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등장한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 이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뚱뚱하다’며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사람들은 조금 줄었을지 몰라도, 플러스 사이즈를 다양성의 한 축으로 인정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나 질병으로 매도하는 편견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플러스 사이즈 모델 세 사람을 소개한다. 이들은 사회와 매스컴이 조장한 미적 전형에 의문을 제기하고, 겉보기와 숫자에 연연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함부로 재단하는 풍토에 도전한다.

 

김지양

김지양은 아마도 국내 플러스 사이즈 모델 중 가장 유명할 거다. 국내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업계 최전선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데뷔한 이후, 한국에 돌아와 국내 최초 플러스 사이즈 패션 잡지 <66100>을 창간했으며, 각종 방송, 강연은 물론 쇼핑몰 ‘66100’의 대표로 활동하며 업계 최전선에서 분투 중이다. 지금은 잠시 휴간했던 <66100>을 재창간 준비 중이다.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에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그는 20대 중반, 당시 가지고 있던 전 재산 1,500만 원을 들고 미국으로 날아가 오로지 모델이 되려는 꿈 하나로 60일을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인 최초로 미국 최대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 <풀 피겨드 패션 위크(Full Figured Fashion Week)>에 선다. 이후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 어패럴’에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 사진들을 보내 전 세계 온라인 투표에서 998명 참가자 중 8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지양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그저 가십으로 소비되는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현재 활동에 만족하기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획일적인 외모 지상주의 풍토가 만연한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고, 그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찾고자 노력 중이다. 그는 동시에 개인의 생각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나부터 생각을 바꾸고, 세상에 당당히 요구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양 인스타그램

 

테스 홀리데이(Tess Holliday)

영국의 테스 홀리데이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계 입지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의 표지를 장식하며 사회에 변화된 인식을 증명했다. 당시 사람들은 127kg의 그가 패션 잡비 표지를 장식한 것에 대해, “잡지가 비만을 홍보한다.”고 비난했지만, 코스모폴리탄 측은 이에 대해 “(플러스 사이즈인 사람들을) 가장자리로 몰고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질책하는게 더 큰 피해를 낳는다.”고 답변했다.

2010년부터 플러스 사이즈 모델 활동을 시작한 그는 키 165cm에 몸무게 127kg으로 수많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 중에서도 가장 큰 체구에 속한다. 그런 그는 자신을 늘 '긍정적인 보디 운동가'로 소개한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테스는, 이와 같은 운동이 활성화되기 전인 지난 2013년부터 일찌감치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의미로 "미의 기준을 깨라"는 뜻의 '#effyourbeautystandards'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사진을 올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우리 주변에서는 다양한 미의 기준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 플러스 사이즈를 '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쉽게 매도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테스는 이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뚱뚱하면 건강하지 않거나 나쁜 생활습관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건강한 몸은 모든 사이즈에 존재한다"고.

테스 홀리데이 인스타그램

 

키우 플러스(Kiu Plus)

이른바 'A4 허리 챌린지'가 중국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때가 불과 3년 전이다. 자신의 허리 면적이 A4 종이보다 작다는 것을 SNS 채널에 증명하는 릴레이에 젊은 중국 여성들이 무수히 동참했다. 신체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세계적으로 번져갔지만, 중국의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중국에도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홍콩 출신으로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키우 플러스(Kiu Plus)'는 모델로서는 물론 다양한 방면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계 인플루언서다. 그는 2018년에 브이로그를 시작해 여행이나 음식 리뷰는 물론 'Zara', 'Uniqlo', 'Taobao'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구매하는 일상 팁을 공유한다. 그가 직접 옷을 입고 모델링하는 영상에는 평소 옷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들의 감사 인사가 줄을 잇는다.

키우 플러스의 사례가 그다지 특별하게 비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 그 무대가 바로 중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통적인 미 기준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중국 문화권에서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일은, 미국이나 다른 글로벌 해외 국가들보다 실제 통계로도 수년 이상 늦다. 그런 중국에서도 키우 플러스와 같은 사례가 점차 많아지면서 중국 패션 브랜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소비를 위한 다양한 수요와 관점들을 점차 수용하고 있다.

키우는 시청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마십시오. 당신이 입고 싶은 것을 입으십시오."

키우 플러스 웨이보

 

Writer

끊임없이 실패하고도 여전히 사랑을 믿는 사람. 나를 어리석게 하는 모든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것들의 총체가 곧 나임을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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