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다양한 활로를 통해 살아남는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종이 출판물이 살아남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다. 국내 최초 비주얼 머천다이저 매거진부터 로컬 인디 문화 덕질 보고서, 잡지 에디터 경력 엄마의 세 딸 사진집, 해양동물 아트북에 이르기까지 오늘도 세상 빛 보기를 눈앞에 둔 출판물 네 가지를 둘러보았다. 관심과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자.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 펀딩 기한순

 

최신 공간 기획 트렌드, <논메뉴얼> 4호

<논메뉴얼>은 국내 최초 VMD 매거진이다. VMD(Visual Merchanding)란 각종 상점의 판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이를테면 인테리어, 제품 진열 동선, 고객 이동 동선, 디스플레이 공간, 홍보성 공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판매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계획하고 구현하는 작업 전반을 일컫는 말. 개인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며 VMD 개념에 대한 이해 역시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공간의 트렌드와 이야기를 전하는 <논메뉴얼>은 현재 3호까지 나와 국내 여러 대형서점과 잡지 전문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에는 영국 런던을 넘어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번 4호는 2020년의 공간 트렌드와 인테리어 아이템의 신선한 형태 및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펀딩 가능한 기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서두르자. 국영문 통합본 1권의 가격은 24,000원이다.

<논메뉴얼> 4호 텀블벅 링크

 

대구에 가지 않고 대구 인디 문화 덕질하기, <빅나인 2019>

고대 로마 시대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을지 모르지만, 2020년의 모든 인디 음악이 홍대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세이 수미, 대구의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처럼 서울 밖에서 출발해 세계로 뻗어 나간 자랑스러운 우리네 인디 아티스트도 절대 적지 않다. 인구로 따졌을 때 국내 네 번째에 해당하는 대구. 이곳에는 홍대 주변과 마찬가지로 25년 넘게 이어오는 라이브 클럽과 로컬 신이 존재한다. 다 헤아렸을 때 200여 팀 남짓, 연간 100여 건의 음반이 발매되는 작은 음악 시장이지만, 대구의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자기들만의 터에 뿌리를 내린 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고, 또 이들로부터 힘을 얻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빅나인고고클럽은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대구 아티스트들이 활동한 음악 기록을 리뷰와 인터뷰 등으로 빼곡히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2018 EBS 헬로루키 with KOCCA'에 선정된 옥민과 땡여사부터 인디포스트에 소개된 오늘도 무사히까지. 대구 아티스트에 관한 소식이 240여 페이지에 꽉 들어찬 책 1권의 가격은 13,000원이며, 후원 옵션에 따라 잡지에 실린 아티스트들의 음원을 담은 컴필레이션 CD도 받아볼 수 있다.

<빅나인 2019> 텀블벅 링크

 

잡지 에디터 출신 엄마의 세 딸 기록기, <동그라미 세모 네모>

전 세계 가장 큰 패션 및 뷰티 잡지 <엘르 걸>. 영상영화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곳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던 '톰'(황지명)은 첫째 아이가 태어나며 별안간 '엄마'가 되었다. 그로부터 3년 뒤에는 둘째가, 6년 후에는 셋째가 태어났다. 잡지 에디터 아닌 엄마로서 산 지 9년, 어느새 9살, 6살, 3살배기 세 자매의 엄마가 된 톰은 그 동안 틈틈이 카메라를 놓지 않고 필름 사진에 담아온 딸의 모습들을 책으로 출판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일러스트레이터인 남편 '르마르'(조성흠)도 힘을 보탰다. 아이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전원생활을 결심한 톰과 르마르 가족.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과 건강을 찾은 세 자매의 자연스러운 표정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짓게 한다.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집, 20년 넘은 낡은 목조주택 단지의 풍경 또한 세 자매 못지않은 존재감을 전한다. 세 딸이 각기 외모는 조금씩 달라도 결국 같은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귀여운 도형이라는 의미에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라는 이름도 특별히 붙였다. 사진집 가격은 텀블벅 한정 10,000원이며, 5,000원을 더하면 첫째 자람이가 5살 때 그린 동생 그림이 새겨진 실크스크린 에코백을 함께 받아볼 수 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텀블벅 링크

 

멸종 위기의 해양동물들을 그림으로 담은 아트 북, <물고기 마지막 유언>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동물을 알고 기억할까? 개와 고양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반려동물이나 인류에게 익숙한 여러 가축, 미디어나 테마파크에서 접하는 유명한 동물들이 대개 전부일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가 인류의 탄생과 문명의 발전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물고기 마지막 유언>은 멸종 위기에 처한, 그러나 우리가 절대 평소에 알지 못했을 법한 해양동물 50종을 차분한 그림체와 예쁜 색감으로 담은 아트북이다. 평생 직접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동물들, 혹시나 이 아트북에서 본 후로도 다시는 보지 못할 자유롭고 예쁜 물고기들을 우리 기억과 인상에 조금이라도 더 남겨보고자 만들게 된 책이다. 물고기의 유언을 이미지로 직접 전한다는 의미에서, 그림 외의 백과사전식 정보 나열은 생략했다. 

<물고기 마지막 유언> 와디즈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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