악적인 독창성에 문제는 있었지만, 당시 블루스 음악 신의 관행에 따라 저작권 이슈로 비화되지 않고 막후에서 수습되었다. 이 곡이 표절의 결과라는 주장은 묻혀졌고, 대신 하드록의 명곡 중 명곡으로 인정을 받으며 수많은 뮤지션들의 커버 버전을 낳았다. 그 중 티나 터너(Tina Turner)가 솔로로 전향한 후 <Acid Queen>(1975)에 수록하여 음악성에 대해 인정을 받은 리메이크가 인상적이며, 프린스(Prince)는 전성기 시절 공연 때마다 수시로 이 곡을 부르다가 실황 음반 <Indigo Nights>(2007)에 수록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