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던가. 사진 한 장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뮤지션의 과거를 보여준다. 경찰서에서 찍힌 사진, 우리말로는 피의자 사진 촬영이자 일명 ‘머그샷’이다. 브루노 마스, 위켄드, 저스틴 비버, 프랭크 시나트라 등. 당시에 얽힌 이야기까지 알고나면 이 뮤지션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 것이다.

 

지금은 팝 차트 씹어먹는 슈퍼 스타의 어두웠던 시절

- 브루노 마스, 위켄드, 저스틴 비버

브루노 마스는 데뷔 이래로 꾸준히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 같은 음악을 선사해왔다. 올해는 앤더스 팩과 함께한 슈퍼 듀오 실크 소닉(Silk Sonic)으로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나. 그가 데뷔한 건 11년 전, B.O.B의 빌보드 1위 곡 ‘Nothing On You’를 공동 작곡하고 피처링을 보태면서였다. 이 후 달콤한 목소리와 뛰어난 음악성으로 무장해 데뷔 앨범 수록곡인 ‘Just The Way You Are’, ‘Grenade’, ‘The Lazy Song’ 모두 연달아 성공시켰다. 그런데 팝 음악계의 주목을 흠뻑 받던 당시 브루노 마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체포당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하드 록 호텔 & 카지노 화장실에서 마약 소지로 경비원에게 붙잡힌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그는 라디오 스케줄에 참석하러 갔다고 한다. 이후 브루노 마스는 왜 이렇게 활짝 웃었냐는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사진이니까 웃으며 찍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위켄드는 늦은 밤의 이야기에 관해 노래하곤 한다. 머그샷이 찍힌 2015년 1월 10일 그날 새벽에도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경찰은 라스베이거스의 크롬웰 호텔에서 말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를 저지하던 중 흥분한 위켄드에게 가격당한다. 위켄드는 보석금을 내고 그날 밤 개인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면서 ‘라스베이거스로부터 탈출’이란 포스트를 올렸다. SNS 게시물 외에는 그날에 대해 따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디스코 흐름을 이끈 <After Hours> 앨범 수록곡인 ‘Faith’에서 5년 전 무언가로부터 탈출을 갈망했던 자신을 다루고 있다. 위켄드는 이 때를 자랑스럽지 않은 “가장 어두웠던 시기”라고 밝히며 당시 경찰차에서 들은 사이렌 소리를 음악에 넣었다. ‘Faith’속 남성은 신을 원망하고, 자신의 종교를 버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탈출구를 찾고 싶어 약물에 취한 과거의 위켄드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은 돌아온 탕자가 된 저스틴 비버에게도 암흑기가 있었다. 당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전세계에 공개됐고, 여전히 기록으로도 남아있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매번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있지만, 7년 전 그는 음악보다 사건·사고로 팝 음악계를 들썩였다. 당시 그는 아프고, 혼란스럽고, 화나고 오해받았으며 심지어 하나님에게도 화나 있었다고 한다. 2014년 1월, 저스틴 비버는 마이애미 해변에서 음주 상태에서 대여한 람보르기니로 경주를 벌이다가 경찰에 체포당하고 만다. 그리고 얼마 전 그는 7년 전 일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공유했다. “과거를 통해 신이 당신을 어떻게 인도했는지를 떠올리세요. 부끄러움으로 오늘을 망치지 마세요. 용서를 경험하고 신이 당신에게 품으신 계획을 꽃 피우세요.” 정말이지 저스틴 비버의 성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흑백을 뚫고 나오는 전설의 머그샷

- 프랭크 시나트라, 커트 코베인, 데이빗 보위

프랭크 시나트라의 멋진 머그샷만큼이나 그의 죄목도 눈길을 끈다. 바로 유혹과 간통. 무려 83년전, 1938년 그가 23살일 때의 일이다. 보통 미혼의 여성에게 혼인을 약속하고 유혹하다가 여성의 평판에 악영향을 끼쳤을 경우 성립되는 죄인데, 프랭크 시나트라가 유혹한 여성이 기혼자로 밝혀져 간통죄로 다시 체포됐다고 한다. 이후에도 프랭크 시나트라는 네 번의 결혼 생활 중 잦은 바람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다. 과거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종종 부르던 곡인 ‘My Way’로 인해 ‘프랭크 시나트라’하면 멋진 중년의 남성이 떠오르기 쉽지만, 프랭크 시나트라의 삶은 한 곡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가 부른 곡 중엔 바람을 피우고 나서 연인에게 한 번이었으니 용서해달라는 노래인 ‘Don’cha Go Away Mad’ 같은 곡도 있기 때문이다.

커트 코베인이 세상을 떠난 지도 27년이 지났다. 딱 그가 세상을 살았던 시간 만큼이다. 그는 이제 여기 없지만, 커트 코베인에 얽힌 일화는 여전히 음악 팬들의 관심 가운데 있다. 커트 코베인이 체포된 1986년은 록의 판도를 바꾼 밴드 너바나가 결성되기 1년 전이다. 그해 5월 어느 일요일, 커트 코베인은 기물파손으로 체포된다. 그는 나중에 이를 두고 트럭에 “신은 게이”라는 그라피티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얘기했지만, 경찰은 그가 적은 문구는 “Ain’t got no whatchamacallit”이라고 밝혔다. 커트 코베인이 왜 이런 문구를 남겼는지, 그리고 왜 사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알리길 원했는지 알 수 없다. 그의 사인처럼 그저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항간엔 데이빗 보위의 머그샷이 홍보를 위한 화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갈한 머리, 매혹적인 외모, 잘 차려입은 양복까지 그런 얘기가 나올 법하다. 데이빗 보위는 1976년 3월 뉴욕 로체스터에서의 공연 직후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탄생한 데이빗 보위의 머그샷은 하마터면 쓰레기로 버려질 뻔했다고 한다. 경매회사 직원이 은퇴한 로체스터 경찰관의 쓰레기통에서 사진을 발견하고, 데이빗 보위의 미공개 사진을 경매 사이트에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보위의 팬이 2,700달러를 주고 산 뒤 이 사실을 보위에게 알리자 그도 함께 기뻐했다고 한다. 전에 인디포스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듯이 데이빗 보위는 음악만큼이나 유명 작가들과 함께한 전설적인 화보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완벽한 머그샷을 보고 있으니 그는 작가를 가리지 않는 완벽한 모델이 아니었을까.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