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과 한희정, 뷰티풀데이즈의 오희정 같은 베테랑 뮤지션은 물론, 싱어송라이터 홍혜림과 바이올리니스트 장수현까지. 긴 시간 해온 대로 꿋꿋하게 혹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내걸고 발표한 솔로 뮤지션들의 신보를 소개한다.

* 발매일 최신순

 

오희정 <욥> (2019.04.01)

오희정은 오희정이다. 그가 밴드 뷰티풀데이즈의 보컬로 한창 활동했던 시기는 이제 10여 년 전 얘기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첫 번째 솔로 EP를 내놓은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오희정을 대표하는 음악은 이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뷰티풀데이즈 시절의 인디 록보다 깊은 내면을 간결하고 몽환적으로 전하는 일렉트로닉 스타일로 훨씬 익숙하다.

오희정 ‘욥’ MV

오희정은 지난겨울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솔로 활동 이후 꾸준히 해오던 곡 작업과 녹음에 만족할 수 없었던 탓이다. 본격적인 솔로 활동이 준비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EP 타이틀 ‘욥’만 해도 밴드 시절과 다르게 다소 차분하고 담백하게 부르는 노래가, 나른하면서도 선명한 배경 사운드와 갈수록 잘 어우러진다. 칠(chill) 무드를 고스란히 시각화한 듯한 뮤직비디오의 서핑 영상도 인상적이다.

오희정 페이스북

 

 

장수현 <Both Sides> (2019.04.01)

살롱 드 오수경과 단편선과 선원들의 멤버로, 사비나앤드론즈, 생각의 여름 등 여러 뮤지션의 찰떡궁합 세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바이올리니스트 장수현. 그가 첫 번째 솔로 정규앨범을 예고하며 수록곡 ‘양면’을 선공개 했다. 제희 퀸텟과 이명건 트리오로 활동한 재즈 피아니스트 이명건, 뉴 아트 트리오의 베이시스트 김성수, 드러머 오종대가 재지한 반주로 힘을 보탰다.

장수현 ‘양면’ MV

장수현의 바이올린 연주가 단출하고 조심스럽게 출발해, 경쾌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구간을 지나 피아노가 이를 이어받는 중후반까지, 이 노래는 분명 의심할 바 없이 좋은 감상용 연주곡이다. 그러나 피아노 솔로 파트 뒤로 바이올린이 차츰 불안한 화음을 쌓아가더니 이내 뒤틀린 앰비언스 사운드가 음악 말미를 뒤덮으며, 곡의 주제인 양면성을 드러낸다. 앨범의 수록될 다른 곡들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곡.

장수현과 원다희 인스타그램

 

 

이지형 <사뿐사뿐> (2019.03.27)

1994년 밴드 위퍼로 활동을 시작해, 노브레인과 함께 '드럭'(현재 DGBD)의 컴필레이션 <Our Nation 2>(1997)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지형은 국내 인디 신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꽃미남 록커’로 ‘홍대 원빈’으로 이름을 알렸고, <Radio Dayz>(2006)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하기도, 토이 6집 ‘뜨거운 안녕’(2007)의 객원 보컬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지형 ‘사뿐사뿐’ MV

진지한 비음의 멋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이지형의 목소리가 한껏 힘을 뺀 채 밝은 정서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사뿐사뿐’은 그의 최근 앨범 <환기>(2017)나 그가 수년째 부르고 있는 봄맞이 노래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어쿠스틱이나 록킹한 사운드 대신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택한 변화로 ‘뜨거운 안녕’의 추억을 떠오르게도 한다. 어린 커플이 점차 서로 마음을 열고 사뿐사뿐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경쾌한 봄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이지형 인스타그램

 

 

한희정 <비유> (2019.03.12)

한희정 역시 국내 인디 역사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처음 몸담았던 밴드 더더에서 발표한 앨범 <The The Band>(2003)로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음반상을 받았고, 이후 듀오 푸른새벽과 솔로 활동에서도 더더의 모던록 스타일과 전혀 다른 네오포크 음악을 선보이며 다재다능함을 과시했다.

한희정 ‘비유’

한희정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건 무엇보다 시처럼 사려 깊게 쓴 노래 가사다. 그는 이번 싱글 ‘비유’에서도 각기 샤워 직후와 카페에서 글을 쓰는 두 가지 순간의 감정을 관능과 관념이라는 두 개념에 비유하는 독특한 관점과 표현으로, 노래에 개성을 더했다. 또박또박한 발음, 가벼움과 무게감이 공존하는 목소리로, 서로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는 김사월과 번갈아 노래를 부르는 형식도 흥미롭다.

한희정 인스타그램

 

 

홍혜림 <나보다 내 마음이> (2019.02.09)

피아노 건반과 소박한 악기들로 만들어내는 사운드, 일상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가사로 노래에 아름다운 수필을 담아내는 뮤지션 홍혜림. 그는 2008년, 대학 실용음악과 재할 시절 참가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후 예명으로 한동안 공연을 이어가다가, 본명으로 1집 <As A Flower>(2012)를 발표하며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내놓았다.

홍혜림 ‘나보다 내 마음이’

자기 이름으로 총 4장의 정규앨범과 EP를 발매하는 동안, 홍혜림은 막상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많이 쓰지 않았다. 곡에 담을 다른 좋은 소재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신중한 그에게 있어 ‘사랑’이 여전히 어렵고 잘 모르겠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모처럼의 사랑 노래인 이번 싱글은 서두르지 않고 ‘사랑의 시작’을 담았고, 그 가사는 뮤지션 자신의 성품만큼이나 잠잠하고 조심스럽게 흘러간다. 노래를 조용히 떠받치는 피아노와 스트링 사운드마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노래의 감정에 설득된다.

홍혜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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