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스틸컷, 출처 - IMDb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의 새로운 만남. 서로 사랑을 통해 맛본 기쁨은 둘을 충만하게 해주고 이는 곧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들 중 누군가는 더 긴 미래를 약속하고 부부가 된다. 둘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난 순간, ‘가족’의 의미는 더욱 크게 현실화되고 이전의 사랑은 쉽게 깨트릴 수 없는 결속이 된다. 결국 ‘가족’이란 불안했던 만남이 안정된 한 울타리로 정착된 것이지만, ‘사랑’이라는 전제가 없다면 도리어 가족이 누군가에게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사랑으로 함께하는 가족은 그 누구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아직 구체화된 것 없이 의지만 가득하더라도, 상상도 못 한 역경에 처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더라도 ‘하나 된 가족’은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할 힘을 갖고 있다. 그렇게 기상천외한 상황에서 남다른 가족애를 펼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두 편을 소개한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부동산 중개인 팀으로 활동하는 해먼드 부부 ‘조엘’(티모시 올리펀트), ‘쉴라’(드류 베리모어)와 고등학생인 둘의 딸 ‘애비’(리브 휴슨)는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가족과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쉴라는 사람을 잡아먹는 좀비와도 같은, 말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살아 있지 않은 ‘언데드’가 되었다. 겉모습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바뀐 것이라고는 오로지 ‘사람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그 기상천외한 식단(diet)이 전부다. 그런 쉴라를 지배하는 무의식의 기저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Santa Clarita Diet)>는 언데드 아내이자 엄마를 둔 해먼드 가족의 생존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코미디-고어물이다. 디테일한 표현력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만큼, 비위가 약하다면 시청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시즌 3 예고편

이들이 언데드가 된 계기나 원래대로 돌아가는 치료 방법은 알 턱이 없지만 해먼드 가족은 전혀 좌절하지 않는다. 에피소드마다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하나 처리하기에 급급하지만, 그 과정에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동시에 이전에 몰랐던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자극적인 요소가 갑작스레 튀어나오니 당황스럽다가도, 주인공들의 쿨함에 보다 보면 자연스레 적응하게 된다.

단연 주축이 되는 것은 남편 조엘의 대처 능력이다. 피식 웃게 만드는 개그와 능글맞은 변명의 뒤에는,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아내 쉴라를 달래면서 가족이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절박함이 숨어있다. 반면에 언데드가 된 당사자 쉴라는 오히려 더 활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더 대담해진 행동력으로 일을 수월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생존을 위한 살인조차도 나름의 기준으로 처리하며 자기 합리화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딸의 학업과 진로 문제. 딸 애비 역시 갑자기 달라진 부모의 생활 방식을 지켜보고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것을 찾기 시작한다.

출처 - IMDb 

부부의 일을 가로막는 얄미운 직장 상사와 라이벌 중개인과의 트러블은 에피소드의 중간중간에 적절히 녹아들어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동시에 옆집에 살고 있는 경찰과 보안관들을 포함한 이웃들에게 이전과 같은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해먼드 가족은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방법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SF물 마니아이자 애비와 묘한 관계를 유지하는 옆집 아들 ‘에릭’(스카일러 거손도)도 감초로서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사가 불투명한 아내, 엄마를 둔 해먼드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매 시즌 만족스러운 피날레 에피소드를 펼치며, 2019년에 시즌 3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부부를 연기한 드류 베리모어, 티모시 엘리펀트는 해당 시리즈에서 완벽한 연기 변신을 이뤄내 극찬을 받았고, 모두 극 프로듀싱에 참여했다고 하니 기대해보자.

 

<로스트 인 스페이스>

이름만 들어도 ‘표류’가 연상되는 가족. 로빈슨 가족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어버린 지구 대신, 새로운 삶을 꿈꾸며 우주로 떠날 기회를 얻는다. 안정된 정착 대신에 이들이 겪는 건 낯선 행성으로의 불시착.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그곳에서 오로지 의지할 대상은 가족뿐이다. 목표는 행성 탈출. 로빈슨 가족을 포함한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우주선을 정비하고 모험을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1960년대 동명의 시리즈를 재해석하여 2018년에 새롭게 선보인 작품이다. 우주를 탐험한다는 두드러진 설정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매회 아슬아슬한 전개력으로 엇갈린 평을 받으면서 시즌을 종료했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 예고편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는 로빈슨 부부, 과학자인 엄마 ‘모린 로빈슨’(몰리 파커)의 강인한 모습과 결단력은 시즌 첫 화부터 표현된다. 그는 자식을 이끌고 우주로 이끌고 온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듯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리즈가 균형 있게 흐르게 만든다. 세 명의 아이들 역시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시리즈물을 추구하여 관람 등급 또한 12세 관람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생존물의 흔한 클리셰에 집착하다 보니, 인물 개개인 사이의 감정적인 갈등에 집중하고 캐릭터에 과한 설정을 부여하여 몰입이 어려워진다. 가족 드라마를 표방해도 가족애는 별개의 요소로 여겨진다. 얼기설기 올려놓은 인물들의 대화와 관계는 유기적인 전개보다 인상적인 결과만 추구하다가, 그 안에서 설득력을 잃고 갈팡질팡하기까지 한다. 각 사건에서 과학적인 계산은 분명히 치밀하지만, 인물들의 정확한 단서와 동기에 대한 부연 설명이 부족해 각 인물들에 대한 일차원적인 이해만을 허용할 뿐이다. 예측 불가능한, 입체적인 인물 구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니 스토리의 궁극적인 목적지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출처 - IMDb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각종 SF물의 미학적인 요소를 총동원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눈요기이다. 광활한 우주와 미지의 생태계, 미확인 생명체들의 모습엔 온갖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에 나온 원작의 고전적인 디자인 또한 놓치지 않으면서 장엄하고 세밀한 조화를 이뤄냈다.
그 매력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작품은 한 가족의 처절한 생존 모험을 다룬다. 다른 이주자들과 경쟁하고,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로빈슨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살아서 이겨내자는 굳센 의지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순간에서 가치관의 충돌, 누군가의 이탈은 과연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Writer

실용적인 덕질을 지향하는, 날개도 그림자도 없는 꿈을 꾸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