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라이스는 미국 남부의 고향 뉴올리언스를 주요 배경으로 40여 권의 소설을 출간하여 고정 팬덤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 그의 책에는 아카샤 여왕, 뱀파이어 레스타, 메이페어 가문의 마녀들을 필두로 시대를 초월하며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일찌감치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퀸 오브 뱀파이어>(2002)가 영화로 제작되었을 뿐,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는 지지부진하여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작가가 흩어져 있던 판권들을 다시 사들여 AMC와 일괄 계약을 체결하고, 뱀파이어와 마녀들이 하나의 세계관 아래서 움직이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첫 시즌 8편이 올해 11월에 방영된데 이어, <메이페어의 마녀들>이 내년 초 방영을 앞두고 예고편을 공개했다.

AMC 드라마 <메이페어의 마녀들>(2023) 예고편

 

미국을 대표하는 ‘서던 고딕’ 작가

앤 라이스(Anne Rice)는 이제까지 40여 권의 소설을 출간하여 약 1억 부를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어린 시절 뉴올리언스에서 자란 그의 소설은 대부분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서던 고딕’(Southern Gothic) 장르로, 여섯 살의 어린 딸을 병으로 잃고 본인 역시 지독한 강박증에서 벗어난 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76)을 시작으로 하는 15편의 <뱀파이어 연대기>을 쓰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1988년 뉴올리언스로 돌아왔을 때 기쁜 나머지 <메이페어 마녀들> 3부작을 써내려 갔다. 카톨릭 교도인 그는 예수의 인생을 다룬 소설도 썼으며, 로클로르(Roquelaure) 또는 앤 램플링(Anne Rampling)라는 필명으로 에로틱 장르의 책을 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그는 작가의 길을 밟은 아들 ‘크리스’와 <Ramses the Damned: The Passion of Cleopatra>를 공동 집필했으나, 아쉽게 그가 사망한 후 2개월 만에 유작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2021년 12월 11일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80년의 생을 마감했다.

고향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를 방문한 앤 라이스(2012)

 

<메이페어의 마녀들> 3부작

<위칭 아워>(Witching Hour, 1990)로 시작하여 <래셔>(Lasher, 1993), <탈토스>(Taltos, 1994)로 이어진 메이페어 3부작은 출간 후 드라마로 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수백 년 동안 메이페어 가문이 ‘래셔’라는 악령의 보호를 받으며 부와 권력을 쌓게 되는 장대한 서사를 담고 있으며, 모두 13명으로 이어지는 메이페어 마녀에 이어 14번째 계승자가 되는 ‘로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인 신경외과의 로완 메이페어 역에는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Alexandra Daddario)가 캐스팅되었고,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악령 ‘래셔’ 역에는 대대로 배우 집안 출신의 잭 휴스턴(Jack Huston)이 캐스팅되었다. 2023년 1월에 방영 예정인 첫번째 시즌은 모두 여덟 편으로 구성되었다. 이보다 앞서 2022년 11월에 방영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첫 시즌은 로튼토마토 99%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AMC의 <Alexandra Daddario & the Cast of Mayfair Witches>

 

슈퍼내추럴 ‘불멸의 세계관’

작가는 뱀파이어와 메이페어 마녀들이 등장하는 후속작 <Merrick>(2000), <Blackwood Farm>(2002), <Black Canticle>(2003)을 꾸준히 내며, 불멸의 존재들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창조한 뱀파이어와 마녀 캐릭터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여 TV 시리즈에 담고 싶다고 했다. 2016년에 흩어져 있던 판권을 다시 사들였고, 마침내 2020년 AMC에 영화와 TV 판권을 일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첫 번째 결실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첫 시즌이 2022년 11월에 방영되었고, 두 번째 <메이페어의 마녀들>인 2023년 1월에 방영된다. 계약에 의해 두 편 모두 제목 앞에 ‘Anne Rice’s’라는 부제를 달았다. 여섯 살의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쓰기 시작한 ‘불멸의 세계관’(Immortal Universe)이 방대한 드라마 형식으로 다시 태어났으나, 작가는 이를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 대신 아들 크리스토퍼 라이스가 작가로서 총괄 프로듀서의 한 명으로 나섰다. 그는 20여 편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게이 남자를 대변하는 게이 작가로 유명하다.

AMC 드라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2022)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