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대중음악상 축하공연 장면 (이미지- 한국대중음악상 페이스북)

올해 3월에 있었던 2017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을 다시 돌아보았다. 반가웠던 소식은, 그동안 <인디포스트>가 주목한 뮤지션들이 대거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민휘의 <빌린 입>은 최우수 포크 음반에 선정되었고,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 트로피는 9와 숫자들이 ‘앨리스의 섬’으로 가져갔다. 이랑의 ‘신의 노래’는 최우수 포크 노래가 되었으며, 실리카겔은 종합부문 올해의 신인에 뽑혀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밖에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단편선과 선원들, 3호선 버터플라이, 권나무, 75A 등 <인디포스트>가 인터뷰하거나 주목한 여러 실력파 뮤지션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음악 세계와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 참에 아래 기사들을 살펴보자. 

[최우수 포크 음반] 뮤지션 이민휘 인터뷰 “<빌린 입>은 닫힌 입을 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바로가기
[최우수 모던록 노래] 9와 숫자들 인터뷰 “시시콜콜한 주제보다는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어요.” [바로가기
[최우수 포크 노래] 이랑 ‘아름답거나, 재미있거나, 새롭거나, 자극을 주는 비디오들’ [바로가기
[올해의 신인] 실리카겔 ‘좋은 음악은 계속 탄생한다’ [바로가기]
[올해의 음반/최우수 록 음반 후보] 단편선과 선원들 ‘음악가 단편선, 잡식성 음악가의 어느 날 저녁 만찬’ [바로가기]
[최우수 모던록 노래 후보] 3호선 버터플라이 인터뷰 ‘17년을 이어온 “어디에도 없는 음악”’ [바로가기]
[최우수 포크 노래 후보] 권나무 인터뷰 “지금은 그냥 내 삶을 잘 사는 수밖에 없죠.” [바로가기]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후보] 75A ‘사진집 <75A>: 75명의 여성 A’ [바로가기]
[최우수 모던록 노래 후보]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올여름, 주목해야 할 국내 신보’ [바로가기]

 

한국대중음악상과 뮤지션들

올해로 14회째인 한대음은 평론가, 음악 기자, 라디오 PD, 학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대중음악 전문가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음악' 중심 시상식이다. 해마다 벌어지던 연말 가요 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음악인의 축제라기보다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사이자 방송사 간의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장으로 기능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에 음악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악을 예술적 창조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시상식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2004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만들었다. 주류와 비주류 음악 구분없이, 가수가 아닌 음반과 곡을 중심으로 시상하고, 판매량이 아닌 작품의 질로 선정함으로써 한국의 음반 시장과 대중음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공정한 시상식을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그렇게 십여 년 동안 한대음은 한국의 수많은 시상식 가운데 가장 공평하고 모든 장르(라 표현하고 계층이라 말한다)의 음악을 아우르는 진정한 음악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기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 모든 목표는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한대음을 ‘한국의 그래미 어워드’라 여기지만, 다른 한편에선 선정위원의 선정 기준, 특정 뮤지션(팀)에 대한 편애, 권력화한 음악 기업의 침투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시상식의 권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닌 만큼, 우리는 한대음을 애정 어린 눈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 어찌됐든 한대음은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을 가늠할 수 있는 그나마 가장 투명한 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대음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귀한 장면이 있기도 해서다. 거친 황무지에서도 싹을 틔우는 식물들처럼, 저마다 시대 의식을 놓치지 않고 깊은 고민과 성장이 담긴 앨범을 발표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진짜 목소리를 내는 바로 그 장면. 물론 올해에도 명장면이 많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든 곡이다. 작업실도 없이 노트북 하나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만든 노래들인데, 이렇게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 친구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앨범 <Moves>로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부문 상을 획득한 키라라의 수상소감. 그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이 나보고 한턱 쏘라는데 내 통장잔고가 2만 7천 원이고 너무 이상하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더 많은 여성 뮤지션과 여성 평론가가 주목받길 원한다."

