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서사는 언제나 상실로 귀결된다. 뜨겁고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내 우리는 모두 한때 사랑했던 대상의 부재를 목격하게 된다. 저마다 상실을 견디는 방식은 다르겠으나, 한 예술가가 연인의 존재를 기억하는 방법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다분히 사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사랑의 속성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이 예술가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란 이름을 지녔다.

ⓒ Felix Gonzales Torres, 이미지 출처 – ‘Dream Idea Machine
ⓒ Felix Gonzales Torres, 이미지 출처 – ‘Dream Idea Machine
ⓒ Felix Gonzales Torres, 이미지 출처 ‘Guggenheim

사탕은 그가 연인 로스를 되살리는 가장 직접적이면서 우아한 사물이다. 전시장 바닥을 채운 사탕의 총 무게는 175파운드(79kg)로, 관객은 자유롭게 사탕을 먹거나 가져갈 수 있다. 이는 연인 로스가 사망하기 전 가장 건강했을 당시의 몸무게다. 사탕은 곧 로스의 몸을 의미하는 사물이 되고, 그의 일부는 무수히 많은 관객의 입으로, 몸 속으로 녹아 편입된다. 전시 담당자는 사탕의 개수가 줄어들 때마다 일정한 양을 다시 채움으로써 175파운드의 무게를 유지한다. 그렇게 로스는 소멸했다 다시 채워진다.

ⓒ Felix Gonzales Torres, 이미지 출처 – ‘Guggenheim
ⓒ Felix Gonzales Torres, ‘Untitled,(Perfect Lovers)’(1987)

두 개의 원형 벽시계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무제, 완벽한 연인(Perfect Lovers)’이다. 시계는 처음엔 동일한 시간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건전지가 닳으며 자연스럽게 시차가 발생한다. 초에서 분으로 점차 다르게 나아가는 시계는 수명이 다해 새로 맞춰질 때까지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킨다.

작품의 부제는 완벽한 연인이나, 시계는 작가의 기대를 배신하듯 언제나 어긋나버린다. 단독자로 존재하는 이상, 각자가 떠나고 멈추는 시점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잘 조정된 정확한 시계일지라도. 제아무리 완벽한 연인일지라도 말이다.

그는 사탕과 시계 외에도 하나둘씩 빛을 잃고 명멸하는 전구, 로스와 함께 바라본 하늘을 촬영한 포스터를 전시장에 들여놓는다. 관객들은 로스의 몸을 의미하는 사탕을 입안에 문 채 포스터를 들고 돌아간다. 그리고 둘의 시간 속 존재했던 하늘을 갖게 된다.

ⓒ Felix Gonzales Torres, ‘Untitled’(1991), 이미지 출처 –‘Curiator
ⓒ Felix Gonzales Torres, 이미지 출처 –‘Leehassall’
ⓒ Felix Gonzales Torres, ‘Untitled(Bed)’(1991), 이미지 출처 – ‘Len Scratch

‘무제, 침대’(1991)는 로스와의 흔적을 찍은 흑백사진이다. 한때는 함께했으나 지금은 눌린 베개 흔적만이 남은 이 사진은 뉴욕에 위치한 24개의 광고판을 통해 소개되었다. 토레스는 예술이란 언어로 주류에서 벗어난, 소수자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랑을 뉴욕 가장 높은 곳에 세워두었다. 편견과 차별이 닿을 수 없는, 저 먼 곳에 가장 사적인 영역인 침대를 공개함으로써 그들의 사랑이 기이하거나 유별난 것이 아닌 인간 보편의 평범한 사랑임을 알린다. 그 시도는 사랑에 대한 우리 모두의 공통된 정서를 건드리고, 결국 상실을 경험한 대다수의 개인적 기억 속에 침투해버린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누구도 감히 부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곤잘레스 토레스가 연인 로스에게 보내는 편지

곤잘레스 토레스는 1996년 1월 9일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연인 로스와 같은 병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사랑에 관해 말하길 멈추지 않았다. 침묵하지 않는 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한 사랑은 완결되지 않는다. 닳은 건전지를 교체하고, 빈 사탕을 채우고, 같은 시간으로 시계를 맞추는 것. 존재의 상실을 채우려는 그의 시도는 현재진행형의 예술로서 완성을 향해 계속된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결국엔 상처받은 모두의 사랑을 묵묵히 위로한다. 그는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으로 완전해질 수는 있다’고.

 

Writer

유지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