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Bauhaus)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설립한 예술종합학교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의 혼돈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에 기여할 수 있는 예술을 실현하고자 출발했다. 건축을 주축으로 예술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교육했고,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 한네스 마이어(Hannes Meyer)가 그로피우스의 뒤를 이어 바우하우스를 이끌었다. 1933년 나치의 탄압으로 폐교되며 14년의 길지 않은 역사를 마무리했지만, 이후에도 많은 예술가가 세계 곳곳에서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이어오며 그 영향력이 계속됐다.

올해는 바우하우스 탄생 100주년. 전 세계에서 이를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3월까지 회현동 피크닉(piknic)에서 개최된 재스퍼 모리슨 특별전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한 것이었다. 그리고 올가을 바우하우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와 특별한 전시가 찾아왔다. 영화 <바우하우스>와 금호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전시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을 소개한다.

 

영화 <바우하우스>

토마스 틸쉬(Thomas Tielsch)와 닐스 볼브링커(Niels Bolbrinker)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바우하우스>는 예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바우하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추구한 바우하우스의 철학이 어떤 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현대 예술가들의 활약을 통해 살펴본다. 바우하우스의 교수진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 파울 클레(Paul Klee)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은 예술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세상을 추구하며 학생들을 양성했다.

영화 <바우하우스>는 폐교 이후 세계로 뻗어 나간 바우하우스의 영향력이 현재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덴마크의 공간 디자이너 로잔 보쉬(Rosan Bosch)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고, 알프레도 브릴렘버그(Alfredo Brillembourg)와 후베르트 클룸프너(Hubert Klumpner)가 공동 창립한 스위스의 디자인 그룹 어반 싱크 탱크(Urban-Think Tank)는 남미의 슬럼가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반 시설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건축가 반 보 레-멘첼(Van Bo Le-Mentzel)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원한다면 도시에서 살 수 있도록 미니하우스를 선보였다. 영화에서 건축가 알프레도 브릴렘버그는 “21세기에는 도시 설계와 디자인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바우하우스가 추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이 지금 어떻게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전

영화 <바우하우스>가 인터뷰를 통해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Bauhaus and Modern Life)>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그 정신과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금호미술관의 3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이기도 한 이 전시는 금호미술관의 디자인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금호미술관은 500여 점의 디자인 컬렉션을 구축했는데 이번에는 바우하우스에서 강의했거나 그곳에서 배웠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위주로 총 120여 점이 전시됐다.

2층과 3층에 전시된 것은 의자와 책상 등의 가구와 유리, 세라믹 공예품 등. 모더니즘의 대가로 불리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의 탁자 세트와 책상, 크리스찬 델(Christian Dell)의 빈티지 조명들, 빌헬름 바겐펠트(Wilhelm Wagenfeld)의 아름다운 글라스 화병과 다양한 저장용기 등 하나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들이다. 특히 20세기 독일의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1929년 개최된 바르셀로나 국제박람회에서 선보인 <바르셀로나 의자>가 3층 전시실에 자리한다. 또 남성 중심의 금속공방에서 활약한 여성 아티스트 마리안느 브란트(Marianne Brandt)가 1930년대에 만든 탁상시계와 냅킨꽂이 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어린이 가구 컬렉션과 주방 가구 컬렉션이 펼쳐진다. 전시 제목의 ‘현대 생활’이란 표현처럼 조형미와 기능성을 살린 작품을 통해 일상 속 디자인과 주거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미술관 1층에는 〈바우하우스 뉴스 아카이브〉를 마련해 1930년대부터 최근까지 국내 일간지에 게재된 바우하우스 관련 기사들을 모아뒀다. QR코드를 통해 기사 원문을 확인하는 방식. 또 설치미술가 한경우 작가가 계단식 광장으로 디자인한 공간 〈선큰 스퀘어〉는 전시 관람을 하며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인 바우하우스의 스타일을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전

전시기간 2019년 8월 13일(화) ~ 2020년 2월 2일(일)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요금 일반 7,000원, 학생 6,000원, 어린이 4,000원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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