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은 2017년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독보적인 솔로 공연을 진행했다. 유럽으로 건너가기 전 뉴욕의 카네기홀에 모인 관객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그로부터 1년 후인 2018년 2월 약속대로 카네기홀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다. 귀국 공연을 준비하던 그에게 뇌줄중이 엄습했고, 자택에서 치료하던 중 5월에 다시 한번 쓰러진 것이다. 그 해 7월부터 병원에 입원해 이듬해 5월까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 거의 1년 이상 걸렸다. 그가 쓰러진 후 소속 음반사인 ECM에서 그의 상태에 관한 발표를 대신한 후, 키스 자렛은 공식적인 자리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5년 만인 올해 2월 유튜브에 그의 최근 인터뷰가 담긴 반가운 영상이 올라왔다. 구독자 343만의 저명한 음악 유튜버 릭 버토(Rick Beato)가 올린 영상 <Keith Jarrett Interview>는 1개월 만에 54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피아노 레전드의 근황에 관심이 쏠렸다.

릭 버토(Rick Beato)의 <Keith Jarrett Interview>(2023)

총 48분의 긴 영상을 통해 뉴저지 홈스튜디오에 있는 키스 자렛의 최근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두 번의 뇌졸중 스트로크가 그의 몸에 깊은 상처를 남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왼손은 마비되어 허리춤에 고정한 채 오른손으로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오른손 역시 쓰러지기 전과는 달리 자신의 손 같지 않은 어색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목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작고 낮은 톤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발음도 어눌하였으며 몸동작은 느리고 크지 않았다. 시종일관 힘없는 표정과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마일스 데이비스를 처음 만났던 일화,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과 찰리 헤이든의 차이점, 4도 보이싱(Fourth Voicing) 연주법 등 릭 버토의 질문을 거르지 않고 성실하게 답했다. 기억력도 상당히 상실되어 과거에 즐겨치던 곡들이 기억나지 않거나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키스 자렛 <Munich 2016>(2019) 중 ‘It’s A Lonesome Old Town’

키스 자렛이 재활을 위해 뉴저지 자택에서 칩거할 때도 그의 음반은 계속 출반되었다. 그는 ECM의 프로듀서와 수시로 협의하면서 2016년 유럽 순회공연의 솔로 피아노 실황을 발췌하여 세 장의 음반으로 발표하였다. 가장 먼저 출반한 <Munich 2016>(2019)는 당시 여덟 차례의 유럽 솔로 콘서트 중 마지막 날이던 7월 16일 독일 뮌헨의 필하모니 홀에서 연주한 실황이다. 모두 2장의 CD에 즉흥 연주곡 12곡을 포함하여 모두 15곡을 담았다. 그 다음에는 2016년 7월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솔로 실황 <Budapest Concert>(2020)를 냈는데, 키스 자렛 스스로 이 날 연주가 최고였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로부터 3일 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Jazz and Wine Bordeaux Festival에 참가하여 연주했는데, 이 날 실황은 <Bordeaux Concert>(2020)란 제목으로 즉흥 연주곡 13곡을 담았다.

키스 자렛 <Answer Me: Budapest Concert> ‘Answer Me’

자택에 머물며 재활에 힘쓰던 2020년, <뉴욕타임즈> 기사를 통해 그는 “이제 나의 미래는 어떤 것일지 알 수 없다. 현재 내가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밝힐 수 있는 전부다”라고 간략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유튜브 영상에서 그의 몸과 마음이 상당히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지만, 새 앨범이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의 기념비적인 1975년 쾰른 공연을 모티브로 한 영화 <Köln 75>가 제작 중인데, 실제로 공연을 기획했던 당시 18세 여성 베라 브란데스(Vera Brandes)와 30세의 키스 자렛을 중심으로 한 실화를 담았다.

키스 자렛 <Bordeaux Concert>(2020) 중 Part 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