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달콤한 디저트처럼 마이라 칼맨의 그림은 보는 순간 미소를 짓게 만든다. 부드러운 과슈의 밀도와 화사한 색감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것들은 더없이 감미로워 보인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요리책 작가인 바바라 스캇 굿맨은 케이크를 주제로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렇게 사랑과 기쁨 때로는 슬픔 같은 삶의 질감까지 묘사해낸 근사한 케이크 레시피북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마이라 칼맨은 케이크와 관련된 자전적인 기억 또는 책과 사진으로 접한 인상적인 장면들을 따스하게 그려냈다.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케이크에 대한 예찬을 담았다, <Cake: A Cookbook> (2018)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처음으로 케이크를 먹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 <Cake: A Cookbook> (2018)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모든 근심을 사라지게 해주는 파블로바 케이크, <Cake: A Cookbook> (2018)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인생의 특별한 순간에 언제나 케이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마이라 칼맨은 자신의 많은 작업에 케이크를 그려 넣었다. <13 Words>에서도 케이크는 낙담한 친구를 격려해 주는 방법의 하나로 등장한다. 기분이 축 처질 때 위로를 주는 달달한 간식처럼, 그의 밝고 따뜻한 그림은 마음에 기쁨의 에너지를 충만하게 채워준다.

새는 무언가 기운 나게 해줄 것을 찾다가 케이크를 발견한다, <13 Words> (2010)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케이크를 나눠먹는 일은 친구를 격려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13 Words> (2010)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라 칼맨은 사랑하는 것들을 화폭에 아낌없이 담는다. 그가 사는 뉴욕도 그중 하나다.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샅샅이 관찰하고 다니는 마이라 칼맨에게 뉴욕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늘 주변에서 반짝이는 에너지를 찾을 수 있고, 스스로의 별난 모습을 흔쾌히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기에. <Next Stop Grand Central>에는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그가 관찰하고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이라 칼맨은 분주히 활보하는 사람들의 개성을 생생히 포착하며 도심 속 풍경을 인상적으로 묘사해냈다.

크기도 형태도 각양각색으로 그려진 인물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낸다, <Next Stop Grand Central> (1999)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건물관리인, 분실물 센터장, 셰프, 승객 등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였다, <Next Stop Grand Central> (1999)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라 칼맨은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담은 인물화를 다수 그렸는데. 그 대상은 에이브러햄 링컨, 토마스 제퍼슨과 같은 시대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앨리스 B.토클라스나 발저 로베르트 같은 예술가이기도 하며, 자신의 어머니와 손녀이기도 하다.

어린 소녀의 시선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을 그려냈다, <Looking at Lincoln> (2012)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오랫동안 좋아해온 작가 앨리스 B.토클라스와 거트루트 스타인의 예술적인 삶을 총천연색으로 찬란하게 되살려냈다, <The Autobiography of Alice B. Toklas> (2020)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라 칼맨의 어머니 사라 베르만은 결혼 생활을 끝낸 후 독립을 나타내는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흰옷만 입기로 결정한다. 마이라 칼맨은 그의 옷장을 예술작품으로 재창조하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Sara Berman’s Closet> (2018)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손녀와 함께 보낸 첫 몇 달 동안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이다, <Darling Baby> (2021)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개 역시 마이라 칼맨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여러 책에서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린이책 시리즈의 주인공인 맥스 스트라빈스키는 시인이 된 개이다. <What Pete Ate from A-Z>에서는 마이라 칼맨이 자신의 뮤즈, 친구, 위로이자 치료사라고 부르는 반려견 피트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는 인생과 책에서 만난 많은 개들의 이야기를 <Beloved Dog>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개를 사랑할 때 우리 안의 가장 부드럽고 관대한 부분이 드러난다고 말하는 그의 작업에는 천진난만한 개들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마이라 칼맨의 반려견 피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책, <What Pete Ate from A-Z> (2001)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피트는 각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온갖 사물을 먹어치운다, <What Pete Ate from A-Z> (2001)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시인 개, 맥스가 파리에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Ooh-La-La (Max in Love)> (1991)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거리의 부서진 사물에 관심을 갖거나 벼룩시장의 오래된 사진을 모으면서, 마이라 칼맨은 부지런하게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가 레모니 스니켓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작가 대니얼 핸들러와 함께 만든 소설 <Why We Broke Up>(2011)은 작은 물건들에 낭만적인 기억을 더한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처음으로 같이 본 영화 티켓, 현상하지 않은 필름, 함께 마신 맥주의 병뚜껑… 평범한 물건이 품은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후 두 사람은 MOMA의 빈티지 사진 컬렉션을 탐구하는 세 권의 책을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발단은 마이라 칼맨이 수집한 잔디 밭 위에 서있는 소녀들의 사진이었다. 마이라 칼맨의 경쾌한 묘사와 대니얼 핸들러의 위트 있는 표현이 마리아주를 이루며 사진 속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끌어낸다.

소녀가 헤어진 연인에게 물건들을 돌려주며 추억을 읊는 서간 소설, <Why We Broke Up> (2011)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MOMA의 빈티지 사진 컬렉션을 탐구한 프로젝트, <Girls Standing on Lawns> (2014)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라 칼맨에게 책과 글에 대한 사랑은 창작의 강력한 동기이다. 그는 어릴 적 작가를 꿈꿨지만 그림이야말로 자신이 이야기를 전하는데 잘 맞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러티브를 담은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뉴욕타임즈의 비주얼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시기의 작업은 그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마이라 칼맨은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칼럼 <The Principles of Uncertainty>에서 삶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는데, 특유의 자유로운 손글씨가 삽화와 어우러져 그의 낙천적인 태도까지 드러낸다.

뉴욕타임즈의 비주얼 칼럼니스트로서 기고한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The Principles of Uncertainty> (2007)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도도새, 스피노자, 파블로프의 개 등 박물관과 도서관을 여행하며 떠올린 연상들을 담았다, <The Principles of Uncertainty> (2007) 중에서, 이미지 출처 – 링크

그림과 글을 아우르는 것을 넘어서 작곡가와의 협업, 무대와 의상디자인, 공연의 연기자 활동 등 마이라 칼맨의 창작에는 한계가 없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모아 만든 그의 세계를 쫓다 보면, 삶 곳곳에 편재한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그를 따라 애정 어린 시선과 유쾌한 태도로.

마이라 칼맨의 자화상,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라 칼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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