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트랜스 여성 'Christina'(Maya Henry)가 이탈리아인 할머니 'Nonna'(Jacqueline Tarne)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Christina는 묵묵히 집안일을 해나가지만 아픈 할머니 돌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급기야 샤워를 해야 하는 할머니는 그의 앞에서 옷 벗기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과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까?

트랜스 여성과 병들고 나이 든 여성. 각기 다른 시선과 방식에 의해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두 몸이 마주하는 이 에피소드는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Luis De Filippis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 자신이 트랜스 여성이자 할머니 역시 이탈리아인이었던 De Filippis는, 비전통적 성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을 보수적 성향의 가톨릭 교도였던 할머니가 자신을 격려한 데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문맹이고, 영어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집은 제게 안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는 성별에 대한 나의 초기 탐구를 격려했습니다."

영화는 두 인물과 공간을 근거리에서 35mm 필름으로 비춘다. 청정한 고화질의 화면 속에는 인물들의 몸에 대한 그 어떤 착취적 시선도 담겨 있지 않으며, Christina와 Nonna의 연기는 감정적인 낭비도 없다. De Filippis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의 호연 덕에 이 단편은 '2018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고, 이후 다수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감독 Luis De Filippis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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