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곧 사라질 늦가을 풍경을 조금이나마 더 눈에 담아두고 싶은 시기다. 여러 유명한 화가들은 그들이 바라보고 사랑하던 가을 풍경을 작품으로 남겼다. 잠시 캔버스에 ‘가을색’이 가득한 작품을 감상하며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샬롯의 여인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샬롯의 여인(The Lady of Shalott)>(1888)

먼저,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샬롯의 여인>은 로마에서 출생한 뒤 영국에 자리 잡은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그리스 신화와 아서왕의 전설에 나온 여성들을 많이 그렸는데, 이 작품은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에 등장하는 여인을 묘사한 것.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특히 이 작품에 애착을 가져 1888년, 1894년, 그리고 사망하기 1년 전인 1916년 세 차례에 걸쳐 다른 버전의 그림을 그렸다. 테니슨 시의 주인공은 아더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일레인’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랜슬롯’에게 마음을 거부당한 뒤 슬픔에 잠겨 배를 타고 그에게 향한다. 주변 풍경은 저물어가는 가을의 숲. 짙은 가을 색채가 원작의 정서와 깊은 우수를 드러낸다. 흥미로운 것은 <빨간머리 앤>에도 이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것. 문학소녀인 ‘앤’이 슬픈 표정으로 연기하며 작은 배에 눕는, 바로 그 장면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너도밤나무 숲 I

구스타프 클림트, <너도밤나무 숲 I(Beech Forest I)>(1902)

‘클림트’라는 이름에서 바로 떠오르는 황금빛 색채. 풍경화에서도 그만의 색채를 느낄 수 있다. 너도밤나무 숲은 그가 당대의 오스트리아 화가들과 함께 폐쇄적인 미술계에 반대하는 빈 분리파를 결성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완성됐다. 이 작품은 그가 오스트리아의 휴양도시 아터제에 있는 아터제호수(Lake Attersee)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며 그린 풍경. 이 호수를 자주 찾아 산책을 즐겼던 그는 이 작품 외에도 아터제를 배경으로 한 여러 풍경화를 그렸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가을 정취가 짙은 작품이 바로 이 그림이다. 단풍으로 물든 숲에서 낙엽으로 뒤덮인 바닥을 표현한 디테일한 터치가 놀랍다. 고즈넉해 보이는 숲이지만 어둡고 쓸쓸하기보다는 빛나는 가을의 한 장면이라 느껴지는 이유는 클림트가 선호하던 금빛 색채 덕분이다.

 

바실리 칸딘스키, 바바리아의 가을

바실리 칸딘스키, <바바리아의 가을(Autumn in Bavaria)>(1927)

러시아 출신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예술가답게 풍경화에서도 뚜렷한 형상보다는 자연주의적 묘사가 돋보인다. 그가 40대 초반에 그린 <바바리아의 가을>은 그의 추상회화 중에서 초창기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칸딘스키의 본격적인 추상화 시대를 예고하는 작품으로도 꼽힌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그는 1896년 뮌헨에 정착해 미술 공부를 했다. 이후 모스크바로 돌아가 몇 년간 강의를 하기도 했으나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그가 뮌헨에서 조금 떨어진 바바리아에 살던 시절에 그린 가을 풍경. 거장으로 인정받기 이전의 작품이라 한눈에 칸딘스키의 이름을 떠올리긴 쉽지 않지만 그가 정착했던 곳의 소박한 가을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지아 오키프, 조지 호수의 가을

조지아 오키프, <조지 호수의 가을(Lake George, Autumn)>(1927), 출처 ‘조지아 오키프’ 홈페이지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자연을 주로 그렸다. 사막의 황량한 풍경과 자연의 풍경, 동물과 해골, 그리고 꽃을 거대하게 확대해 그린 것이 그의 주요 작업들. 그는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결혼했고, 1920년대 그의 별장이 있던 뉴욕주의 조지 호수(Lake George)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머물며 주변 풍경과 꽃을 즐겨 그렸다. 이 호수를 그린 풍경화도 여러 점인데 1927년 완성한 <조지 호수의 가을>이 그중 한 작품. ‘미국 호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지 호수의 광활한 풍경은 오키프가 목가적인 주제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울긋불긋한 산과 나무, 그 사이에 자리한 호수를 그린 이 풍경화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추상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지아 오키프, <가을 낙엽-조지 호수(Autumn Leaves, Lake George)>(1924), 출처 ‘조지아 오키프’ 홈페이지 

<조지 호수의 가을>과 함께 감상할 만한 작품은 <가을 낙엽-조지 호수>. 오키프는 조지 호수에서 아름다운 컬러의 잎을 모으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은 수십 점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붉은색과 금빛, 그리고 녹색이 섞여 있는 이 낙엽 그림은 자연의 신비로운 힘을 표현했던 오키프 특유의 색채감각과 회화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