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질리언 앤더슨(Gillian Anderson)을 영국 배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 영국에서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으며, BBC 드라마 <크라운>의 대처 수상 연기를 포함 많은 영국 드라마에 출연하여 완벽한 영국 악센트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부모 따라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내는 바람에 완벽한 영국 발음을 익혔고, 11세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친구들의 놀림을 받지 않으려고 미국 중서부 발음을 익혔다. 덕분에 그는 두 가지 영어 악센트를 선택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어,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크라운>의 대처 수상 연기로 호평을 받은 질리언 앤더슨

우리에게는 1990년대 인기 외화 <엑스 파일>의 ‘스컬리’ 요원으로 더 유명한 그는 지난해 “브라를 착용하지 않겠다”라 공언하여 탈브라 운동(No Bra Movement)의 상징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SNS 상 팬과의 대화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브라는) 너무 불편하다. 설사 가슴이 배꼽까지 내려간다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여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30여 년 동안 영화, 드라마, 연극 배우로 활동하며 프라임타임 에미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스타 배우이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소지하여 다양한 문화적 관심과 사회적 활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다양한 관심사들 중 몇 가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질리언 앤더슨의 탈브라 선언 영상

 

미술품 수집과 인테리어 디자인

그는 드라마 <엑스 파일>에 출연하며 처음으로 출연료를 받자 대뜸 데이비드 블랙번(David Blackburn)의 리쏘그래피를 구매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 후에도 배우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자 다이안 아버스나 헬렌 레빗의 사진 작품, 신디 셔먼, 플란체스코 클레멘테 등의 미술 작품들을 구입하여 수집가로 나섰다. 그는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집을 설계하고 DIY로 작업에 나서기도 한다.

<엑스 파일>에서 콤비였던 데이비드 듀코브니와의 공동 인터뷰(2016)

 

젠더를 불문하는 자유 연애

그는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로맨스를 통해 아이 셋을 낳아 기르고 있지만, 스스로 언론에 나서 자신이 양성애자라 밝힌 바 있다. 한번은 인터뷰에서 “나에게 관계라는 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그들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라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크라운>에 출연하면서 제작자인 각본가 피터 모건(Peter Morgan)과 사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스로 뼛속 깊이 페미니스트이며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것을 보면 참지 않는다고도 했다.

질리언 앤더슨의 레즈비언 연기 모음

 

다양한 자선과 사회 활동

그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 활동은 실로 다양하다. 동생이 신경종양(Neurofibromatosis) 계통의 병으로 일찍 사망하자 관련 의료 활동이나 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LGBTQ, 아프리카 부족 지원, 여권 신장, 아동보호, 동물보호, 환경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골든글러브 2021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질리언 앤더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