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을 쳐봐도 이게 다일지도 몰라 
아무도 찾지 않는 연극 
그 속에서도 조연인 내 얘긴 

그래도 조금은 나 특별하고 싶은데 
지금 그대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 앞에선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 9와 숫자들, ‘높은 마음’ 가사 중에서

9와 숫자들의 ‘높은 마음’ 가사 속에는 낮은 곳에 갇혀 있을수록 높은 마음으로 살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연극, 그 속에서도 조연인 나.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높은 마음’ 가사 인용)”,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버둥거릴수록, 일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고, 떠나고 싶을수록 현실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선과 우리의 마음은 지나온 곳보다 높은 곳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와 숫자들, ‘높은 마음’

높은 마음과 시선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별을 보러 가자’는 제안을 해보고 싶다. 지구라는, 한국이라는, 나와 우리라는 존재가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임을 느낄 때, 붉거나 청명한 별의 나이가 100년도 1000년도 아닌 몇 만 년을 훌쩍 넘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모든 인간이 하찮다고 느낄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위로. 쓸쓸하고 조용하고, 그렇게 잔잔하게 오래가는 위로를 안기고 싶다. 1박 2일이면 충분하기에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직장인들도 충분히 가볼 수 있는, 별빛을 품은 한국의 천문대들을 소개한다.

 

영월 별마로 천문대

강원도 영월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는 해발 799.8m인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별 + 마루(정상) + 로(고요한 로)라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별마로’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봉래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산 꼭대기 평지에 고요히 서 있는 아름다운 별마로 천문대를 발견할 수 있다. 천문대는 오로지 예약으로만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곳에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별 관측이 가능하다. 별마로 천문대에는 둥근 돔에 가상의 별 3000여 개가 가득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천체투영실이 있으며, 이곳에서 별자리 관측법을 포함, 별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별마로 천문대에서의 또다른 묘미는, 천문대 옆에 위치한 활공장에서 영월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의 별이 그대로 땅에 내려온 듯 아름다운 영월의 야경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왠지 들뜨게 만든다. 활공장 잔디에 누워 그날 배운 지식을 토대로 여러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별마로 천문대 은하수 촬영, 출처 – 유튜브 ‘청암 tv’

 

 

화천 조경철 천문대

조경철 천문대, 출처 – 인스타그램 @yjy8615 

해발 1010m에 이르는 광덕산 정상 지역, 때 묻은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에 홀로 서서 자리를 지키는 천문대가 있다. 조경철 천문대는 '아폴로 박사'라고도 불리며 한국에 천문대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던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천문대다. 여기가 한국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자연 속에 위치한 이 천문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은하수 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사람의 왕래가 아주 적은 '무공해 청정지역'이기도 하여서, 이곳에서는 별과 함께 고즈넉한 자연을 마음껏 만끽할 수도 있다. 천문대에는 조경철 박사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조성되어 있으며, 시민천문대로서는 가장 큰 1M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별의 모습을 더욱 환하게 볼 수 있다.

조경철 천문대, 출처 – 인스타그램 @yjy8615 

말 그대로 '별이 빛나는 밤'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화천의 조경철 천문대를 추천한다. 깊은 산 정상에 있기에 자가용이 없다면 가기가 힘들지만, 조경철 천문대 바로 주변에 있는 숙박시설에서 어느 정도 거리 내에서 픽업을 해주기도 하니, 이 부분을 알아보면 좋겠다.

조경철 천문대 은하수 촬영, 출처 – 유튜브 ‘드론촬영 김군’

 

서울 과학동아 천문대

과학동아 천문대, 출처 – 인스타그램 @aprilleaf_ 

별을 보러 지방까지 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과학동아 천문대'를 추천한다. 맑은 날이면 서울에서도 다른 곳 못지 않게 밝은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약간의 관심과 시간만 낼 수 있다면, 회사원들도 퇴근한 후 야간 관측 프로그램을 들으러 갈 수 있다. 과학동아 천문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연다는 것이다. 별과 별자리에 대한 수업, 달을 관측하는 프로그램, DSLR로 천체 사진을 찍어주거나 우주 정거장을 함께 관측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기획되고 있다. 

과학동아 천문대, 출처 – 인스타그램 @aprilleaf_ 

날씨가 좋지 않으면 관측이 어려운 다른 천문대와 차별점을 두어, 과학동아 천문대에는 악천후에도 찾아오는 시민들이 별에 대해 더욱 많이 알아갈 수 있도록 대체 프로그램을 성실히 기획하고 있다. 교통편도 편리하여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하늘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과학동아 천문대 월출 촬영, 출처 – 유튜브 ‘와우와우’

 

낮은 곳에 있는 몸으로 높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은 역시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에 시선을 돌려보길 추천한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만큼, 우리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것도 없을 테니.

 

메인 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 @yjy8615 조경철 천문대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