'엘리스의 섬'으로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을 수상한 9와 숫자들의 수상소감. 보컬 송재경과 드러머 유병덕은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자)'가 새겨진 티셔츠와 페미니즘 팔찌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음원을 포함한 수익을 합쳐 1월에는 42만 원, 2월에는 96만 원을 벌었다. 이번 수상이 명예는 있지만 상금이 없으므로 트로피를 팔아야겠다”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수상한 이랑의 수상소감. 상패는 현장에서 50만 원에 팔렸다.

“30년 동안 노래를 만들면서 받아온 거라곤 구속영장이나 출두 요구서밖에 없었는데 대중음악상을 들고 있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세월호로 별이 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특별상을 수상한 작곡가 윤민석의 수상소감. 그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촛불을 들어라', '이게 나라냐', '너흰 아니야' 같은 곡을 만들어 무료 배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만든 '헌법 제1조'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또한 광장에서 늘 불리는 노래다.

그 외에도 앨범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으로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을 수상한 ABTB의 보컬 박근홍은 'ㅂㄱㅎ'가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티셔츠 뒷면에는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새롭게 주목하는 뮤지션들과 그들의 앨범

ABTB(에이비티비) ‘Artificial’

한대음 최우수 록 음반 부문에만 이어져 오는 전통이 있다. 수상자들은 깜찍한 티아라를 쓸 수 있는 영예를 누린다. 이날 티아라의 영예는 강대희(드러머), 장혁조(베이스), 박근홍(보컬), 곽민혁(기타), 황린(기타)으로 이뤄진 5인조 록밴드 ABTB에게 돌아갔다. 박병윤 선정위원은 "클래식한 고전 하드록에서부터 메탈을 경유해 그런지 록에까지 이른 개별 곡들의 성향은 제각각 다양하지만, 음반 자체의 응집력은 출중하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전범선과 양반들 ‘아래로부터의 혁명’

최우수 록 노래 부문 수상은 전범선과 양반들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다. 전범선과 양반들은 전범선(노래/전기기타/통기타/풍물북), 김보종(드럼), 최현규(전기기타/추임새), 장쌍놈(베이스/추임새)로 이뤄진 4인조 밴드다. 이들은 1집 <사랑가>(2014)에 이어 2집 <혁명가>를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로큰롤 음악을 들려줬다. 정진영 선정위원은 “강렬한 록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는 변화무쌍한 한국적인 리듬. 심각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날카롭고 해학적인 가사”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의날개 ‘의식의 흐름’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은 이상의날개 1집 <의식의 흐름>이 받았다. 문정민(보컬/기타), 김진원(드럼), 하태진(베이스), 김동원(기타)으로 이뤄진 밴드 이상의날개는 자칭 ‘시간과 공간을 노래하는’ 밴드라는 명칭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포스트록의 깊은 공간감과 몽롱한 사운드가 총 11개의 곡, 84분이라는 긴 시간 속에 응축된 <의식의 흐름>을 듣고 있으면 이태훈 선정위원의 말마따나 “80분을 넘는 러닝 타임이 꿈결처럼 흘러가버린다”.

 

지바노프(jeebanoff) ‘삼선동 사거리’

앨범 <Everything You Wanted>으로 올해의 음악인과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상 2관왕을 차지한 박재범에 이어 한대음이 주목한 신예 뮤지션. ‘삼선동 사거리’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차지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지바노프(jeebanoff)다. 남성훈 선정위원은 “넓게 퍼지는 잔향이 감정선을 건드리는 사운드와 이를 관통하는 여린 듯 청량한 보컬이 만들어내는 무드는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수상하지 못해 아쉬운 뮤지션들

