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우린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고,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래미 시상식은 2022년부터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도입한다고 밝혔고, 뮤지션 그라임스는 NFT 디지털 아트로 20분만에 6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또한 밴드 킹스 오브 리온은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음악 NFT를 재생한 밴드가 되었고, 케이티 페리 역시 자신의 콘서트 콘텐츠를 NFT로 출시할 예정이다. NFT가 어떻게 음악 산업의 관심을 얻게 됐는지 그리고 이런 변화가 계속 이어질지 알아보자. 지금도 NFT 거래량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아티스트 중심의 수익화를 가능케 할 대안 NFT

이미지 출처 – 믹스맥

한번의 스트리밍에 아티스트에겐 단 몇 원이 돌아간다. 곡의 권리를 소유한 대형 레이블이나 유통사는 쉽게 몇백억, 몇천억의 이익을 내지만, 뮤지션이 10억을 벌기 위해선 수억 회의 스트리밍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음악가의 주 수입원인 투어마저 중단되어 전체 수입의 85% 정도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위기의 시간에 NFT를 통해 대안을 찾은 음악가들이 있다. NFT로 거래하면 중간 유통 없이 뮤지션은 자기 작품에 대해 100퍼센트의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소유권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 재판매할 때에도 작가 본인에게 일정액 수수료가 몇 번이고 지급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발 빠른 뮤지션들이 보여준 몇 가지 NFT 사례를 통해 NFT가 음악 산업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의 투어는 이런 모습일까? 자라 라슨의 가상 댄스파티

이미지 출처 – ‘Jorda-rossi’

스웨덴의 팝 스타 자라 라슨은 어디서든 팬들과 연결되기 위해 디지털 세계를 찾았다. 그는 로블록스(Roblox)라는 온라인 게임 속으로 들어가 댄스 파티를 개최한다. 로블록스에서 이용자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고 여기엔 다른 이용자가 들어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자라 라슨은 가상의 집을 준비해 팬들이 그녀의 공연을 관람하며 서로 어울릴 수 있게 했다. 또한 의상, 헤어 스타일, 댄스 동작 상품과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자라 라슨 아바타를 판매했다. 가상의 댄스파티에서 벌어들인 판매 수익은 한화로 약 11억 원. 자라 라슨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한다. 엄밀히 메타버스에 가상 화폐 사례이긴 하지만, 자라 라슨의 가상 댄스파티는 미래의 투어의 방식을 보여준다.

 

뮤지션의 한정판 아트웍을 소장하다. 그라임스의 디지털 자아 워님프(WarNymph)

이미지 출처 – ‘Nifty Gateway’

그라임스는 지난해 디지털 자아 ‘워님프’를 창조했다. 워님프가 사는 3D 세계는 인류가 멸망한 새로운 창세기, 바로 지난 앨범 <Miss Anthropocene>의 세계관이다. 당시 임신한 그라임스를 대신해 디지털 자아가 앨범 홍보를 대신하기도 했다. 올해 그라임스는 그의 형제 맥 바우처(Mac Boucher)와 공동작업한 워님프 콜렉션 Vol.1으로 NFT에 데뷔했다. 한정판 3D 아트웍과 영상이 NFT 경매에 부쳐져 20분 만에 65억 원어치가 팔렸다. 희소성이 높은 NFT 작품은 재판매 시 가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음악과 관련된 아트웍도 탄탄한 세계관을 갖춘다면 투자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라임스가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아이를 출산한 것이 큰 요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변화하는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의 콜렉티블 NFT

® Kevin Winter, 이미지 출처 - Getty Images for The Recording Academy

예기치 못한 변화로 인해 그래미 어워드는 지난 시상식을 관객 없이 치러야 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31일에 열릴 제64회 그래미 어워드부터는 NFT를 도입해 디지털 콜렉티블(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아직 이번 시상식에 관객 동원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관객들과 연결될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미 어워드는 NFT 도입을 위해 음악 NFT 플랫폼 OneOf와 손을 잡았다. OneOf는 그래미를 무려 28번 수상한 퀸시 존스가 지원하는 아티스트 친화적인 플랫폼이다. 휘트니 휴스턴 제단, 도자캣, 찰리 푸스, 제이콥 콜리어 등의 뮤지션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디지털 세계관과 오프라인 이벤트를 오가는 NFT 상품을 내놓고 있다. 내년 1월에 공개될 첫 그래미 어워드의 NFT 상품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원오브 홈페이지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휘트니 휴스턴의 희귀 음원 NFT

이미지 출처 – 링크

스트리밍 시대에 이르러 한정판이나 희귀 음원의 가치는 예전만 같지 못했다. 음반사는 공연 라이브 실황 혹은 사후 앨범 등으로 마케팅을 펼치지만, 가치를 알아보는 소수의 팬만이 환영한다. 모든 음악을 다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희귀 음원이 가치를 발휘하기는 어려운 시스템이다. 하지만 NFT 세계에선 다르다. 발행자가 원하는 수만큼만 상품을 발행할 수 있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얼마든 낼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휘트니 휴스턴이 17살에 녹음한 미발매 데모곡이 NFT로 발매돼 금세 품절되었다. 앞으로는 NFT를 통해 희귀한 예술 작품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