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달콤한 디저트처럼 마이라 칼맨의 그림은 보는 순간 미소를 짓게 만든다. 부드러운 과슈의 밀도와 화사한 색감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것들은 더없이 감미로워 보인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요리책 작가인 바바라 스캇 굿맨은 케이크를 주제로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렇게 사랑과 기쁨 때로는 슬픔 같은 삶의 질감까지 묘사해낸 근사한 케이크 레시피북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마이라 칼맨은 케이크와 관련된 자전적인 기억 또는 책과 사진으로 접한 인상적인 장면들을 따스하게 그려냈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에 언제나 케이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마이라 칼맨은 자신의 많은 작업에 케이크를 그려 넣었다. <13 Words>에서도 케이크는 낙담한 친구를 격려해 주는 방법의 하나로 등장한다. 기분이 축 처질 때 위로를 주는 달달한 간식처럼, 그의 밝고 따뜻한 그림은 마음에 기쁨의 에너지를 충만하게 채워준다.


마이라 칼맨은 사랑하는 것들을 화폭에 아낌없이 담는다. 그가 사는 뉴욕도 그중 하나다.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샅샅이 관찰하고 다니는 마이라 칼맨에게 뉴욕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늘 주변에서 반짝이는 에너지를 찾을 수 있고, 스스로의 별난 모습을 흔쾌히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기에. <Next Stop Grand Central>에는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그가 관찰하고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이라 칼맨은 분주히 활보하는 사람들의 개성을 생생히 포착하며 도심 속 풍경을 인상적으로 묘사해냈다.


마이라 칼맨은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담은 인물화를 다수 그렸는데. 그 대상은 에이브러햄 링컨, 토마스 제퍼슨과 같은 시대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앨리스 B.토클라스나 발저 로베르트 같은 예술가이기도 하며, 자신의 어머니와 손녀이기도 하다.




개 역시 마이라 칼맨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대부분의 작업에서 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여러 책에서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린이책 시리즈의 주인공인 맥스 스트라빈스키는 시인이 된 개이다. <What Pete Ate from A-Z>에서는 마이라 칼맨이 자신의 뮤즈, 친구, 위로이자 치료사라고 부르는 반려견 피트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는 인생과 책에서 만난 많은 개들의 이야기를 <Beloved Dog>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개를 사랑할 때 우리 안의 가장 부드럽고 관대한 부분이 드러난다고 말하는 그의 작업에는 천진난만한 개들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거리의 부서진 사물에 관심을 갖거나 벼룩시장의 오래된 사진을 모으면서, 마이라 칼맨은 부지런하게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가 레모니 스니켓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작가 대니얼 핸들러와 함께 만든 소설 <Why We Broke Up>(2011)은 작은 물건들에 낭만적인 기억을 더한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처음으로 같이 본 영화 티켓, 현상하지 않은 필름, 함께 마신 맥주의 병뚜껑… 평범한 물건이 품은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후 두 사람은 MOMA의 빈티지 사진 컬렉션을 탐구하는 세 권의 책을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발단은 마이라 칼맨이 수집한 잔디 밭 위에 서있는 소녀들의 사진이었다. 마이라 칼맨의 경쾌한 묘사와 대니얼 핸들러의 위트 있는 표현이 마리아주를 이루며 사진 속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끌어낸다.


마이라 칼맨에게 책과 글에 대한 사랑은 창작의 강력한 동기이다. 그는 어릴 적 작가를 꿈꿨지만 그림이야말로 자신이 이야기를 전하는데 잘 맞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러티브를 담은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뉴욕타임즈의 비주얼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시기의 작업은 그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마이라 칼맨은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칼럼 <The Principles of Uncertainty>에서 삶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는데, 특유의 자유로운 손글씨가 삽화와 어우러져 그의 낙천적인 태도까지 드러낸다.


그림과 글을 아우르는 것을 넘어서 작곡가와의 협업, 무대와 의상디자인, 공연의 연기자 활동 등 마이라 칼맨의 창작에는 한계가 없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모아 만든 그의 세계를 쫓다 보면, 삶 곳곳에 편재한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그를 따라 애정 어린 시선과 유쾌한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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