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울리는 무거운 킥 드럼, 반복되는 기계음.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테크노의 열풍에, 한국 또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EDM 시장이 주를 이루는 한국에서는 테크노를 들을 수 있는 클럽은 많지 않다. 홍대와 강남의 EDM 클럽들은 지나치게 상업화 되어갔고, 젠트리피케이션화 되어가는 홍대와 강남에 언더그라운드 신은 자연스레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지나치게 상업화된 기존의 홍대와 강남의 클럽들을 떠난, 언더그라운드를 추구하는 DJ들은 합정, 이태원 등의 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순수하게 음악과 춤만을 위한 베뉴들을 형성했다. 초기에 포괄적인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플레이하던 클럽들은 점점 세분되어갔으며, 점차 장르 지향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게 됐다. 결국 같은 음악 성향을 공유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 각 클럽은 자연스럽게 특정 장르를 지향하게 되었다.

테크노만을 지향하는 클럽들이 생긴 지는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에 새로운 테크노 클럽들이 오픈했으며, 이곳들은 활발한 공연들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한순간의 유행일지, 한국에 깊이 정착하려는 언더그라운드 신의 한 단면일지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세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신에, 필자는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이 글에서는 서울의 그 어느 곳보다도 테크노가 어울리는 베뉴 세 곳을 소개하려 한다. 각 클럽이 추구하는 정신, 플레이하는 음악들을 미리 맛보고 어떤 베뉴에서 춤을 추어야 할지 알아보자.

 

1. 벌트 (vurt.)

“’오래된 미래’라는 슬로건과 함께 2014년 서울에 등장한 vurt.는 시대를 초월한 새로운 일렉트로닉 음악과 언더그라운드의 순수한 정신을 추구하는 단체로서,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동명의 공간에서 매달 언더그라운드 파티들을 주최하고 있다.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테크노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유럽, 북미 및 일본 지역의 테크노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서울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vurt.

섬세한 사운드 시스템과 어둡고 깊은 분위기는 테크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매 공연 뛰어난 디렉팅을 통해 훌륭한 DJ들이 레이버들에 둘도 없는 댄스플로어를 선사한다. 오랜 시간 활동한 베테랑 DJ들이 운영하는 만큼, vurt.는 테크노를 즐기는 레이버들에게 최적의 공간일 수밖에 없다.

보통 금요일, 토요일에 파티를 개최하며 평일에는 앰비언트 음악을 틀어주는 앰비언트 바로 운영된다.

* 사진 및 영상촬영 금지, 플래시 금지

 

주소: 마포구 합정동 4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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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볼노스트 (Volnost)

Volnost 내부, 출처 - Resident Advisor

2017년 탄생한 이태원의 Volnost는 더욱더 강력한 레이빙을 할 수 있는 베뉴다. 서울의 테크노 DJ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활발한 공연들로 레이버들에게 사랑받는다. 드라이빙한 테크노는 물론, 깊고 어두운 분위기의 댄스음악이 플레이된다. 또한 다양한 파티 컨셉들은 매 파티마다 그 개성과 고유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가끔 단순한 테크노만이 아닌 새로운 전자음악 아티스트들과, VJing, 전시를 겸하는 파티를 진행한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친 Volnost는, 개성이 더욱 도드라지는 베뉴로 발돋움했다.

* 사진 및 영상촬영 금지, 플래시 금지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 136-1,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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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베톤 부르: 콘크리트 바 (Beton Brut : Concrete Bar : Rebus)

Beton Brut : Concrete Bar 는 이태원에 위치한 문화공간이자 테크노 클럽이다. ‘Beton Brut’는 프랑스어로 ‘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 혹은 ‘노출된 콘크리트’ 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Beton Brut : Concrete Bar 는 이러한 이름답게 언더그라운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콘크리트 벽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Function-one 사운드 시스템으로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활발하고 색채감 있는 레이빙을 즐길 수 있는 베뉴다.
Beton Brut : Concrete Bar 는 Beton Brut와 Concrete Bar로, 두 개의 플로어로 구성되어 있다. 댄스 플로어 위주의 Beton Brut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있을 때, 혹은 파티가 있을 때 메인 플로어로 존재한다. Concrete Bar는 테크노 외에도 하우스, 트랩, 이탈로 등의 다양한 장르가 플레이되기도 한다.
현재 Beton Brut는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잠시 쉬고 있으며 Concrete Bar 만 운영 중이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1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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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서울에서 활동하는 테크노 프로듀서 Einox는, 2019년 첫 EP를 내며 데뷔했다. 국제적인 레이블들에서 여러 리믹스들과 EP를 발표하며, 씬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학과 예술학을 전공하며, 세상의 모든 자극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