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서 케이블을 넘어 유튜브까지, 그야말로 입맛대로 골라보는 시대다. 여행프로그램도 다양한 포맷으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맛집 소개부터 최소한의 경비로 투어하기, 국경을 넘나들며 공부하기, 연예인과 패키지로 떠나기 등 볼 것들이 차고 넘친다. 다이나믹하고 왁자지껄한 예능 프로그램이야말로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품고 계획에 참고하기 좋지만, 때로는 타국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담하게 느끼고 싶은 갈증이 생길 때가 있다.

여기에 한번 보면 여간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만큼 몰입감을 선사하는 유튜브 채널 4개를 소개한다. 5분에서 길게는 2시간가량까지 기본 해상도가 1080p 이상인 영상들이 주를 이룬다. 백색소음으로 켜 두고 할 일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여행을 다녀와도 좋고 멍하니 생각 없이 빠져들어도 좋다. 당신이 어디에 있건 실감 나는 그곳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GlobeTrotterAlpha

구독자가 약 10만 명인 여행 비디오 회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여행지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찍는 이의 개입은 최소화하여 잔잔하게 담아낸다. 어떤 장소를 방문할 계획으로 보든 추억을 회상하는 용도로 감상하든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시청자를 위한 채널이라고 소개한다. 대부분 UHD 4K의 고해상도를 자랑하며 명쾌한 소개만큼 재생 목록도 간결하다. 길거리에서 촬영한 영상과 도시 전체 전경을 담은 영상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거로 고르기만 하면 끝. 클립 단위로 편집되어 있어 하나의 영상에서도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인 점은 실제 여행을 하다가 지치면 때때로 앉아 쉬어 가듯, 멈춰선 행인의 시점으로 감상하는 시간도 있다는 것. 위 영상에서는 화창한 날씨의 바르셀로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GlobeTrotterAlpha 유튜브 채널

 

 

Rodrigo Leme

아쉽게도 마지막 업로드 날짜가 1년 전이고 영상도 3개 밖에 없지만 1만여 명이 아직도 구독을 취소하지 않고 있는 채널이다. 이 채널의 운영자는 시네마틱 기법으로 여행지들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영상을 촬영할 때 1초에 30프레임을 담지만, 시네마틱 기법에서는 1초에 24장의 프레임만 담아낸다. 이렇게 촬영된 장면은 이미지 사이사이의 타이밍이 더 길고 그 사이가 뿌옇게 처리되어 좀 더 감성적인 느낌을 준다. 더불어 가장 일반적인 16:9의 화면비율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 영화에서 쓰이는 21:9의 비율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시네마틱하다. 다른 채널보다 찍은 사람의 손길이 더 묻어나 있지만, 정성이 담긴 영상은 거부감없이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녔다.

위 영상은 일본 도쿄의 일상을 담았다. 짧고 긴 클립이 섞여 있어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도쿄의 이곳저곳으로 안내하는데, 그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2분 40초부터 나오는 시부야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다. 당장이라도 서정적인 배경음악이 깔리면 그대로 작품이 될 듯한 장면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잡음들과 군중이 섞인 영상미는 이미 하나의 훌륭한 미장센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 일본 외에 브라질의 일랴그란지섬, 미국의 뉴욕 영상이 있는데 세 영상을 모두 보고 나면 아마 그의 ‘무소식’에도 구독 취소를 누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Rodrigo Leme 유튜브 채널

 

 

Wind Walk Travel Videos

구독자는 약 5만 명에 그치지만 업로드가 꾸준하고 영상마다 장소에 대한 기본 설명을 빠트리지 않는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재생목록은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며 기록한 흔적이 여실하다. 이 채널의 감상 포인트는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 더욱 실감 나는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 롱테이크로 잘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끝없이 걷고 또 걸으며 길 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옆으로 지나가는 행인의 음성이 생생히 스치고 차도의 경적소리와 온갖 도시잡음이 일상으로 다가온다. 참고로 한국여행 영상도 있으니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겠다.


Wind Walk Travel Videos 유튜브 채널

 

 

Settime2588

영국인 유튜버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정기적으로 세계 일주를 하며 직접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그 양과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구독자는 약 59만 명. 방문하는 나라의 도시마다 최대한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온전히 보는 이에게 맡긴다. 방대한 양만큼이나 재생목록의 주제도 다양하다. 식당과 길거리 노점, 거리 예술가, 공항, 동물 등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며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인 그 사이를 넘나들며 묵묵히 담고 또 담는다.

위는 홍콩섬의 셩완과 센트럴 거리. 광각렌즈로 촬영된 길쭉길쭉한 빌딩 숲들이 화려한 빛을 발하고 거리 사이로 보이는 것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홍콩을 대표하는 빨간색 택시와 관광버스, 화려한 네온과 가로등이 뒤얽힌 스카이라인은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FPM)의 CityLight를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Settime2588 유튜브 채널

 

지금까지 소개한 채널들은 모두 관찰자 시점으로 이방인, 때로는 현지인처럼 당신과 함께 걸었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보다 조용히 함께 걸어주는 것 같은 공통된 이미지가 있지만 저마다의 걸음걸이와 속도가 다른듯 그 방식과 느낌도 조금씩 다르다. 클립의 길이, 담아내는 시선의 위치, 사용된 장비 등으로 채널마다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발견하는 재미도 즐겨보면 좋겠다. 아주 잘 다듬어서 보여주는 것들은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편안함은 또 다른 이야기다. 때로는 가장 원초적인 것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니까.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습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연장 1열보다 맨 뒷줄을 좋아합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으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