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은 더 이상 작품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음악을 캔버스 삼아 일하는 뮤직 크레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와 한남동에 자리한 디뮤지엄이 손잡고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의 OST를 발매한다. 국내 최초로 전시에 OST 개념을 도입한 이 프로젝트는 전시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넘어, 음악과 영상으로 전시의 경험을 한층 확장하고 다각화한다.

OST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라인업도 탄탄하다. 세이수미, 오존, 오르내림&히피는 집시였다, 이진아 등 각자의 자리에서 또렷한 행보를 남겨온 뮤지션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각자 인상 깊었던 날씨 테마를 선택해 이를 노래로 만들었다. 여기에 혁오, 딘, 지코, 오프온오프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영상팀이자, 디뮤지엄 전시에 아티스트로 참여하는 갑 웍스(GAB WORKS)가 4가지 날씨와 노래에 맞는 뮤직 필름을 완성한다. 오는 9월 1일까지 음원과 영상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이후 뮤지션들의 디뮤지엄 공연과 4곡의 음원을 모은 한정판 컬러 LP의 발매(29CM, 디뮤지엄샵)도 기획되어 있다.

각 뮤지션들이 선택한 날씨 테마와 곡 작업에 대한 코멘트를 들여다보자.

 

세이수미 ㅣ Inspired by ‘햇살’

첫 번째 타자, 서프 록의 여유로운 터치와 90년대 인디 록의 낭만적인 지점을 절묘하게 섞은 음악으로 부산을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는 글로벌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다. 얼마 전 발표한 정규 2집 <Where We Were Together>로 호평을 모으고, 오는 10월 유럽 투어를 앞두는 등 지금 인디 신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전시 OST의 첫 번째 라인업으로 참여해 믿음직한 스타트를 끊었다.

 

Q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올리비아 비(Olivia Bee) 작가의 <Kids in love> 시리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과 단순함, 여린 표정들, 싱그러움을 느꼈고 그런 감정들을 음악에 담고 싶었습니다.

Sellwood Docks (Oregon Summer), 2016 ⓒOlivia Bee

Q 가사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나 감정은?

꼬지 않고 좋아하는 걸 그대로 드러내는, 단순해서 아름다운 젊음의 모습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젊음 속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깔려 있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만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며, 함께 있을 때면 모든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은, 그런 싱그러운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Q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 노래를 많이 만드는지?

초기 작곡 단계에 있어서 날씨, 시간, 계절에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특히 계절감에 의해 곡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계절마다 자연스럽게 드는 기분이 있는데 그런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곡에 담아내는 편입니다. 저희의 곡을 들어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계절에 쓴 곡인지 느끼실 수 있습니다.

세이수미 ‘We Just’ MV

 

오존 ㅣ Inspired by ‘달빛’

오존(O3ohn)은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2016년 10월 데뷔 EP <[O]>를 발표하며 솔로로 나섰다. 지금껏 단 두 장의 EP를 발매한 신인 뮤지션의 행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리스너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두터운 지지를 모은 오존은 이제 신의 중심부에 묵직이 자리한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얼마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 9주년 기념 방송에 출연해 최종 우승하고, 최근 지코가 프로듀싱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OST에 보컬로 참여하는 등 메인스트림 영역까지 발을 미치고 있는 그가 세이수미의 바통을 이어받아 두 번째 주자로 나선다.

 

Q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어슴푸레한 빛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마리나 리히터(Marina Richter)의 작품. 고요한 우주의 기운이 담겨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가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면 고요해지는 기분이 드는데, 마리나 리히터 작가의 작품에서 그런 비슷한 감상을 느꼈습니다.

Hand, 2011 ⓒMarina Richter

Q 가사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나 감정은?

처음에는 저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썼다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가 있어서 서로를 위로하는 내용으로 완성했습니다.

 

Q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 노래를 많이 만드는지?

생활할 때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만, 그에 직접 관련된 곡을 써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존 ‘Moondance’ MV

 

오르내림&히피는 집시였다 ㅣ Inspired by ‘비’

올해 초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듀오 ‘히피는 집시였다’. 지난해 4월 첫 EP <APOLLO>를 발매하고 소마, 히피는 집시였다 등 여러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하며 입소문을 탄 신예 오르내림(OLNL). 맑고 솔직한 스타일, 담백하고 재미있는 가사와 콘셉트로 사랑받는 오르내림과 R&B에 기반을 둔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히피는 집시였다가 뭉쳐 ‘비’에 영감받은 음악을 들려준다. 이들의 콜라보 음원은 8월 26일 공개된다.

 

Q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Jflow  알렉스 웹(Alex Webb) 작가의 <Erie, Pennsylvania>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Sep  개인적으로 시각적인 부분보다는 전시 중 채집된 빗소리와 안개를 재현했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Erie, Pennsylvania, 2010 ⓒAlex Webb

Q 가사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나 감정은?

Jflow  알렉스 웹 작가의 작품을 청각적으로 풀어내는 게 제일 첫 번째였고, 그 과정에서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집중하며 작업했습니다. 사진 속 하늘 위로 흩날리는 물방울은 비가 아니라 분수대가 뿜어내는 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분수대의 물장난 같은 표현을 오르내림이 잘 도맡아 해주어서 균형 맞는 멋진 곡이 나온 것 같습니다.

Sep  올해 뜨거운 여름 안에서 만난 비는 반갑지만 유난히 짧게 느껴졌습니다. 지나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 아련함을 가사에 담아 보고자 했습니다.

 

Q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 노래를 많이 만드는지?

Jflow  날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을 너무 좋아합니다. 비 오는 날 영화 한 편 보고 작업을 시작하면 행복감이 격하게 밀려오기도 합니다.

Sep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가 뚜렷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갖고 있는 기억과 감정들도 다양하기에 날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OLNL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기보단, 평소에 생각이 많아서 꼭 그 계절이 아니어도 그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곡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오르내림&히피는 집시였다 ‘여름비’ MV

 

이진아 ㅣ Inspired by ‘파랑’

질주하는 피아노 선율, 풍성하게 깔리는 화성, 한번 들으면 쉬이 잊히지 않는 독특한 음색은 이진아의 음악을 구성하는 또렷한 인장이다. 얼마 전 첫 정규 음반 <진아식당 Full Course>를 발표하며 다변화된 프로듀싱 능력과 재즈 기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가 이진아 트리오의 포맷으로 전시 OST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스트루멘탈 곡을 들려준다. 9월 1일 발매 예정.

 

Q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전시를 관람하던 중 낡은 천막 같은 건물과 하늘이 조그맣게 보이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디를 가든 우리 위엔 파란 하늘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울고 있을 때에도, 바빠서 지쳐있을 때에도 항상 우리와 함께하는 파랗고 평온한 하늘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습니다.

The Sky Below, 2008 ⓒRebecca Norris Webb

Q 날씨에 영향을 받아서 노래를 많이 만드는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던 탓인지 영향이 조금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초여름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반갑기도 했고 여름의 한가운데 이르러서는 정말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겨울도 참 좋아하고 비 올 때 감수성이 풍부해지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이진아 ‘Always with Us’ MV

 

+TIP.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전시는 오는 10월 28일까지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며, 전시 OST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공연 정보, 한정판 LP 발매 등 자세한 소식은 추후 스페이스오디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LP 예약판매 링크

 

스페이스오디티 홈페이지
디뮤지엄 홈페이지

 

(자료제공- 스페이스오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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