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콜롬비아에서 제작된 8부작 미니시리즈 <프론테라>(Frontera Verde)는, 식물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식물에 빛이 나는 장면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SF 걸작 <아바타>를 생각나게 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마존 정글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뒤쫓는 크라임 스릴러지만, 단순한 형사물이 아니라 정글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초자연적인 부족과 자연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이 스토리라인의 근간을 이룬다. 이들은 원시적인 생활과 자연의 지혜를 간직하며 살아가지만, 자연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관문’을 뺏으려는 외세는 그들의 평화를 깨트린다.

8부작 미니시리즈 <프론테라> 예고편

원제 <Frontera Verde>는 “푸른 경계”(Green Frontier)라는 의미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콜롬비아와 브라질 접경지역의 아마존 정글에 파견된 여성 수사관 ‘엘레나’를 따라간다. 숨막힐 듯이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아마존 정글에서 네 명의 여성 선교사가 살해되었고, 부근에서 심장을 빼앗긴 현지 여인의 사체 한 구가 발견된다. 이 여인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면서 아마존의 고대 부족, 이들의 능력을 뺏으려는 외부인, 아마존 삼림을 훼손하는 벌목꾼과 현지의 부패한 경찰들이 연루되어 미궁에 빠진다. 엘레나는 피살자 ‘우셰’가 영적인 능력을 지녀 늙지 않으며,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엘레나’와 ‘우셰’를 연기한 두 배우의 인터뷰 영상

이 드라마의 매력은 이색적인 영상미에 있다. 대부분의 장면이 깊은 아마존 정글에서 촬영되었고,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삼림으로 뒤덮인 배경은 압도적이고 숨이 막힌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원주민을 배우로 채용하고 그들의 부족 언어를 사용하여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과 나지막이 깔리는 환경 음악은 마치 정글 오지의 체험 여행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스태프는 지옥과 같은 열악한 촬영 환경으로 인해 고생했고, 특히 날씨, 홍수, 야생동물, 전염병 등으로 인해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들은 무력하게 자연의 자비를 바랄 수밖에 없었고, 촬영이 끝났을 때는 세상을 이해하고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엔딩 장면의 삽입곡, Love and Rockets ‘So Alive’

짙푸른 숲, 동물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생명이 충만한 강물이 흐르는 곳
정글 어머니, 당신은 나의 집입니다
제가 아무리 도망쳐도, 인간이 아무리 부정해도
당신은 이 세계의 모체입니다.

빽빽한 삼림의 아마존 정글에서 대부분이 촬영되었다

알 듯 모를 듯한 자막과 함께 시작하는 정글 드라마 <프론테라>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시간’, ‘영원’, ‘걷다’ 또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 같은 아마존 특유의 영적인 개념과 토속 신앙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드라마 <Narcos>를 제작한 콜롬비아 제작사 Dynamo와 넷플릭스의 첫 프로젝트로,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중남미 작품들을 자주 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