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는 이름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가 지난 2월 9일 67번째 막을 올렸다. 1951년 분단 중인 독일의 서베를린에서 먼저 시작한 베를린영화제는 주로 비평가 중심의 시각으로 영화의 예술적, 철학적인 가치를 들추어 보며 이른바 ‘상업영화’와 대조되는 ‘예술영화’들을 선정해왔다. 약 열흘 동안 400여 편의 장,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가운데 올해도 역시 수많은 영화인의 설레는 실험과 검증이 이뤄진다. 과연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의 트로피는 어느 작품, 어느 감독에게 쥐어질까.

한편 베를린영화제는 폐막을 향해 가고 있으니 황금곰상 이야기는 영화 비평가들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베를린의 극장에 가지 못하는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이라면 영화제에 초청된 우리나라 작품일 터, 그것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앞서 2016년 베를린영화제에는 국내 작품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영), <위켄즈>(감독 이동하), <우리들>(감독 윤가은)이 초청되어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베를린에서 고국의 스크린으로 화려하게 귀환한 작품들이 저마다 중요한 인상을 남기며 국내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 올해는 총 5편의 장편영화가 베를린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곧 한국의 스크린으로 돌아올 영화이자 마땅히 중요한 인상을 남길 작품들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ㅣ2016ㅣ감독 홍상수ㅣ출연 김민희, 정재영, 서영화, 권해효

지난해 가장 큰 논란을 이끈 열애설의 주인공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국내 작품 중 유일하게 베를린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전작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 이은 세 번째 초청이다. 한편, 작품의 수상 여부보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민희와 함께 베를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지에 관해 더욱 관심이 쏠린 가운데,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영화 속 김민희의 모습. 김민희는 ‘극 중’ 유부남과 바람을 피운 뒤 괴로워하며 점차 자신의 존재를 발견해가는 배우 ‘영희’ 역을 맡았다. 그동안 일상적인 풍경 안에 사랑의 의미에 관한 질문과 모호한 답을 녹여온 홍상수 감독이 이번엔 어떤 답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예고편

 

<앙뚜>(다시 태어나도 우리)

Becoming Who I Wasㅣ2016ㅣ감독 문창용, 전진ㅣ출연 파드마 앙뚜, 우르갼 릭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성장영화를 다루는 제너레이션 Kplus 부문에는 <앙뚜>가 초청됐다. 국내에서 다양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맡아온 문창용 감독과, 4개국에서 프로듀서 겸 감독으로 활동해온 전진 감독의 작품. 인도 라다크에 사는 동자승 ‘앙뚜’가 환생한 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를 뜻하는 ‘린포체’로 임명되어 전생의 사원인 티베트로 떠나야하는 상황을 다룬다. 그러나 티베트는 중국의 티베트불교 반대에 의해 쉽게 갈 수 없는 곳. 곧이어 라다크 사원에서마저 쫒겨난 어린 앙뚜 곁을 지켜주는 것은 노스승 우르갼 뿐이다. 운명을 찾아 티베트로 향하기 위한 어린 소년과 노스승의 여정이 경이로운 풍광과 함께 펼쳐진다.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예고편

 

<춘천, 춘천>

Autumn, Autumnㅣ2016ㅣ감독 장우진ㅣ출연 우지현, 양흥주, 이세랑

작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전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춘천, 춘천>이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어 세계인에게 한국이 주목한 신인 감독의 실험적인 시각을 전달한다. 앞서 장우진 감독은 전작 <새출발>(2014)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차지한 독립영화계 신예다. 또한 배우 우지현이 장우진 감독의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주인공 ‘지현’을 맡아 이야기를 이끈다.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고향인 춘천으로 향하는 취업준비생 지현과, 동시에 춘천으로 향하는 수상한 중년 커플의 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진다. 감독은 춘천이라는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각기 다른 세대의 풍경에 집중한다. 베를린에서 돌아온 춘천의 새로운 풍경이 곧바로 국내 스크린에도 띄워질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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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베를린에서 선보이는 한국의 고전

<최후의 증인>, <오발탄>

▲ <오발탄> 스틸컷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복원한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과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이 포럼 부문에 함께 초청됐다. 당시 한국사회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은 고전영화 두 편은 빼어난 연출과 스토리로 오늘날까지도 수작이라 불리운다. 1961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를 포함한 고전작품들은 유튜브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바로가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일정 2017.02.09~2017.02.19
홈페이지 www.berlinale.d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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