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6월, 극장가는 또다시 화제의 프랜차이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구상에 암약하는 외계인을 전담 관리하는 비밀 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MIB 3부작 시리즈 이후 7년 만에 리부트 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이 찾아오는 것. 2조 원의 흥행 수입을 올린 MIB 3부작의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 콤비를 대체할 주연 배우는 다름아닌 MCU의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와 ‘발키리’ 테사 톰슨. 관록의 배우들이 이룩한 MIB의 흥행 신화를 신진 배우들이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예고편

 

흥행 3부작 MIB의 사이드퀄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MIB(Men in Black) 3부작의 사이드퀄(Sidequel)이라 부른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전작의 캐릭터나 사건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작이 MIB의 뉴욕 지부를 다루었다면 신작은 MIB의 런던 지부를 배경으로 한다. 1997년에 첫 선을 보인 MIB 3부작은 모두 16.5억 달러, 약 2조원에 육박하는 박스 오피스 흥행을 기록했다. 말 많은 윌 스미스와 말을 아끼는 토미 리 존스 콤비로 SF 액션 코미디 장르에서 확실한 팬덤을 구축했다. <맨 인 블랙 3>(2012) 이후 두 사람은 <맨 인 블랙 4>에도 출연할 것이라 밝혔고 수 차례 시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나, 결국 소니는 프로젝트를 새롭게 리부트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영화 <맨 인 블랙 3> 예고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찾은 두 배우

MIB 후속 프로젝트를 결정한 소니 영화사는 MCU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2017)의 두 배우를 주목했다. 8억 5천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린 이 영화에서 토르 역의 호주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와 발키리 역의 테사 톰슨 두 사람의 케미에 관심을 가진 것. 소니는 <토르: 라그나로크>의 흥행 성공으로 한창 바빠진 두 사람에게 접근하여 신속하게 캐스팅 계약을 마쳤다. 수다스럽고 속물같은 ‘에이전트 H’ 역에 크리스 헴스워스, 불굴의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신참 ‘에이전트 M‘ 역에 테사 톰슨을 캐스팅하여, 버디 캅(Buddy Cop) 콤비를 구성한 것이다.

<토르: 라그나로크>에 출연한 테사 톰슨과 크리스 헴스워스

 

영화계 페니니즘의 전도사 테사 톰슨

테사 톰슨은 2018년 인터뷰에서 커밍아웃한 바이섹슈얼이지만, ‘커밍아웃’이나 ‘바이섹슈얼’ 같은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넬 모네의 뮤직 비디오에 연속 출연하며 연인 관계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지난 해에 연인 관계가 맞다고 쿨하게 밝힌 바 있다. 그는 할리우드의 #MeToo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 <Time’s Up>의 열렬한 활동가이고,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직접 ‘4% Challenge’ 캠페인을 선언했다. 캠페인은 지난 10년간 할리우드의 여성이 감독한 영화 비중이 4%에 불과하며, 이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 운동이다. MIB 세계관의 주연급 출연과 함께 MCU 계약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LGBTQ 액션 히어로의 대표 주자로 부상할지 기대된다.

영화 <Creed II>(2018) 사운드트랙 ‘I Will Go To War’을 부른 테사 톰슨

하지만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와 인기 형사 프랜차이즈 영화 <Shaft>의 북미 시장 개봉 시점이 겹쳐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개봉 첫 주의 실적이 4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어 역대 MIB 영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두 배우가 올여름 뜨거운 영화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