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북클럽’. 최근 온라인을 통해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북클럽이라는 문화도 새롭게 생겨난 듯싶지만 사실 제1차 세계대전 후인 1919년, 서적 입수난에 허덕이던 독일에서 100명의 회원이 도서 보급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북클럽의 기원이다. 21세기 북클럽은 보통 정기적으로 선정 도서의 목록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원들과 공유하고 독서 과정을 소셜미디어 게시글로 인증하며 함께 책을 읽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리낌 없이 자신의 독서 취향을 공개하며 나아가 북클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해외 스타들이 있다. 할리우드 책 덕후들이 만든 북클럽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출처: 오프라 윈프리 트위터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토크쇼 스타일뿐만 아니라 배우이자 작가, 잡지 편집장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방송인이다. 1996년 자신이 진행한 윈프리 쇼의 북클럽 코너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해 왔다. 한창 토크쇼가 인기를 끌었을 때는 오프라 윈프리가 언급한 책이 순식간에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그의 북클럽은 화제였다. 당시 오프라 윈프리의 선택과 발언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면서 '오프라 효과'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안나 카레니나> <백 년 동안의 고독> <솔로몬의 노래> <에덴의 동쪽>과 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마야 안젤루의 <The Heart of a Woman>과 같은 인문서를 주로 추천했다.

2011년 오프라 윈프리 쇼가 막을 내리자 윈프리는 2012년 따로 `오프라 북 클럽 2.0'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벌여 온라인에서 북클럽을 이어 나갔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26세에 홀로 배낭을 지고 4,000km가 넘는 PCT 종주를 하며 인생을 반추하는 내용을 담은 책 <와일드>를 북클럽의 첫 도서로 선정했다. 해당 도서는 이후 장 마크 발레가 연출하고 리즈 위더스푼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그 외에도 오프라 윈프리는 빨간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 루비의 사랑과 광기에 대해 그린 신시아 본드의 <루비>, 두 여성의 관점을 통해 미국 노예제도 재해석한 수 몽 키드의 <The Invention of Wings> 등 여성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대중에게 소개했다.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독서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되레 꾸준히 책 읽는 행위가 자신의 취향을 표출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국내에 비해 자신의 독서 취향을 밝히며 책을 추천해주는 유명인들이 많다. 리즈 위더스푼은 여성 서사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회사 '헬로 선샤인'을 설립함과 동시에 '리즈 북클럽'을 개설해 다채로운 여성 서사가 담긴 책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 <와일드>를 제작한 곳이 헬로 선샤인이다. 또한 <커져 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드라마화한 <빅 리틀 라이즈> 시리즈도 제작했다.

리즈 위더스푼은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헬로 선샤인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계정을 통해 추천 도서를 매월 대중과 공유한다. 나아가 작가 인터뷰 영상도 선보이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못지않게 리즈 위더스푼의 마케팅 영향력도 크다.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위더스푼의 추천 이후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올해 3월 미국에서 100만 부 판매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으며 국내에는 지난 6월 출간됐다. 셀럽의 북클럽 활동이 도서 마케팅을 위한 매력적인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또 다른 사건이었다.

헬로 선샤인 공식 홈페이지

 

엠마 왓슨(Emma Watson)

개봉을 앞둔 영화 <작은 아씨들>로 돌아온 엠마 왓슨. 배우 활동을 하면서 엠마 왓슨은 '책장 공유(Our Shared Shelf)'라는 북클럽을 개설해 정기적으로 페미니즘 도서를 추천한다. 북클럽 회원들은 왓슨과 함께 책을 읽고 온라인상에서 토론하며 책 코멘트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왓슨이 북클럽을 통해 제일 먼저 소개한 책은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작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회고록 <길 위의 인생>이다. 이 책은 왓슨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이자 사회 운동가인 벨 훅스, 배우 제인 폰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후 왓슨은 버자이너 억압에 대한 보고서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아프리카계 여성이자 영화감독, 인권 운동가인 마야 안젤루의 마지막 에세이 <엄마, 나 그리고 엄마>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현재 엠마 왓슨이 북클럽 회원들과 정해서 읽고 있는 책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다. 토니 모리슨은 아프리카계 여성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일평생 차별에 저항하며 정치적이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저술했던 그는 지난 8월 타계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모리슨은 말의 힘을 이해한 언어의 마술사였다. 그 말을 이용해 그녀는 우리를 휘젓고 일깨웠으며 교육했고, 우리의 깊은 상처와 대면하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모리슨을 추모했다. 왓슨 또한 모리슨을 기념하며 <빌러비드>를 추천한 이유로 "인종과 노예제의 무거운 유산을 둘러싼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책"이라고 밝혔다.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