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린 집 이야기는 너무나 흔한 공포영화 소재이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투적인 양식이 있다. 가령 어떤 가족이 오랜 저택으로 이사하게 되고, 그들은 초자연적인 심령 현상에 괴로움과 공포를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령 전문가가 등장하여 그 집의 비밀을 파헤치고 퇴마 의식을 통해 극적으로 유령을 퇴치한다는 스토리. 그런데 올해 10월 넷플릭스에 올라온 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은 상투적인 양식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전개된다. 열 편으로 구성된 시즌제 드라마이고, 유령 트라우마를 겪는 크레인 가족 일곱 명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 예고편

 

스티븐 킹이 호평한 호러 드라마

이 드라마는 20세기 최고의 유령 소설로 인정받는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The Haunting of Hill House>를 드라마 형식으로 다시 집필하였다. 총 10편으로 첫 시즌을 구성하여 로튼 토마토 92%의 높은 평점을 받았고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텔레그래프(Telegraph)>지는 5점 만점을 부여하면서 “우리 시대에 가장 복잡하고 완벽한 호러 시리즈”라 평했고, 원작자 셜리 잭슨의 팬이기도 한 미스터리 장르의 대표 소설가 스티븐 킹은 트위터에 “나는 이제껏 이와 같은 수정본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천재의 작품에 가깝다. 내 생각엔 셜리 잭슨도 승인할 것 같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상 중 복도의 동상이 고개를 돌리는 장면

 

드라마 형식임에도 많이 무섭다

이 드라마에는 두 가지 타임라인이 있다. 5남매의 어린 시절 여름방학에 잠시 힐하우스 저택에 살았던 시점과 어른이 되어 각자 자신의 인생을 영위하고 있는 현재 시점이 교차하며, 이들의 무서운 경험과 아픈 추억 속에서 유령이 등장한다. 이들이 선택한 직업과 삶의 현장에도 유령이 남긴 트라우마의 자국들이 계속 존재하며, 특히 가장 어리고 여린 성격의 쌍둥이 자매에게는 공포의 상처가 너무 선명하여 거의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가족사를 담은 가족 드라마지만, 한편으로 이들을 괴롭히는 유령의 트라우마가 무섭게 다가오는 공포 드라마이기도 하다.

 

*아래 내용부터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Watch Mojo>에서 뽑은 가장 무서운 10가지 장면

 

숨은 유령 찾기

이 드라마에는 수없이 다양한 유령들이 등장한다. 목 꺾인 여자 유령, 지팡이를 든 신사 유령은 쌍둥이 자매를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예전에 살던 안주인 유령은 크레인 가족의 안주인을 꼬드긴다. 침대에 누운 할머니 유령, 시계를 고치는 수리공 유령, 아이들 유령이 등장하지만, 이들 외에도 더 많은 이름 없는 유령들이 찰나의 순간마다 시청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지나간다. 현재 인터넷의 기사나 동영상에서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있지만, 이들이 진짜 연출된 효과였는지 제작상의 ‘옥의 티’인지는 분명치 않다. 또 하나, 폭풍우가 치던 밤 저택의 복도에 놓여있는 동상의 방향도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지나간 유령의 모습을 찾아주는 인터넷 영상

 

다음 시즌에 대한 전망

이제 세간의 관심은 <힐하우스의 유령>이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지에 대한 가능성 여부에 모아진다. 이에 관한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드라마를 집필하고 제작한 마이크 플래너건(Mike Flanagan)은 다음 시즌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셜리 잭슨의 원작을 시작 포인트로 삼았을 뿐 첫 시즌 역시 많은 부분이 새로 창작된 내용이라 추가로 이야기를 더 풀어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에피소드 6의 메이킹 영상
크레인 다섯 자매 티오(Theodora), 스티븐(Steven), 넬(Eleanor), 루크(Luke), 셜리(Shir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