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자 지적 유희를 즐기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 도서관은 여러 명작 영화들에 등장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는 도서관을 사랑한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 다양한 영화에서 도서관 장면을 통해 고즈넉하고 아름다우며, 때론 로맨틱하거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잘 알려진 친근한 도서관을 주요 촬영지로 선택하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서관의 건축적 형태에 영감을 얻어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도 있다. 이맘때 생각나는 ‘영화 속 도서관’ 중에서도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소개한다.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Photo by Don Pollard ⓒ The New York Public Library

뉴욕 도심 속의 멋진 공원, 브라이언트 파크와 함께 자리한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은 세계 5대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곳. 뉴욕을 대표하는 도서관인 이곳은 웅장한 건물과 방대한 컬렉션이 마치 거대한 뮤지엄 같은 공간으로, 책을 찾아보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 뉴욕 공립 도서관은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에 등장했는데,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작가와 함께 찾아간 곳이 바로 3층 열람실이다. 1961년 작품이니 약 60여 년 전 뉴욕 공립 도서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 또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로 등장하기도 했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포스터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도 이 공간을 촬영했다. 지난 10월 11일 개봉해 극장 상영 중인 그의 신작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요커들의 명소인 뉴욕 공립 도서관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았다.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없이, 123년의 역사와 92개의 분점이 있는 도서관을 비추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일상과 근무하는 이들의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 뉴욕 공립 도서관의 진면목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보드레이안 도서관(Bodleian Library)

영국 옥스포드의 명소인 보드레이안 도서관은 1602년 설립돼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역사적인 도서관으로 영국에서는 런던의 영국 도서관(British Library)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뛰어난 건축미 덕분에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황금나침반> 등 여러 대작 영화와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하곤 했다.

영화 <해리 포터> 스틸컷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보드레이안 도서관이 등장한다. 도서관 내부 풍경은 책을 사랑하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이 연상되는 공간.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인기를 얻자 보드레이안 도서관은 옥스포드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장소가 됐다.

 

가이젤 도서관(Geisel Library)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 자리한 가이젤 도서관은 1960년대, 거친 조형 양식인 브루탈리즘 양식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다. 우주선이나 거대한 다이아몬드 형태를 연상시키는 이 도서관은 본래 중앙 도서관(Central Library)이라 불렀지만 1995년 지금의 이름이 됐다. 닥터 수스(Dr. Seuss)로 알려진 미국의 동화 작가 테오도르 수스 가이젤이 이곳에 많은 후원과 기부를 했기에 그가 작고한 뒤 그의 이름을 붙인 것. CNN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7곳’ 중 3위로 선정되기도 한 가이젤 도서관은 현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다.

영화 <인셉션> 속 건물. 가이젤 도서관을 모티프로 삼았다

유명세답게 여러 광고와 TV 드라마에도 등장했는데 특히 2010년 개봉한 영화 <인셉션>에는 이곳을 모티프로 삼은 건물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장소로 활용한 건 아니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요새 건물은 가이젤 도서관의 외관을 본뜬 모습. 모던하면서도 독특한 형태가 SF 장르와도 잘 어울린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Vasconcelos Library)

멕시코에도 세계적인 도서관이 있다. 수도인 멕시코 시티에 있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서관 중 하나다. 2006년 완공한 이곳은 철학자이자 교육부 장관이었고 멕시코 국립도서관의 관장이기도 했던 호세 바스콘셀로스(José Vasconcelos)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내부 디자인이 매우 독특한데, 큐브 형태의 철제 책장이 기하학적으로 얽혀 책들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풍경. 멕시코의 건축가 알베르토 칼라치가 설계한 이곳은 건축학적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를 갖춘 도서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개관 이후 멕시코 시티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도서관 장면

그리고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가 개봉한 이후 이곳은 ‘인터스텔라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도서관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가 영화에 등장하는 4차원 공간과 흡사하기 때문. 실제로 무중력 공간이 연상되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방문객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