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은 그곳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법. 도시의 유명 미술관들은 방대한 컬렉션을 갖추고 있으니 상설 전시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기획전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작품을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휴가 시즌을 맞은 이때,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는 어떤 전시를 하고 있을까?

 

뉴욕 – 휘트니 뮤지엄의 <2019 휘트니 비엔날레>

허드슨 강변에 자리한 휘트니 미술관

뉴욕에서는 가장 먼저 현대미술관인 MoMA(The Museum of Modern Art‎)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곳은 공간 확장을 위해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공사에 들어갔다. 그래서 현재 일시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 하지만 올여름 뉴욕을 찾는 이들은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를 감상할 수 있다. 휘트니 뮤지엄은 1931년 조각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가 설립했고, 1966년부터 메디슨가에 자리하다 2015년 허드슨강 변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20세기 이후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방대하게 소장하고 있는 이곳은 신축 이전한 뒤 근사한 야외 데크까지 갖춰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Image credit: Installation view of the Whitney Biennial 2019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May 17–September 22, 2019). Meriem Bennani, Ponytail, 2019, screening MISSION TEENS: French school in Morocco, 2019. Photograph by Ben Gancsos

이곳에서 개최하는 휘트니 비엔날레는 1932년 연례 전시로 시작해 1973년부터 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17일 시작해 오는 9월 22일까지 계속되는 ‘2019 휘트니 비엔날레’는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75명이 참여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그들의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런던 – 테이트 모던의 ‘올라퍼 엘리아슨’

테이트 모던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는 지난 7월 1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굉장한 여름 전시’라고 극찬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전시, <OLAFUR ELIASSON: IN REAL LIFE>가 개막했다. 덴마크 출신의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은 한국에서도 몇 차례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2003년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홀(Turbine Hall)에 거대한 인공태양을 띄운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로, 당시 약 2백 만 명이 관람했다. 그런 그가 테이트 모던에 돌아와 최신 작업을 전시하는 것. 어린 시절 아이슬란드에서 성장하며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해온 그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함께 다양한 관객 참여형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도 무지개 같은 자연현상을 전시 공간에 연출하고, 벽면에 사람의 그림자가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매혹적인 작품도 공개했다. 사회와 환경 문제에 관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깊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계속된다.

Olafur Eliasson (b.1967), Your uncertain shadow (colour), 2010, HMI lamps (green, orange, blue, magenta), glass, aluminium, transformers, Thyssen-Bornemisza Art Contemporary Collection, Vienna, Photo: María del Pilar García Ayensa/ Studio Olafur Eliasson, © 2010 Olafur Eliasson

 

파리 – 오르세 미술관의 ‘베르트 모리조’

오르세 미술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 이후의 근대 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곳. 1986년 개관한 뒤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의 주요 미술관으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최초의 여류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의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오르세 미술관이 베르트 모리조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한 것은 개관 후 처음. 친구였던 에드가 드가(Edgar Degas)나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파 화가 중에서도 가장 선구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여성과 아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휴양지의 풍경 등을 주로 그린 그녀는 삶에서 흐르듯 지나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섬세한 파스텔 톤의 색채로 표현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9월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초상화를 중심으로 베르트 모리조의 주요 작품들을 전시한다.

Berthe Morisot, Self-Portrait, © Musée Marmottan Monet, Paris / Bridgeman Images / Service Presse

 

상트페테르부르크 – 러시아 미술관의 ‘콘스탄틴 소모프’

러시아 미술관

여행지로 러시아를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봄에도 쌀쌀한 날이 많으니 7, 8월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미술관이자 유명 관광지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이지만,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러시아 미술관(Russkij Muzej)으로 가야 한다. 이곳은 러시아 미술에 관한 한 세계 최대의 컬렉션을 갖추고 있어 소장품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Konstantin Somov, 'Harlequin and the lady', 1921

그리고 오는 8월 8일부터 11월 4일까지 러시아 미술관의 일부인 미하일롭스키성(St Michael’s Castle)에서는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러시아 화가 콘스탄틴 소모프(Konstantin Somov)의 전시도 진행한다. 올해는 그의 탄생 150주년이자, 작고한 지 80년이 되는 해. 콘스탄틴 소모프는 러시아의 저명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풍경화와 삽화 등을 남겼고, 2000년대 미술시장에서 러시아 미술이 떠오르며 그의 작품이 경매에 출품돼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가 1890년대부터 1930년대 사이에 그린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