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조명이 켜지고, 무용수가 등장한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이상을 걷고 뛰고 엎드리고 매달리고 돌고 비틀고 흔들며 춤을 춘다. 일상적이지 않은 몸짓과 표정을 넘어 존재하는 응축된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없는 교묘한 감정을 피어 오른다. 춤을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하는 안무가이자 무용수, 이경구를 소개한다.

안무가 이경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서 예술전문사로 공부하고, 현재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서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구는 그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안무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작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8에서 공연한 <은장도>는 수줍으면서도 잔뜩 화가 나 있는 모순된 감정을 지닌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으며, 이를 통해 여성 정체성을 넘어 무언가를 숨기며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그려내고자 했다. 또한 작년 11월 국제 2인무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보물섬>은, 스스로 동물이 되어 감정, 대화, 모성애 등을 몸으로 표현했다. 그는 그저 무용수로서 춤을 출 뿐만 아니라 노래와 랩을 하고, 욕을 하고 힘을 쓰며,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등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은장도> 하이라이트 for SPAF
<보물섬>(국제 2인무 페스티벌- ‘고블린파티’ 이경구 박소진 공동안무)

그가 다른 무용수들에 비해 단연 돋보이는 것은, 통상적으로 춤이라 생각되지 않는 장치들이 가미된다는 점이다. 춤과 말, 랩, 노래, 힘을 쓰는 것 등의 행위들은 분명 각자 다른 요소들이지만, 결국에는 몸으로 하는 것이라 같은 선상에 있다. 그는 이러한 장치들이 그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여러 도구이자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으로 무대를 한다고 한다. 그는 매번 작품을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데, 그래서 다양한 장치들로 채워진 작품은 더욱 즐겁게 그의 이야기를 관찰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경구 <꿔다놓은 보릿자루>

안무가이자 무용수, 교육자이기도 한 그는 춤을 만날 때, 어떤 역할이 되었든 춤과 함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거짓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요즘 안무를 할 때는 작품 속의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고 흐름에 함께할 수 있기 위해 어떤 요소, 아이디어가 필요한지를 고민한다. 동시에 그는 춤을 추기 위해 평소 스스로의 생활 습관을 관찰하려 노력한다. 그러면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한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데, 작품 속에서 춤을 추면 스스로 어떤 인물, 존재가 되어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속한 무용단 고블린파티의 고블린(Goblin)은 비상한 힘과 재주로 사람들에게 익살맞은 행동을 일삼으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지닌 한국의 도깨비를 상징하며, 파티(Party)는 도깨비들이 모인 정당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고블린파티는 2007년 창단되어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특별한 대표 없이 전 멤버가 안무가 겸 무용수로 소속되어 공연되고 있다. 관객과의 소통에 가장 큰 중점을 두되, 관객의 시각을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무용가로 살아가는 그 역시 무용은 참 어려운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공연을 만들려는 안무가들이 많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무용 공연을 더 많이 보러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스스로 당당하고 밝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나는 누구인지’, ‘내가 만든 작품 속의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핍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성장하고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도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기를.

 

고블린파티 유튜브 채널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박재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