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퍼진 많은 영상 중 제목이 ‘HOW TO'로 시작하는 튜토리얼 영상 형식은 언제 어디에나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러한 영상이 필요하다는 실질적인 측면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그와 같은 범용성 덕분에 이러한 튜토리얼 영상을 패러디하는 채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비슷한 듯 다른 패러디 사이

노래를 부르거나, 비트를 만들거나, 연주를 하거나. 유튜브에는 많은 음악 관련 영상이 있는만큼 당연하게도 음악에 대한 튜토리얼 영상들도 존재한다. 그 중에서 Imaginary Ambition과 FrankJavCee, 그리고 AcesToAces는 DAW*를 바탕으로 패러디와 튜토리얼 사이에 있는 묘한 유머 감각의 ‘HOW TO’ 영상들로 인기를 얻었다. 세 채널은 공통점이 무척 많으며, 실제로 Imaginary Ambition과 FrankJavCee는 서로가 서로의 스타일을 패러디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세 채널이 비슷한 콘셉트를 갖고 있음에도 각 채널의 패러디 방식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베이퍼웨이브(Vaporwave)와 퓨처 펑크(Future Funk)를 만드는 법을 다룬 각자의 영상들을 보면 그 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녹음, 편집, 재생하는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을 통칭하는 말

 

FrankJavCee

FrankJavCee <HOW TO MAKE VAPORWAVE>

FrankJavCee는 DAW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여기에 다양한 소리와 이미지, 농담을 추가해 영상을 전개한다. <HOW TO MAKE VAPORWAVE>의 경우, 베이퍼웨이브의 기본적인 특징을 설명하고, 직접 작업하는 걸 보여주면서 특유의 밈 요소들을 과장되게 더한다. 다른 영상에서도 튜토리얼 장르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장르의 특징과 관련된 개그들을 많이 집어넣는다. 이를테면 클라우드 랩을 만드는 영상에서는 “일단 구름이 되어야 한다.”면서 시작하거나 트랩의 경우 음악을 만드는 내내 해당 장르에서 과도하게 쓰이는 특징들을 하나씩 기묘하게 비유로 비꼬는 식으로 말이다.

 

AcesToAces

AcesToAces <FUTURE FUNK IN 1 MINUTE>

AcesToAces는 FrankJavCee의 영상에서 음악 만드는 부분을 따로 모아 놓은 것과 비슷하다. 짧으면 1분, 길어도 3분을 거의 넘지 않는 튜토리얼 영상 속에서 채널은 각 장르를 길게 소개하기보다, DAW로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각 장르의 특징적인 소리들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빠른 전개로 보여주면서도, 매 순간마다 소소한 유머를 추가한다는 점이 AcesToAces만의 특징일 것이다. 이렇게 패러디와 튜토리얼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 있어도, 영상들에서는 결과적으로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며, 심지어 영상 자체도 튜토리얼의 기능을 일정 수준 해낸다.

 

Imaginary Ambition

Imaginary Ambition <How To Vaporwave>

Imaginary Ambition 역시 DAW로 음악을 만들어 튜토리얼 영상들을 패러디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주제와 전혀 연관성 없는 소재들을 끌어온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이는 Imaginary Ambition이 실제로 집에서 노트북 화면이나 기타 장비들 등을 촬영하는 식으로 영상을 구성한 덕분일 터. 베이퍼웨이브 영상 같은 경우 ‘리버브 마요’를 바르고 그 위에 낡은 테이프를 올린 노트북을 오븐에 넣어 굽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 방식들은 주로 베이스나 신스, 킥 드럼 등 DAW에 들어갈 악기들을 다른 사물의 소리들로 대체한다거나, 영상 중간에 갑작스럽게 일종의 상황극을 넣는 방식 등이 있다. 이를 기본적인 구성으로 하되,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 편에서는 ‘아니메’를 패러디한 긴 회상 신을 넣고, 데스 그립스(Death Grips) 편에서는 엔진 소리나 신발 소리를 녹음하거나 종이로 만든 베이스를 때리는 등 유머러스한 설정을 추가한다. Imaginary Ambition만의 매력은 이처럼 튜토리얼 영상에 주어진 요소들을 매우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물론 음악 결과물도 좋다.

 

말초적 극단과 은근한 코미디 사이

How To Basic

How To Basic <빅맥 만드는 방법>

음악 이외에, 요리 튜토리얼을 패러디하면서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두 채널을 소개한다. 하나는 유튜브에서 지속적해서 악명을 떨쳐온 How To Basic이다. 이 채널은 제목이 어느 정도 암시하는 일반적인 튜토리얼 영상의 전개를 말 그대로 파괴한다. 영상 초반부는 나름 평범하게 진행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갑작기 수많은 음식과 각종 물건들을 집어 던지고, 깨뜨리고, 섞고, 망가뜨리고 괴성을 지른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막 나가는 파괴는 매우 빠르고 혼란스러운 편집으로 나타난다. 이런 극단적이고 말초적인 장면들은 당연하게도 충격 효과를 위한 것이었고, 그 방식들은 실제로 큰 효과가 있었다. How To Basic은 2010년대 초중반 내내 바이럴한 밈이 되어 수많은 리액션 영상이나 채널 자체를 패러디하는 영상들로 관심이 죽 이어졌다. 이 혼란스러운 파괴 과정에서 항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란 때문에 국내에서는 ‘계란 성애자’라고도 불렸다. 최근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그의 정체에 대한 추측하는 밈이 나타났지만, 어쨌거나 How To Basic은 지금도 여전히 뭔가를 부수고 있을 것이다.

 

You Suck At Cooking

You Suck At Cooking <정의의 샌드위치>

물론 앞의 음악을 다룬 채널들처럼 다양한 유머들을 적절히 집어넣으면서도, 실제로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튜토리얼 채널도 있다. Imaginary Ambition의 베이퍼웨이브 영상에서도 아주 잠깐 오프닝 노래가 등장한 You Suck At Cooking으로, 종종 YSAC로도 불린다.

2015년에 시작한 이 채널은 어떻게 보면 2017년 채널을 시작한 Imaginary Ambition에게 영향을 줬다고도 볼 수 있다. 영상의 특징에서 그 공통점 혹은 영향 관계가 나타난다. YSAC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영상을 구성하고, 주로 요리를 하며 엉뚱한 상황 설정과 요리 이름을 이용한 말장난, 적절하고 창의적인 편집 등을 활용해 내용을 구성한다. 더불어 영상 끝마다 등장하는 짧은 노래들과 더불어 채널의 러닝 개그로 쓰이는 계란들의 대화 또한 채널만의 특징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결과적으로, YSAC의 튜토리얼을 따라 하면 꽤 맛있는 음식이 나오며 영상 뒤의 음악도 그 음식을 먹으며 듣기에 좋다.

 

How To Basic을 제외한 위 채널들은 튜토리얼 영상의 클리셰를 패러디하고, 다양한 코미디 요소들을 영상에 넣지만, 의외로 튜토리얼 역할도 충실히 해낸다. 이러한 특징에서 나오는 아이러니한 유머야말로 이 채널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고, 또한 매우 영리하게 활용하는 특징일 것이다.

 

Writer

어설픈 잡덕으로 살고 있으며, 덕심이 끓어 넘치면 글을 쓴다. 동시대의 대중 음악/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인디 게임, 인터넷 문화, 장르물 등이 본진(중 일부). 웹진 weiv에서 대중 음악과 비평에 대해 쓰고 있고,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창작/비평하고자 비효율적으로 공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