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범죄사건들을 보면서, 비단 뉴스 속의 일만은 아님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만약 나와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 가족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범죄자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들을 떠올려 보자. 때론 제3의 피해자가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피해자가 복수란 이름으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뉴스만으로는 전달되지 못한 범죄 현장 그 다음의 이야기들. 영화는 우리가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어떤 불편한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1. <영도>

Shadow Islandㅣ2014ㅣ감독 손승웅ㅣ출연 태인호, 이상희, 김근수

대한민국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의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살인자체의 쾌락을 즐겼다는 사이코패스로도 잘 알려진 그가, 어린 아들의 이야기에는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내용도 실렸다. ‘그의 아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손승웅 감독의 영화 <영도>의 연출의도에는 이러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혀져 있다.

<영도>는 부산에 위치한 작은 섬 ‘영도’를 배경으로, 연쇄 살인마의 아들인 ‘영도’(태인호)가 등장한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당하며 살아가는 도중, 살해된 부모의 복수를 하겠다고 찾아온 한 여인 ‘미란’(이상희)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변화를 겪는 이야기다. 그러한 영도의 모습은 생각해보지 못한 범죄자의 가족에 초점을 두며, 범죄자의 가족을 똑같이 범죄자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조명한다. [영도]는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들의 관심 속에 화제가 되면서 범죄자 가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었다.

ㅣ영화보기ㅣ옥수수 | N스토어Indieplug

 

2. <방황하는 칼날> 

Brokenㅣ2013ㅣ감독 이정호ㅣ출연 정재영, 이성민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최근 사회에 화두가 되는 성범죄를 소재로 하였기에 더욱 관심을 받았다. 극중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하나뿐인 딸을 잃은 피해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을 성폭행한 소년들 중 한 명을 발견하고, 이성을 잃은 아버지는 우발적으로 소년을 죽이며 피해자에서 범죄자가 된다. 살인자이자, 또 다른 성폭행 가해자를 찾아 나서며 복수를 감행하려는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이성민)은 윤리와 연민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딸을 죽인 소년을 살해한 아버지, 이 아버지의 살인은 정당한가? 영화는 과연 무엇이 진짜 정의인가에 대한 아이러니한 질문을 던진다. 가해자로 전락해버린 아버지와 피해자가 되어버린 가해자의 불명확한 관계 속에서 범죄 사건들을 둘러싼 물러설 수 없는 갈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ㅣ영화보기ㅣ옥수수N스토어유튜브

 

3.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ㅣ2011ㅣ감독 린 램지ㅣ출연 틸다 스윈튼, 이즈라 밀러, 존 C. 레일리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틸다 스윈튼)에게 아들 ‘케빈’(이즈라 밀러)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하면서 힘들어하는 에바와 점점 이유없는 반항으로 엄마를 더욱 힘들게 하는 케빈의 관계는 망가져 간다. 자꾸만 삐뚤어지는 케빈은 결국 세상 모두를 분노케 한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고 만다.

<케빈에 대하여>는 ‘케빈’보다는 범죄자의 남겨진 가족, 간접적 피해자인 ‘엄마’의 내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영화는 뒤틀려버린 모자 관계에서 모성애와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과연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된 아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감내해야 하는지, 그리고 범죄자 아들을 모성으로 감쌀 수 있을지 의문에 붙인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원초적인 관계에서 ‘가해자와 또다른 피해자’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을 그리며 진지하면서도 씁쓸한 여지를 남겨준다.

ㅣ영화보기ㅣN스토어Cinefox

 

4. <사이드 이펙트>

Side Effectㅣ2008ㅣ13분(단편)ㅣ감독 명재하ㅣ출연 Margaret Newlands

강간으로 징역살이를 하게 된 아들을 둔 엄마. 수감된 아들에게 엄마로써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들이 좋아하는 옷을 가져다 주는 것이 전부다. 영화 <사이드 이펙트>는 아들의 흰색 후드티를 빨기 위해 빨래방을 다녀오는 엄마의 반나절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극 중 범죄자를 자식으로 둔 엄마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마치 엄마를 범죄자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엄마가 느끼는 상실감, 자책 등의 복잡한 감정을 비추고 있다. 특히 범죄자 아들을 둔 ‘엄마’는 범죄자 아버지를 둔 ‘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일반적인 엄마로서의 삶과 모성애를 떠올려볼 때, 범죄자 아들을 둔 엄마의 삶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가해자의 엄마가 또다른 피해자가 되어 고통받는 모습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인 ‘엄마’ 이미지와 맞물려 한층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메인이미지 <영도> 스틸컷
본문대표이미지<방황하는 칼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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