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A LATE NIGHT│2012│감독 곽새미│출연 정연주, 이명하, 이정현│7분


늦은 밤, 한 여자가 택시에서 내린다. 도착한 곳은 본인이 사는 아파트가 아닌 인근 빌라. 계단을 올라 내려다본 창문에는 택시가 아직도 같은 자리에, 시동을 끈 채 서 있다. 잠시 뒤, 빌라에서 나와 아파트까지 걸어가는 여자. 하지만 등 뒤로 누군가 따라오는 기척에 불안한 마음을 떨구지 못하는데.

곽새미 감독의 단편 <늦은 밤>은 여성이라면 마땅히 느낄 수밖에 없는 일상적인 불안을 이야기한다. 늦은 밤, 혼자 탄 택시, 인적이 드문 귀갓길. 게다가 주인공의 휴대폰 배터리는 얼마 남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의 발소리는 점점 더 커져 온다.

영화의 결말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지라도, 우리는 이 속에 담긴 냉혹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요즘 SNS에 활발히 게시되는 해시태그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를 보면 오늘날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자취하는 여성들이 혼자 살면서 남성에게 받은 위협이나 충격 실화를 고백한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건, 2015년 텀블벅에 올라온 사진가 박경인의 <자취방> 프로젝트를 뒤늦게 발견하고부터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고스란히 담은 듯한 사진집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대한민국 여성들이 귀갓길은 물론 집에서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를 증명한다. 520만 명에 달하는 1인 가구의 절반이 혼자 사는 여성이고 대부분 크고 작은 불안에 시달린다면, 그리고 혼자 사는 여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다수 여성이 이 불안에 공감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여성에만 국한한 문제가 될 수 없다. 여성은 모두 누군가의 딸이고 형제고 여자친구이고 아내고 엄마이기 때문이다. 2012년에 만들어진 영화 <늦은 밤>과 2015년에 만들어진 사진집 <자취방>. 3년이란 시간차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은 이 지긋지긋한 ‘일상’의 불안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늦은 밤>은 곽새미 감독의 첫 번째 단편영화로 ‘제2회 SNS 3분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제5회 서울 세계 단편 영화제’에서 편집상과 청소년부 금상을, 불가리아에서 열린 ‘제74회 UNICA 세계영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의 두 번째 단편영화 <여름의 끝자락>(2015)은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으며, 세 번째 단편영화 <세이버>(2015)에는 배우 윤승아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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