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은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병을 치료하거나 육체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약물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해치는 무기가 된다. 미국은 약물 중독 사망이 점점 증가하자 특정 마약성 진통제를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버닝썬’ 사태 이후 약물 이용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세 다큐멘터리 <이카루스> <슈퍼맨 각성제> <헤로인 vs. 히로인>은 각각 다양한 주제로 약물 문제를 다루고 있다. 러시아가 개입한 스포츠계의 약물 사태를 다룬 <이카루스>, 미국 현대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약물에 관한 <슈퍼맨 각성제>, 마을의 약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여성 영웅의 이야기 <헤로인 vs. 히로인>을 살펴보자.

 

 

1. <이카루스>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아버지의 주의를 무시하고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높게 날다가 바다에 떨어져서 죽는 인물이다. 브라이언 포겔이 감독 제작한 <이카루스(Icarus)>(2018)는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다. 더 높게 날고자 욕심부렸던 이카루스처럼 러시아는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고자 대대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도핑을 묵인한다. 결국 그 비리가 밝혀지고, 러시아 선수 일부는 도핑 스캔들로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한다. <이카루스>의 주인공은 러시아 도핑 스캔들의 내부 고발자였던 모스크바 올림픽연구소 소장, 롯첸코프다. 거대한 음모에 연루된 한 개인을 조명한 <이카루스>는 2018년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하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오웰상 및 관객상을 받았다.

 

올림픽 메달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다큐멘터리의 묘미는 우연성이다. <이카루스>의 전개는 감독이 처음 의도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감독은 직접 자신의 몸에 약물을 주입해 아마추어 사이클 대회에서 성적을 올려 약물 검사 시스템의 결함을 증명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감독은 UCLA 올림픽연구소의 창립자인 돈 캐틀린에게 자문을 구하지만 거절당한다. 대신 돈 캐틀린은 세계반도핑기구에서 일했던 롯첸코프를 소개한다. 감독이 롯첸코프와 함께 개인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동안 독일의 ARD 방송국은 롯첸코프가 러시아 육상선수의 도핑 스캔들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러시아 국가 차원의 도핑 스캔들이 터지자 감독은 관점을 돌린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더 이상 감독 자신이 아닌 러시아 도핑 스캔들의 내부 고발자인 롯첸코프다. 롯첸코프는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러시아 정부에 홀로 맞선다.

 

 

2. <슈퍼맨 각성제>

앨리슨 클레이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맨 각성제(Take Your Pills)>(2018)는 애더럴이라는 각성제를 둘러싼 미국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오늘날 처방용 각성제 시장은 130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약물을 복용하는 아이들의 수는 350만 명에 달한다. 애더럴의 주성분인 암페타민은 의료용으로 처음 생산되었지만, 각성 효과 때문에 질병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약물이 되었다. 재즈 비밥의 창시자 찰리 파커, 잭 케루악을 포함한 비트 작가들, 앤디 워홀 역시 오랫동안 작업 보조제로 암페타민을 복용했다고 한다. 해당 약물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중독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자 미국 정부는 암페타민, 애더럴을 2급 규제 약물로 지정한다. 하지만 ADHD 진단을 받으면 애더럴을 구할 수 있는 탓에 학생들은 암암리에 약물을 구한다. 약물이 일탈의 수단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복용자들은 더 많은 생산성을 내기 위해 약물을 먹는다.

 

경쟁사회와 각성제

<슈퍼맨 각성제>는 애더럴을 복용했던 대학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 NFL(미국 프로 풋볼) 선수, 예술가 매니저, 금융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애더럴 복용으로 수행 능력이 강화되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일부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수면을 유도하는 다른 약을 복용하고, 약물을 의존하게 되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다큐멘터리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각성제를 먹어도 인지 능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뭔가 더 잘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뿐이라고 밝힌다. 또한 사람들이 애더럴을 찾는 까닭은 무한 경쟁 사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살아남기 위해 본인의 본래 능력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끼는 학생들은 약물의 힘을 빌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인간이 사색하고 반성하고 방황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을 잃게 될 거라고 다큐멘터리는 자답한다.

 

 

3. <헤로인 vs. 히로인>

40분짜리 다큐멘터리 <헤로인 vs. 히로인(Heroine(e)>(2017)은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의 모습을 담는다. 이 마을의 일상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헌팅턴의 약물 남용 사망률은 미국 평균의 10배다. 하루에 발생하는 약물 사건은 5~7건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을을 약물 중독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힘쓰는 세 여성이 있다. 바로 웨스트버지니아주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소방서장이 된 잰 레이더와 캐벌 카운티 마약 법원 판사 퍼트리샤 켈러, 사회 복지사 네시아 프리먼이 그 주인공이다.

 

약물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다큐멘터리는 이 세 여성의 일상을 교차 편집하여 보여준다. 잰 레이더는 약물 중독에 빠진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각 소방서에 날록손(아편에 대하여 길항 작용을 하는 약)을 보급한다. 퍼트리샤는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 중독자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브라운 백 사역단의 네시아 프리먼은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위험에 노출된 성노동자들을 돌본다. 이들의 의지와 노력은 조금씩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나자는 과거 마약 중독자였지만,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네시아와 함께 일한다. 미키 역시 중독 치료를 받으며 잰과 함께 주말마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한다. 히로인은 헤로인 중독이라는 장기전에 맞서며 마을과 중독자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