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인물의 감정선, 장면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음악은 대부분 이들의 섬세한 손을 거쳤다. 영화음악감독 장영규, 달파란, 방준석, 이병우의 공통점은 한때 음악가로 활약했고, 지금도 활약 중이라는 것. 한국음악을 선도하던 뮤지션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음악감독이란 직함까지 획득한 네 사람을 소개한다.

 

1. 장영규&달파란

영화 <곡성>(2016)에 깔리는 음산한 사운드가 유독 섬뜩했다면, 그 숨은 공신은 장영규와 달파란이다. <고지전>(2011), <도둑들>(2012), <암살>(2015) 등 이들이 함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는 대부분 역대 한국영화 흥행작에 올랐다. 장영규와 달파란은 각자 ‘어어부 프로젝트’와 ‘삐삐밴드’를 이끌며 한국 인디씬에 굵직한 획을 그었던 음악가다. 장영규는 1996년 뉴웨이브 그룹 ‘도마뱀’으로 데뷔한 이듬해 ‘어어부밴드’(훗날 ‘어어부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꿈)를 만들어 전위적인 음악 세계를 펼쳤다. 달파란은 1980년대 후반 국내 헤비메탈의 대표주자였던 ‘시나위’, ‘H2O’의 베이시스트를 거쳐 1995년 삐삐밴드를 만든 장본인. 이들을 영화음악의 세계로 발 딛게 해준 건 영화감독 장선우였다. 감독은 <나쁜영화>(1997)에 두 밴드의 음악을 쓰고 싶다고 제의했고, 이후 달파란은 <거짓말>(1999), 장영규는 <반칙왕>(2000)으로 본격적인 음악감독 데뷔를 치렀다. 대한민국의 영화 음악 창작 공동체 ‘복숭아(복숭아 프리젠트)’의 일원이라는 것 역시 공통점. 각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던 밴드 활동을 거쳐 영화음악으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했을 때 더 막강한 시너지를 내며 여전히 한국 영화계의 대표 음악감독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삐삐밴드 ‘안녕하세요’ MV
어어부 프로젝트 싸운드 3집 [21C New Hair](2000)
장영규, 달파란- ‘나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OST)
장영규, 달파란- ‘스카이라운지’(<달콤한 인생> OST)

 

2. 방준석

올해 세상을 떠난 방준석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라디오스타>(2007), <사도>(2014), <베테랑>(2015) 등 특별한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활약하는 영화음악감독이다. 특히 이준익 감독의 <사도>로 제36회 청룡영화상과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음악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는 어릴 때 칠레와 미국 같은 해외에서 생활했으며, 1994년 재미동포 이승열과 함께 ‘유앤미블루(U&Me Blue)’로 데뷔했다. 유앤미블루는 당시 세련된 곡 작업과 진보적인 사운드로 한국 모던 록을 선구한다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상업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해체되었다(2009년 재 결성). 이후 방준석은 황보령, 임재범, 김윤아의 솔로 프로젝트 음반 등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영화음악 작업과 함께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5년에는 20년 지기 친구인 백현진과 함께 듀오 프로젝트 ‘방백(bahngbek)’을 결성, 1집 <너의 손>을 발표했다.

유앤미블루 '지울 수 없는 너' MV
방백- ‘Han River’ MV

 

3. 이병우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2001)로 ‘제1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음악상을 받으며 영화음악감독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장화, 홍련>(2003),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마더>(2009), <관상>(2013), <국제시장>(2014) 등 그의 손을 거쳐 간 작품만 해도 스무 편이 넘는다. 그는 11살 때부터 기타를 연주했다. 서울예전(현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중인 1984년 지인의 소개로 베이시스트 조동익을 만난다. 이후 작곡, 편곡, 연주 활동을 하며 조동진, 김민기, 양희은 등과 음반 작업을 이어갔고, 조동익과 함께 듀오 그룹 ‘어떤날’을 결성하여 앨범 <1960. 1965>(1986), <어떤날 Ⅱ>(1989)를 발표했다. 단 두 장의 앨범이지만 그 속에 담긴 서정시와 같은 노랫말, 기타와 베이스의 풍성한 선율은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며 훗날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당당히 4위, 11위를 기록한다.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발표한 솔로 기타 연주집은 1집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 항해(航海)>(1989)을 포함하여 총 6개다. 그는 현재 음악감독, 기타연주자, 작곡가, 교수, 기타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전방위 활동 중이다.

어떤날- ‘그런 날에는’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 항해> 수록된 '새'(기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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