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펑크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만한 독특한 앤솔러지 형식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넷플릭스에 등장했다. 제목이 보여주듯 사랑, 죽음, 로봇의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18편의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됐는데, 모두 폭력, 섹스 그리고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서로 다른 감독과 제작진의 작품으로 구성하여 배경이나 스토리, 그리고 그림체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테스트의 일환으로 네 가지의 에피소드 순서를 정하여 데이터 로그에 기록된 가입자의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순서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앤솔러지 애니메이션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 예고편

<세븐>, <파이트 클럽> 등 세련된 영상미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은, 최근 <데드풀>(2016)로 감독 데뷔한 영상 전문가 팀 밀러와 그가 공동 창업한 블러 스튜디오(Blur Studio)와 함께 <헤비메탈>(1981)의 리부트 프로젝트로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헤비메탈>은 동명의 성인만화 잡지와 콘셉트를 공유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폭력적인 장면과 누드, 섹스 영상이 많이 등장하여 사이버 펑크 마니아들에게는 컬트로 인정된다. 2000년에 후속작 <Heavy Metal 2000>을 냈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그 후에도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논의되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Heavy Metal>(1981) 예고편

넷플릭스의 실험적인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은 사이버 펑크 매니아들에게는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으나,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구태의연한 스토리를 따랐다는 비난도 따랐다. 넷플릭스는 시즌 2를 추가 제작하기로 하면서 총괄감독(수퍼바이징 디렉터)로 한국 출신의 제니퍼 여(Jennifer Yuh Nelson)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네 살 때 미국에 이민을 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보드 전문가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쿵푸 판다 2>(2011)와 <쿵푸 판다 3>(2016)의 감독을 맡았다. 그는 메이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첫 여성 감독이 되어 화제가 된 인물이다. 남성 관점의 지나친 폭력과 섹스 장면으로 비난을 샀던 <러브, 데스+로봇>이, 시즌 2에서 여성 감독의 관점에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러브, 데스+로봇>의 Inside the Animation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