1. 종합분야- 올해의 음반

왼쪽부터 단편선과 선원들 <뿔>과 방백 <너의 손> 앨범 자켓

뮤지션 조동진의 영향력은 남달랐다. 그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감성이 담긴 앨범 <나무가 되어>(2016)로 올해의 음반상은 물론 최우수 팝 음반상을 휩쓸었다. 이러한 이력에는 불만이 없지만, 함께 후보에 오른 다른 앨범 가운데 (거장이 뿜는 아우라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해 아쉬운 몇몇 앨범이 있다. 단편선과 선원들의 <뿔>(2016)과 방준석과 백현진의 공동 작업인 방백(bahngbek)의 <너의 손>(2016)이 그것. 올해의 음반상 후보에 함께 오른 ABTB와 이상의날개는 각각 최우수 록 음반상과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받았지만, 두 팀은 올해 시상식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쉬움은 남겨 두고, 이들의 음악 색깔이 진득하게 녹은 음악에 몰입해보자.

단편선과 선원들 ‘모든 곳에’ MV

 

방백(bahngbek) ‘한강’ LIVE

 

2. 장르분야- 최우수 모던록 노래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 수상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총 6팀이 후보로 올랐고 그중에는 4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온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나를 깨우네’ 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검정치마의 ‘EVERYTHING’, 빅베이비드라이버를 주축으로 결성된 3인조 인디록 밴드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의 ‘A Line in the Sky’, 로바이페퍼스의 ‘3’, 시크릿 아시안 맨의 ‘I Want You Back’처럼 굵직한 인디 1세대 밴드부터 개성 넘치는 신인 밴드까지 노래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음악들이 빼곡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 '나를 깨우네'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A Line in the Sky’ MV

 

3. 장르분야- 최우수 팝 음반

왼쪽부터 강이채 <Radical Paradise>와 사비나 앤 드론즈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 앨범 자켓

팝이라는 장르가 워낙 다양한 음악을 아우르는 만큼, 후보군들도 남달랐다. 조동진의 <나무가 되어>가 최우수 팝 음반상을 거머쥐었지만, 후보군에는 박효신의 <I am A Dreamer>,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강이채의 솔로 앨범 <Radical Paradise>, 올해의 음반 부문에 이어 최우수 팝 음반 부문에도 오른 방백의 <너의 손>, 최우수 팝 노래 부문에도 올랐던 사비나 앤 드론즈(SAVINA & DRONES)의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 처럼 마니아층이 두터운 뮤지션들의 앨범이 다수 포진했다.

강이채 ‘Something Cold’ Live

 

사비나앤드론즈(SAVINA & DRONES) ‘Don't break your heart’ MV

 

4. 장르분야-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여기에도 총 여섯 팀의 후보가 올랐다. 수상곡은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를 거쳐 일렉트로닉 DJ이자 아이돌 기획사의 전속 작곡자/프로듀서로 변신한 히치하이커의 ‘텐달라($10)’. 그러나 한국 음반 시장은 물론 세계에서도 댄스/일렉트로닉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후보에 오른 앨범도 더없이 훌륭했다. “프로듀서 그레이가 펼쳐내는 사운드 조성과 과감하면서도 세밀함을 잃지 않는 보컬 오요의 목소리”(이혜진 선정위원)가 인상적인 75A의 ‘Man Ray System’, “매력적인 신예의 꼭 기억해 둘 만한 데뷔작”(김윤하 선정위원)인 CIFIKA(씨피카)의 ‘OOZOO’, “작년부터 마니아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더니 이젠 샤이니 종현의 곡을 리믹스하거나 월디페, 스펙트럼 같은 대형 페스티벌에도 이름을 올린”(이대화 선정위원) 임레이(IMLAY)의 ‘Zanzan’, “한국 일렉트로니카의 핵심적 아티스트”(조원희 선정위원) 이디오테잎이 김창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가지마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은 키라라의 ‘BLIZZARD’까지. 정말 한 곡도 빠짐없이 아름답다.

75A ‘Man Ray System’ MV

 

임레이 ‘Zanzan’ MV

 

2017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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