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알렉산더 맥퀸은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런던의 맞춤 양복 거리인 새빌 로우(Saville Row)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배웠다. 밀라노에서 이탈리아 디자이너 로메오 질리(Romeo Gigli)밑에서 재단사로도 일하며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은 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졸업작품 컬렉션은 파워 블로거 이사벨라 블로우가 전체 제품을 모두 구매하며 신기록을 남겼다. 27살에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그는 구찌 그룹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명실상부 탑 디자이너가 되었다.

출처 – show studio 

그는 세빌 로우 샵에서 갈고 닦은 테일러링 기술을 기본으로 기괴하고 전위적이며 퇴폐적인 미적 감각으로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그의 컬렉션은 항상 연극무대처럼 드라마가 있으며 음산하고 자극적이며 디스토피아적이었다. 1995년 런던에서 열린 컬렉션의 제목은 ‘Highland Rape’이다. 이 컬렉션은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스튜어트 왕가 복원을 위해 영국군과 싸운 피비린내 나는 컬로든 전투를 테마로 했다. 영국군에 의한 스코틀랜드 학살을 비판하기 위해 열었던 이 패션쇼에서 모델들은 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생리대를 엮어 만든 줄을 손에 쥔 채 무대를 걸어 다녔다. 패션계는 경악했고, 이 쇼에서 소개된 엉덩이가 아래까지 내려온 바지 ‘범스터(bumster)’는 이후 그의 대표 상품이 됐으며, 여러 컬렉션 엔딩 인사 때 그가 자주 입고 나타났다.

1995년 열린 ‘Highland rape’ 컬렉션, 출처 - The scene 

레이디 가가, 비요크, 리한나 등 탑 가수들과도 협업하며 이름을 널리 알리던 그의 내면엔 상처가 있었다. 유년 시절 매형에 의한 성폭행 트라우마, 연인과의 이별, 절친한 친구 이사벨라 블로우와 어머니의 잇따른 죽음은 그를 더욱 괴롭게 했다.

가수 비요크와의 콜라보 무대에 선보인 맥퀸의 의상, 출처 - show studio
30cm가 넘는 굽을 가진 맥퀸의 신발 ‘아마딜로’ 를 신고 외출하는 레이디 가가, 출처 - reddit 
Savage Beauty Costume Instititue Gala에서 비욘세가 입은 맥퀸의 드레스. 츨처 - ace show biz

알렉산더 맥퀸은 2010년 어머니가 사망한 지 3일 만에 런던 자택 옷장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영국 패션 칼럼니스트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한 아티스트가 가장 냉혹하고 원초적인 패션계에서 고생하다 떠났다”라고 추모했다.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그의 디자인에는 늘 죽음에 대한 동경이 서려 있었다. 아마도 그가 죽음을 희롱하는 사이, 죽음이 그에게 매혹을 느꼈던 모양”이라며 애도했다.

당시 마약 스캔들로 고초를 겪던 케이트 모스를 지지하는 뜻으로 그의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쇼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출처 – the cut

알렉산더 맥퀸이 떠난 후 8년이 되는 2018년 10월에는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맥퀸(McQueen)>이 개봉했다. 이 다큐 영화에는 디자이너가 직접 찍은 동영상을 비롯해, 친구들과 가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다수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맥퀸> 예고편

 

메인 이미지 Alexander McQueen, V Magazine, 2004 © Inez Van Lamsweerde and Vinoodh Matadin. Courtesy Gagosi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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