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평양>

Little Pyongyangㅣ2018ㅣ감독 Roxy Rezvanyㅣ24분

최중화는 이전에 북한에서 군인으로 복무했고, 2007년 탈북하여 영국에 정착했다. 런던의 한인 밀집지역인 뉴몰든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며 안락한 생활을 꾸린 지 10년.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며 북한을 떠나온 트라우마를 동시에 안고 산다. 카메라 앞에 앉아 자신의 지나온 경험을 덤덤하게 읊는 그로부터, 우리는 탈북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호명되는 북한인들의 삶과 희망, 추억, 미래에 대한 바람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온갖 정치뉴스에 둘러싸여 있는 순간, 다큐멘터리는 그 뒤에 가려진 탈북자 한 개인에 카메라를 돌린다. 어린 시절 아이스 스케이트를 즐겨 탔던 최중화의 개인적인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북한과 탈북민들에 대한 편협한 이미지를 환기하고 쇄신한다.

폭력, 독재에 의한 억압, 가난의 참혹한 굴레로부터 도망친 이들은 낯선 땅 영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겠다는 사명을 품으며 공동체를 만들고 인권 활동을 해왔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감독 Roxy Rezvany는 이 공동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2014 년부터 영화 작업에 착수했다. 4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24분 길이의 단편 다큐멘터리 <리틀 평양>은 개인의 인간성에 대한 접근 면에서도 성취도가 크지만, 연출 방식에 있어서도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탁한 파스텔 톤의 배경이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와 적절한 배경음악의 사용은 최중화의 일상과 인터뷰 장면에 틈틈이 끼어들어 거북하지 않으면서 편안한 감상을 안긴다. 24분의 러닝타임이 지극히 짧게 느껴질 정도로 정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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