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전환하는 1999년에 등장하여 세기말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던 <매트릭스> 3부작이 부활한다. 영화 세 편으로 모두 16억 달러를 벌어들인 이 거대 프랜차이즈와 관련하여, 워쇼스키 자매는 후속편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시작 20년만인 올해 5월 자매의 한 측근이 인터뷰 도중, 자매 중 한 명이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토로하고 말았다. 그는 곧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였으나 <매트릭스> 후속편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는 지난주에 <매트릭스> 후속편 촬영이 내년 초에 시작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자매 감독 중 라나 워쇼스키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에 나서고,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의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팬들은 트리니티의 도움으로 네오가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에 환호했다. 1999년에 등장하여 20여 년 동안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친 매트릭스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버추얼 리앨러티(VR)
워쇼스키 자매는 워너 브라더스에 자신들의 영화 콘셉트를 설명하기 위해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보여주며 이를 실사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매트릭스> 이후 의식과 현실이 분리되는 버추얼 리앨러티(VR)은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 <써로게이트>, <트론>, <인셉션>와 같은 걸작들이 등장했다. VR 환경에서 배우들은 무술 고단자가 되어 현란한 기술을 선보였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매트릭스>의 원화평(袁和平) 같은 무술감독은 할리우드에서 한 동안 상한가를 쳤다. 또한 <매트릭스>에서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으로 상징된 두 가지 세계는, 당시에는 남자로 살았던 워쇼스키 자매에게 두 가지 젠더의 삶을 의미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매트릭스 패션
<매트릭스>에서 기계에 맞서는 인간들은 현실에서의 고단한 생활과는 달리, 매트릭스 세계에서는 멋있는 몸동작과 화려한 패션으로 등장한다. 검은색 가죽 트렌치코트로 대표되는 매트릭스 패션은 한동안 런웨이를 휩쓸었다. 이와 곁들여 워쇼스키 자매가 평소에 즐겨 착용하던 작은 렌즈의 선글라스, 무릎까지 오는 컴뱃 부츠 역시 인기였다. 이제 20여년이 지난 후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가 어떤 패션으로 영화에 다시 등장할 지도 화제거리가 될 것이다.
헤비메탈과 트립합
영화에 삽입된 매트릭스 사운드트랙은, 다양한 액션과 음울한 디스토피아 장면들에 걸맞게 헤비메탈, 일렉트로닉, 트립합 장르를 망라했다. 그중에서도 Rob Zombie의 헤비메탈 ‘Dracula’, Propellerheads의 일렉트로닉 빅비트 ‘Spybreak’, Rob Dougan의 연주곡 ‘Clubbed to Death’는 영화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거친 액션 신에서의 록 음악과 함께, 몽환적인 트립합 음악 역시 영화의 디스토피아 분위기와 함께 대중에게 새롭게 어필한 장르가 되었다. 사운드트랙 음반은 미국에서 150만 장을 팔았고, 그 밖의 10여 개국에서 골드를 기록했다.
Matrixism
<매트릭스>에는 구세주 ‘The One’, 예언자 ‘The Oracle’, 설계자 ‘The Architect’와 같은 종교적 존재들이 등장하여 인간의 실존 문제 같은 종교적인 의제를 다룬다. 이와 함께, ‘White Rabbit’이나 ‘Red Pill’와 같이 상징성을 가진 객체들이 등장하여 팬들중 일부는 <매트릭스>를 종교적인 시각으로 보았다. Matrixism은 <매트릭스> 3부작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종교적 운동을 총칭한다. 이들은 메시아의 존재, 몽환적인 약물, 다층적인 현실의 존재 등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내세우며, 영화의 빨간 알약 장면을 상징하는 붉은 ‘적’(赤)자를 Matrixism의 심볼로 내세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