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리스터 초상 Via spectator

처음 앤 리스터의 방대한 양의 일기가 발견되었을 때 후손들은 적나라한 성애 장면을 보고 놀라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일기는 또한 약 6분의 1 정도가 코드와 라틴어, 그리스어 등으로 암호화되어 해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후에 독일 작가 안젤라 슈타이델(Angela Steidele)이 앤의 전기를 쓰면서 그의 일기가 세상에 알려졌고 BBC가 2010년 <앤 리스터의 비밀일기>라는 TV 영화로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BBC 영화의 한 장면 Via cinema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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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리스터는 요크셔의 부유한 집안 출신이며 할리팩스 근처 쉽던 홀(Shibden Hall)이라 불리는 집에 살았다. 그시대 사람들이 보기에 이는 상당히 독특했다고 한다. 앤은 여성들이 잘 입지 않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여성 체모를 없애는 기구를 지니고 다녔으며, 목소리는 매우 저음이었다. 그는 자신을 ‘신사’로 묘사했고, 사람들은 그를 ‘잭 신사(Gentleman Jack)’라 불렀다. 그는 여성을 유혹하는 데 탁월했으며 그의 유혹을 거절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와 만난 여성들은 강압적이거나 재미없는 결혼생활 또는 미혼으로 홀로 사는 것보다 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겼다. 또한 처녀성이 중시되던 시대에 어린 미혼 여성들은 그와의 시간을 더욱 좋아했다. 그와 사귀던 여성 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남성과 결혼하는 이도 있었다.

앤이 사귀었던 여성의 머리카락과 자신의 것을 넣어서 지니고 다녔던 장신구 Via autostraddle
안전한 섹스를 위해 앤이 가지고 다닌 주사기 Via autostraddle

나이 30세가 가까워지면서 앤은 정착할 필요성을 느꼈고 성 지향성을 떳떳이 오픈해 여성과 살고 싶었다. 앤 워커라는 부유한 여성을 만난 그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 여성에게 청혼하였고 놀랍게도 둘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사업가이기도 했던 앤은 아내의 돈을 물쓰듯하면서 광산업 호텔업 등에 쏟아부었고 이일로 둘은 자주 싸웠다. 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현실감각이 떨어졌고, 아내를 데리고 러시아 여행을 강행했다가 코카서스 산맥 근처에서 나이 49세에 열병으로 죽고 만다.

앤의 일기 중 한 부분 Via autostraddle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철저히 살고 싶은 대로 산 앤 리스터는 현대에 태어났어도 전혀 고루하지 않은 인물로 여겨진다. 남성을 추월하는 추진력과 도전정신도 그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일기에서 그는 자연스러운 여성의 느낌이 좋으며 섹스 토이는 별로라는 얘기도 솔직하게 밝혔다. 이 흥미로운 일기는 당시 레즈비언의 에로티시즘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앤이 살던 쉽던 홀 Via missedinhistory
앤 리스터를 기리는, 요크에 있는 무지개 플라크 Via york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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