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전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 연말 ‘2019년도 전시 계획’을 발표한 순간부터 큰 화제가 된 전시다. 2018년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경매에서 1019억 원(약 9030만 달러)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 중 최고의 작품 가격을 기록했다는 것이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가장 간단한 설명. 하지만 이것으로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나 그의 대중적 인기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60여 년 동안 풍경, 인물, 동성애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며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질문해왔고, 다양한 표현 양식을 시도해온 작가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작업하며, 오랜 시간 계속된 예술적 도전과 동시대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호크니의 대규모 개인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포스터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개최했다. 전시된 133점의 작품 중 거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 사실 2017년, 호크니의 80세 생일에 맞춰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린 바 있다.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품뿐 아니라 개인소장품까지 망라한 대규모 전시였다. 그런데 이번 한국 개인전은 당시 1년간 개최된 회고전과는 별개의 전시다.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호크니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포토콜라주 작업과 2010년대의 아이패드 드로잉 작품들이 빠졌고, 규모도 회고전 때보다는 작다. 당시 해외에서 그 전시를 관람한 이라면 한국 전시에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테이트 미술관의 헬렌 리틀(Helen Little) 큐레이터는 “전시작의 구성은 다르지만 1960년대초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망라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나의 부모님>과 <클라크 부부와 퍼시>가 걸린 전시실 전경

전시는 초기 영국 왕립예술학교 시절부터 가장 최근작까지 주제를 나눠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제작한 작품과 아직 영국에서도 전시하지 않은 최근작이 출품됐다. 테이트 미술관의 국제 프로그램 디렉터인 주디스 네스빗(Judith Nesbitt)은 “데이비드 호크니를 향한 대중의 사랑은 세계적 현상”이라며 “한국 전시 이후 중국 베이징과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라 말했다. 지난 3월 22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개막 첫 주말부터 전시실 바깥으로 긴 줄이 늘어서며 성황을 이뤘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전시 개막을 기다려온 수많은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찾았기 때문. 비록 주요작 전체를 감상할 수는 없지만 호크니의 많은 작품들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다.

 

한국을 찾은 시기별 주요작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의 7개 주제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이다. 거장의 작품세계를 감상하며 시기별 주요작도 놓치지 말자.
영국 요크셔주 브래드퍼드(Bradford) 출신인 호크니는 1953년부터 1957년까지 브래드퍼드 예술학교 재학하며 여러 회화와 석판화를 제작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며 2년간 위생병으로 근무한 뒤, 1959년부터 1962년까지는 런던의 왕립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그는 어떤 운동이나 유파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초기작 중에서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세 번째 사랑>(1960)과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茶) 그림>(1961)이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호크니가 부상하던 팝 아트의 작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던 시기의 작품, 그리고 사각 캔버스를 벗어나 셰이프트 캔버스 위에 회화의 물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1967), 캔버스에 아크릴릭, 242.5ⅹ243.9 cm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관람객들이 가장 반가워할 작품들은 두 번째 섹션 ‘로스앤젤레스’와 세 번째 섹션인 ‘자연주의를 향하여’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1964년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고 산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며 남부 캘리포니아 풍경화와 수영장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더 큰 첨벙>(1967)은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강조하고 배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추상표현주의에 반기를 든 작품이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호크니가 자연주의 방식으로 나아간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작품 중 많은 사랑을 받은 2인 초상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거의 실물 크기로 제작된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와 호크니가 자신의 부모님을 그린 <나의 부모님>(1977)이 한 공간에 걸려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클라크 부부와 퍼시, 1970 – 1,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ⅹ304.8 cm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푸른 기타’는 피카소에 대한 호크니의 경외심을 엿볼 수 있는 오마주 작품들이 모인 섹션이며, ‘움직이는 초점’에서는 그가 매체의 변화를 시도하고 오페라의 무대미술과 의상 디자인을 작업하던 시기인 1980년대의 실내 풍경 작품과 초상화, 강렬한 컬러의 정물화 등이 전시돼 있다. <카리브해의 티타임>(1987)이 이 전시실의 대표적 작품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추상’ 섹션은 1990년대 추상적 이미지로 회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카리브해의 티타임>이 전시된 ‘움직이는 초점’ 섹션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그랜드 캐니언, 1998, 60개의 캔버스에 유채, 207ⅹ744.2 cm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층 전시실의 ‘호크니가 본 세상’. 60개 캔버스를 이용한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과 50개의 캔버스에 작업한 가로 12m, 세로 4.6m의 대작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등은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낼 만큼 장관이 펼쳐지는 작품들이다. 마틴 게이퍼드가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를 담은 책 <다시, 그림이다>에서 호크니는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이것은 그저 환영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당신으로 하여금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그 안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신을 감싸 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이 작품 앞에서 이런 경험을 했으면 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2007, 50개의 캔버스에 유채, 457.2ⅹ1220 cm
©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

마지막으로, 아직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조차 전시하지 않은 최근작이 있다.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7)는 3천 장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로 이어서 제작한 사진 드로잉 작품이다.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에 둘러싸인 호크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 관람을 마친 뒤 3층에 마련된 ‘호크니 라운지’도 방문해볼 것. 호크니에 관한 세 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호크니의 포토콜라주가 소개된 1985년 <파리 보그(Paris Vogue)>를 비롯한 출판물 등 여러 자료들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展

일시 2019년 3월 22일(금)~2019년 8월 4일(일)
시간 화, 수, 목, 금요일 10:00 - 20:00 / 토, 일, 공휴일 10:00 - 19:00 / 매월 둘째, 마지막 수요일 10:00 - 22: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요금 성인 15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0000원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데이비드 호크니> 전 포스터(좌), <더 큰 첨벙>(우)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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