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전시와 공연을 즐기기에 제격인 달이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있는 가을 날씨도 좋지만, 주중에 퐁당퐁당 있는 휴일도 이에 한몫한다. 10월 3일 개천절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 9일 한글날은 남아있으니, 앞선 휴일을 아쉽게 보낸 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전시들에 주목해보자. 무료한 하루를 가을만큼이나 풍성한 날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와 더불어 우리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는 뜻깊은 경험도 제공한다.

* 전시 종료 오름차순

 

지상에서 지하로, 도시에서 자연으로 -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축제>

자연 채광 돔으로 이루어진 지하 5층 깊이의 지하철역. 각종 영화와 CF 단골 촬영지. 2011년, CNN Travel이 선정한 '서울 지하철의 가장 아름다운 6개의 역' 중 2위를 차지한 곳. 출구에서 나오면 이태원 경리단길과 해방촌, 이국적인 분위기의 여러 다른 나라들의 대사관이 반기는 곳.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이름 뜻을 가진 곳. 모두 녹사평(綠莎坪)역 얘기다. 오는 10월 8일부터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아래 지하예술정원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의 일환인 1년여간의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완료한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에서 선보이는 가을 전시다.

지하철 녹사평역은 지난 3월 14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속 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자연 채광이 비치는 거대한 원통 구조를 내려가며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마주하다 보면, 절로 지상과 분리된 대자연의 세계로 온 것만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이번 가을에는 전유리, 윤민섭, 이상원, 엄아롱 등 4명의 작가가 각기 <숲속의 작업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작은 사람들의 도시>, <판타지 가든>이라는 주제로 색다른 감각과 친환경적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가드닝 프로그램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이곳을 방문해보지 못한 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자.

장소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일정 2019년 10월 8일~13일
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11시~오후8시 (화요일 휴관)
페이스북

 

음(音)에서 사람으로, 기호에서 존재로 - <음음음>

'기호는 의미를 담은 형식이다. 말하자면 세상 모든 것이다. 그런데도 내면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것은 때로 차갑고 딱딱한 것으로, 일상과 먼 것으로 여겨진다. <음음음(音音音)>전에 모인 세 작가는 기호를 통해 다름 아닌 '사람'을 말한다. 전시회 제목의 '음'은 곧 음악에서의 '음(音)'을 뜻하며, 동시에 저마다 다른 멜로디와 리듬을 읊조리는 허밍 소리이기도 하다. 이들은 마치 음처럼 각자의 방법과 자신만의 단위를 통해 '인물'을 묘사한다. 여러 기호가 각기 다른 뜻과 지향성을 담고 있듯이 <음음음>의 작품들 또한 그렇다.

에르메스 미술상,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은 오민 작가는 피아노와 시각디자인을 모두 공부한 전공을 살려 '보는 음악'을 실험한다. 사람의 몸이 규칙을 시행하고자 할 때 완벽하게 그것을 따를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변수를 발견하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를 분석하고 재해석한 안무가 아케미 나가오의 동작을 포착한다. 1980년대 영국 미술계에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Julian Opie는 선을 이용해 인간의 형상을 다양한 풍경으로 형상화한다. 원형 머리에 간단한 도형으로 이루어진 그의 인물상이 고층 파사드를 장식함으로써 도시는 서정적 풍경으로 변화한다. 최근 북서울미술관에서 <점, 선, 면> 전시를 열었던 홍승혜 작가는 픽셀 단위의 사람 형상을 완성한다. 커다란 세상은 결국 사람으로, 사람은 결국 작은 픽셀 단위 요소로 구성됨에 주목한다.

오민 <ABA Video>(2016) 스틸 이미지, 출처 - 갤러리SP
Julian Opie, <New York Couples 1-8>(2019), 출처 - 갤러리SP
홍승혜, 'welcome'(2019), 출처 - 갤러리SP
장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44가길 30 갤러리SP
일정 2019년 9월 21일~10월 26일
시간 화요일~토요일 오전10시~오후6시, 일요일 오후1시~오후6시
홈페이지

 

다름에서 같음으로, 너에서 나로 - <무무>

<2019 굿모닝스튜디오 10 입주작가 기획전: 무무>(이하 무무)는 '상상된 세계와 또 다른 감각'을 주된 콘셉트로 삼고, 구별과 구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처럼 각종 규범과 기준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 다수와 소수를 구분하여 바라보지 말고, 지금까지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전시에서는 '무무'라는 이름의 우리와 다른 모습을 지닌 외계 생명체를 상정하고, 그가 이 지구에서 살기 위해 우리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부분들까지 커다란 도전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즉,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상의 세계에서 장애인과 장애 예술가의 작품을 바라보자는 의미다.

<무무>는 국내 유일의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서울문화재단 공모 및 효성그룹 후원으로 입주한 12명 예술가의 작업물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획자들과 이번 10기 작가들은 '장예 예술'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더욱더 보편적인 시각에서 다른 관점과 감각을 제시하고 싶었다. 회화,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소개되며, 전시 취지에 맞게 텍스트, 점자, 음성 설명, 슬로프 등 관람 요소를 돕는 다양한 장치들도 마련될 예정이다. 전시 이후에는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스튜디오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김현아 작가, 이미지 출처 - '마이 프렌드 효성' 블로그
김환 작가, 이미지 출처 - '마이 프렌드 효성' 블로그
장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133길 11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일정 2019년 10월 16일~10월 30일
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11시~오후8시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Editor

정병욱 페이스북
정병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