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난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몸과 욕망은 주로 숨기고 감추어져만 왔다. 그것은 절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었음은 물론, 남성의 성적 도구와 대상으로써 은밀하게 혹은 성스럽게 그려져야만 했다. 음지에 갇힌 여성의 몸과 욕망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많은 현대 예술가들은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의 여성 사진작가 토노무라 히데카(Tonomura Hideka)는 남들이 드러내기 꺼리는 것들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들춘다. 앞서 10년 전에는 아버지에게 착취당한 어머니의 성적 욕망을 사진에 담았고, 현재는 암에 걸린 여성들의 상흔들을 기록하고 있다.

토노무라 히데카, 이미지 출처 - 토노무라 히데카 페이스북

 

<mama 恋 love>(2008)

1979년에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토노무라는 오사카 비주얼 아트 스쿨에서 신문방송학과 영화제작을 전공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곧바로 2003년에 젊고 재능있는 사진작가에게 수여하는 'Nikon Juna21'을 수상했다. 한때 신주쿠의 바를 경영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일본과 유럽 곳곳을 오가며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으며, 한국에서도 <mama 恋 love>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연 바 있다.

<mama 恋 love>의 콘셉트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는 제목 그대로 자기 어머니의 사랑을 사진에 담았는데, 그것이 아버지와의 사랑이 아닌 불륜 관계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직업도 없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아버지는 아내와 딸을 폭행한다. 그런 아버지를 벗어나 어머니는 불륜 상대와 대낮에 정사를 벌인다. 딸은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를 사진에 담는다. 떳떳하지 않은 가족의 치부를 자연스럽게 포착한 그의 작업을 두고, 누군가는 단순히 지나치게 관심을 끌려 했다거나 과도하게 선정적이라고 쉽게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갚아야 하는 빚을 하나둘 세는 어머니를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게 잠을 자는 아버지를 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에 빠진다. 그리고 그것이 자식의 눈, 딸의 시선이라면 더욱더 남다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토노무라 히데카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 네오룩

 

<Die of Love>(2018)

토노무라 히데카의 작품 속 여성들은 일탈을 꿈꾼다. 그리고 욕망을 직접 실현한다. 가장 최근의 작업인 <Die of Love>(2018)에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모든 가식과 긴장을 벗어던진 채 오롯이 성적 욕망에 집중하는 여성들을 그렸다. 여성이 포착한 이 순간들은 야하면서도 마냥 불편하지 않은 감정을 던져준다. 사진 속 피사체가 그저 대상이 아닌 주인공이 되는 까닭이다.

이미지 출처 - 토노무라 히데카 홈페이지

 

<Shining Woman Project>(2019~)

그가 새로 벌인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름하여 <Shining Woman Project>. 스스로 자궁 경부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 토노무라 히데카는 그동안 다뤄왔던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어두고, 자신과 같은 병마와 싸우는 동료 여성들의 몸과 흉터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음지에서, 때로는 양지에서 수도 없이 미학적으로 다루어져 왔지만, 막상 그 자신이 절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던 여성의 욕망. 반면에 질병의 상흔이라는 이유로, 게다가 그것이 늘 아름다워야 하는 여성의 몸이라는 이유로 미학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여성의 아픈 몸. 서로 무척 달라 보이는 두 이미지는 편견 없는 토노무라 히데카의 시선을 통해 동등한 의미를,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여성성과 주체성을 획득한다.

 

메인 이미지 출처 - 토노무라 히데카 페이스북
참고자료
최현종·남상부, '못난 딸이라 미안, 엄마.' 전시 소개글(2011), 출처 - 네오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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